[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어느 잉어
김 재 황
날마다 지나면서 건성으로 보았는데
마음 가니 안쓰러운 건강원의 누런 잉어
가늘게 명이 붙어서 수조 안에 갇혀 있다.
이미 잡힌 몸뚱이가 짐이 된다 할지라도
그 어느 산모 위해 팔려 나갈 그 날까지
끊기지 않겠다는 듯 가쁜 숨을 뻐끔댄다.
가물가물 나간 넋이 푸른 강을 만났는지
살짝 끝이 휘어지는 입가에 난 수염 두 쌍
걷다가 해거름 밟고 아픔 하나 집어 든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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