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풀/ 김 재 황 애기풀 김 재 황 나풀거리는 바람 속에서 가벼워진 입술을 열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빛이 쏟아지는 풀밭에서 자유로운 지느러미를 달고 물고기처럼 노니는 아이들 모두가 작은 천사의 모습 은빛 날개를 가진 황홀하게 눈부신 영혼들이여. (1990년) 대표 시 2022.03.01
처녀바디/ 김 재 황 처녀바디 김 재 황 서정의 베를 짜는 그리움이 우뚝한 소녀 뜨는 달만 보아도 수줍음에 볼 붉히며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더운 눈물이 그득한 소녀 기워 입은 치마폭에 가난한 마음이 담겨 있다. (1990년) 대표 시 2022.02.28
양지꽃/ 김 재 황 양지꽃 김 재 황 땅을 기며 살아가는 온유한 마음들 빛이 내리는 저 하늘로 목마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비스듬히 일어서고 있는 여린 줄기처럼 다시 쓰러져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사랑을 꽃 피우고 있다. (1990년) 대표 시 2022.02.28
돌단풍/ 김 재 황 돌단풍 김 재 황 행복한 이 누구냐고 물으면 역경 속 돌 틈에 살면서도 저입니다, 저입니다 불쑥불쑥 손을 들고 나선다. 높직이 불 밝혀 달아 놓은 별자리 같은 참사랑이 이리 와요, 이리 와요 우리 어린 마음을 부르고 있다. (1990년) 대표 시 2022.02.28
봄맞이꽃/ 김 재 황 봄맞이꽃 김 재 황 추위가 가고 나면 본바탕 마음이 열리는가? 나는 너에게서 하늘소리를 듣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햇빛 소리를 듣는다, 하늘과 만나는 아지랑이 소리를 듣는다, 나는 네가 착하디착한 숨소리로 예쁘디예쁜 봄을 부를 때마다 내 모든 것을 주고 싶다, 눈물까지 주고 싶다. (1990년) 대표 시 2022.02.27
싱숭생숭하다/ 김 재 황 싱숭생숭하다 김 재 황 내린 이슬이 차고 달다 하늘은 마냥 여위고 구름은 멀리 꽁무니를 뺀다, 밤에 살며시 나와서 눈썹을 가늘게 그리는 초승달 적막 속에 공연히 풀잎들만 싱숭생숭하다, 단박에 수줍은 꽃물이 든다. (2003년) 대표 시 2022.02.27
별이 새롭게/ 김 재 황 별이 새롭게 김 재 황 낮은 들판으로 또 하나의 유성이 졌다, 서둘러 그쪽으로 가니 한 무더기의 풀더미 속에 별이 떨어져서 웃고 있다, 이 쇠별꽃 피었다가 지면 새로운 별이 다시 하늘로 뜰 것이다. (2003년) 대표 시 2022.02.27
맡고 듣는다/ 김 재 황 맡고 듣는다 김 재 황 바람 자락에 살짝 묻어온 풋내, 풀들의 그 푸른 속삭임 가슴으로 듣는 묵어 입을 열면 모든 말은 흩어진다. (2003년) 대표 시 2022.02.26
네 뒤에 내가 가며/ 김 재 황 네 뒤에 내가 가며 김 재 황 걸음이 무거우면 남자로 또 걸음이 가벼우면 여자로 성을 바꾸면서 가파른 산길을 가는 천남성 네 뒤에 내가 가며 네 그림자 밀고 가며. (2003년) 대표 시 2022.02.26
우주 음악/ 김 재 황 우주 음악 김 재 황 뜨거운 해가 이제 풀의 머리 위를 지나가 버리고 바람도 쓸쓸히 떠나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어둠에 묻히고 모두가 가 버린 지금 무거운 입술이 풀잎을 위하여 부는 피리 소리 떨리는 느낌으로 외롭게 만나는 우주 음악 내가 풀숲 곁을 지나가고 내 마음이 풀잎으로 들어가고 산줄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고 하늘을 접었다 폈다 하고. (2003년) 대표 시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