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주걱/ 김 재 황 끈끈이주걱 김 재 황 별이 조그만 눈을 뜨고 우주를 꿰뚫어 보듯 이 세상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눈빛 홍자색 유혹을 따르면 결국 점액의 타락 속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된다는 이치를 실험으로 보여 준다, 달콤할수록 독이어라 거짓 꽃 같은 환상이어라. (1990년) 대표 시 2022.03.07
짚신나물/ 김 재 황 짚신나물 김 재 황 옛날처럼 짚신을 열 켤레나 스무 켤레를 엮어 등에 짊어지고 천릿길 여행을 떠나려고 하네, 가다가 냇물을 만나 갈증 난 목도 축이고 걷다가 날이 저물면 우거진 나무 밑에서 시린 이슬을 피하려고 하네, 홀로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계실 분에게로 짚신을 갈아신으며 가려고 하네. (1990년) 대표 시 2022.03.07
금낭화/ 김 재 황 금낭화 김 재 황 개구쟁이 어린 시절 별로 간직할 것도 없으면서 주머니 많은 옷을 찾는다고 나는 핀잔을 들으며 자랐다, 나이 든 어느 날 깊은 산에 들어서니 가는 풀꽃 팔에 사랑의 꿀을 가득 채운 주머니들이 매달려 있었다, 만물을 빚으신 분께서는 결코 못 이루실 일이 없으심을 보여 주시고 계셨던 걸까. (1990년) 대표 시 2022.03.07
으름덩굴/ 김 재 황 으름덩굴 김 재 황 이제 사월이 가고 오월이 오면 나는 숲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이 몹시 불거나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골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길을 떠난다, 이때쯤 깊은 숲에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으름덩굴의 꽃이다, 나는 향기에 취했다가 돌아온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6
갈퀴덩굴/ 김 재 황 갈퀴덩굴 김 재 황 울긋불긋 물든 낙엽을 긁어모으면서 서정을 이야기했던 옛날 울긋불긋 그려 넣은 지폐를 긁어모으면서 성공을 이야기하는 오늘 모두 갈퀴를 들었지만 낮과 바처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6
솔나물/ 김 재 황 솔나물 김 재 황 솔을 들고 내 삶을 무슨 색으로 칠할까 망설였다, 이 세상 어디를 어떻게 닦을까 고민했다, 너는 벌써 솔을 들고 영광의 빛을 칠하는구나, 이 세상 어두움을 밝은 빛으로 닦고 있구나. (1990년) 대표 시 2022.03.06
질경이/ 김 재 황 질경이 김 재 황 수없이 밟히면서도 질기게 살아남은 목숨 오랜 풍상을 새기듯 내미는 이마마다 깊이 팬 주름살들 땀 흘려 일하는 즐거움으로 그저 묵묵히 더위를 머리에 이고 하늘에 입맞춤을 보낸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5
방동사니/ 김 재 황 방동사니 김 재 황 우리가 숨 쉬는 것은 살아있기 위해서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일어서기 위해서다, 우리가 일어서는 것은 걸어가기 위해서다, 우리가 걸어가는 것은 만나기 위해서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기대기 위해서다, 하늘에 영혼을 기댄 너를 보며 난 깨닫는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5
개구리밥/ 김 재 황 개구리밥 김 재 황 시골의 논에서 밤하늘 별빛만큼이나 살아있던 소리 개구리울음을 들어 본 지 그 언제냐 욕심이 제 눈을 찔러 한 치 앞도 못 보게 된 불쌍한 사람들 밤하늘 달빛만큼이나 정다웠던 얼굴 개구리밥을 만나 본 지 그 언제냐. (1990년) 대표 시 2022.03.05
매발톱꽃/ 김 재 황 매발톱꽃 김 재 황 하늘을 높이 나는 매는 눈을 빛내며 발톱을 세운다, 매를 흉내 낸 꽃이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보지만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세상은 한 자락 바람 구름 같은 욕망을 움키려고 세운 발톱이 애처롭기만 하다, 삶이 대체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또 무엇인가, 문득 고개 숙여 참회한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