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김 재 황 엉겅퀴 김 재 황 서로 나누지 못한 사랑이 후회스러워 뜨겁게 자책하고 있다, 미소 한 점 남기고 돌아서 가 버린 이들 끈끈한 말이 묻어 있다, 슬픔이 고이던 눈빛 별이 되어 사는가, 달이 되어 뜨는가, 꿈이 되어 빛나면서 꿈속으로 스러져 간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4
닭의장풀/ 김 재 황 닭의장풀 김 재 황 보이느냐 어둠이 깔리는 자리 네가 눈을 감고 편안한 하루를 갈망할 때 바다는 네 입술처럼 죽어서 멀어져 갔다. 들리느냐 먼동이 열리는 소리 네가 홰를 치며 찬란한 아침을 불렀을 때 하늘은 네 눈빛처럼 살아서 밀물져 왔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4
오이풀/ 김 재 황 오이풀 김 재 황 나도 너와 같은 열정을 갖고 싶구나, 언약한 몸이면서도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을 켜고 싶구나. 과연 너처럼 불빛이 될 수 있을까,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날 남기고 떠나는 일생이 위안의 이삭을 낼 수 있을까. (1990년) 대표 시 2022.03.03
패랭이꽃/ 김 재 황 패랭이꽃 김 재 황 높은 산일수록 골이 깊다는 것을 알았다, 귀한 신분일수록 깊은 시름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멀리 잊었던 고향의 마을 뒷산을 오르며 나는 네 모습을 찾는다, 낮은 자리에서 오히려 높아져 있는 정든 네 이름을 부른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3
비비추/ 김 재 황 비비추 김 재 황 더위를 먹으며 피어난 꿈을 본다,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주름져 이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늘로 모여 앉은 목숨들 나는 안다, 서로 몸을 비비며 살고 싶은 소망을 안다, 한 무더기로 돋아난 그 꿈의 얼굴을 안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3
바보여뀌/ 김 재 황 바보여뀌 김 재 황 잡초 같은 삶이면서도 내 청춘은 바보였었네, 매운맛 하나 없는 내 사랑은 백치였었네, 소나기로 쏟아지는 고독을 여름 하늘에 뿌리면서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내 허욕만 무성했었네. (1990년) 대표 시 2022.03.02
너도바람꽃/ 김 재 황 너도바람꽃 김 재 황 산골에 댕기 들인 처녀 꽃 같은 모습이 되어 마음 떨림 잡은 몸짓을 흔들어 보이고 있느니. 봄을 맞는 떠꺼머리총각 나비 같은 미소가 햇살보다 더 눈이 부셔 또한 흔들리고 있느니. (1990년) 대표 시 2022.03.02
꽃며느리밥풀/ 김 재 황 꽃며느리밥풀 김 재 황 꽃으로 피어나서 며느리 볼에 붙은 밥풀처럼 사랑받고 싶다, 키 큰 나무와 풀에 둘러싸여서 귀여움을 받고 싶다, 나는 지금 운다, 눈 붉히는 울음은 내 참마음의 얼굴이다, 그분께 드리는 뜨거운 입술이다, 식구 많은 숲에 태어나서 꽃처럼 웃으며 살고 싶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2
구절초/ 김 재 황 구절초 김 재 황 낙엽 뒹구는 밤 풀밭에 나가서 피리를 부네 구절양장의 피리를 부네 눈시울 적시는 시름을 불면 흰 눈 밟는 소리로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는 달그림자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숨결로 내 슬픔을 달래시는 그분의 손길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훔치면 피리의 여음에 흔들리던 구절초도 웃고 있네. (1990년) 대표 시 2022.03.01
삿갓사초/ 김 재 황 삿갓사초 김 재 황 굶은 사람을 보면 자기 밥을 내어주고 헐벗은 사람을 보면 옷을 선뜻 벗어 주는 긍휼로 세상을 살다 간 사람을 알고 있지 욕심이 없으니 돈도 제대로 못 벌어 남편 노릇 아버지 노릇 변변히 못 해보고 풀처럼 물가를 떠돌다가 떠난 사람을 알고 있지. (1990년) 대표 시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