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154

가을 이별/ 김 재 황

가을 이별 김 재 황 꽃이 늘 활짝 웃기를 바라듯이 달도 언제나 환하게 떠 있기를 원했는데 찬바람 한차례 불고 나더니, 추적추적 가을비가 땅을 적시고 가더니 꽃도 달도 소식이 끊겨 버렸다. 오로지 가슴에만 담아 두고 이제껏 내보이지 못한 풍선 한가슴 봄이 오면 비릿한 봄바람에 달처럼 부푼 꿈으로 날려 보내려고 했건만 마음먹으면 으레 늦는 것인가, 문을 두드리면 그땐 이미 떠난 것인가, 들판으로 나가니 꽃은 시들고, 아픈 기별만 마른 깃발을 흔들고- 눈시울 훔치며 고개를 드니 붉게, 달이 떠난 자리가 물들어 있다. (2014년)

대표 시 2022.02.23

나 그대에게로/ 김 재 황

나 그대에게로 김 재 황 우리 사랑이 조갯살 속에 박히는 진주 같은 아픔을 준다고 하여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 저 하늘에 떨고 있는 별빛 향하듯 그 첫새벽에 반짝거리는 눈빛 따르듯 나는 그대에게로 달려간다, 스스로 목숨 사르는 불나비가 되어 바람 앞에서 더욱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그래, 우리 사랑이 오늘 한낮에 시드는 꽃잎 같은 운명을 지녔다고 하여도. (1998년)

대표 시 202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