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붓꽃/ 김 재 황 타래붓꽃 김 재 황 들이 적고 산이 많은 메마른 땅으로 가서 산다, 가난한 산바람과 벗하며 잠들지 못하는 시인처럼 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운을 밟아 피어나는 한 줄의 시 채 마르지 않은 붓끝에서 짙은 묵향이 풍긴다. (1990년) 대표 시 2022.03.11
하늘나리/ 김 재 황 하늘나리 김 재 황 하늘은 만물의 고향 생명을 주신 분이 살고 계신 곳 그분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 귀를 열고 가슴을 열고 제 이름 부르시기를 바라며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소쩍새 같은 떠돌이 목숨이 품을 열고 계신 하늘 앞에서 손뼉 치게 기쁘다, 돌아갈 고향이 있어 입 벌리게 마냥 기쁘다. (1990년) 대표 시 2022.03.10
옥잠난초/ 김 재 황 옥잠난초 김 재 황 외로운 여인의 가슴 같은 옥비녀를 생각한다, 달빛에 기대어 반짝이던 눈물 같은 노리개를 떠올린다, 옷고름 적시는 그리움의 숨결이 하늘을 향해 부는 옥피리 소리 뼛속까지 녹아 흐르는 이승의 슬픔을 만지작거린다, 이 밤에 내 가슴에 안겨서 떨고 있는 사랑을 생각한다. (1990년) 대표 시 2022.03.10
고들빼기/ 김 재 황 고들빼기 김 재 황 봄철 그 씁쓸한 입맛을 잊지 않는다, 아침놀 묻은 그 몸빛을 오직 잊지 않는다, 그대는 이제 멀리 가 숨고 나는 사방으로 헤맨다, 그대 아니면 누가 어린 영혼으로 남아 있겠는가, 나의 쉰 목소리로는 그대를 다시 부르지 못한다, 내 굼뜬 걸음으로는 그대 그림자도 밟지 못한다. (1990년) 대표 시 2022.03.10
부들/ 김 재 황 부들 김 재 황 끝없이 일어섬은 살고 싶기 때문이다. 가볍게 흔들림은 춤추고 싶기 때문이다, 물 안에 발을 담그고도 땀 흘리는 여름을 즐겨 작대기 하나 세움은 꿈을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이 깊은 가을 몸 여위어 서걱거림은 이 질퍽한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9
도꼬마리/ 김 재 황 도꼬마리 김 재 황 내 모든 것 맡겨 의지할 분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고 싶은 마음 나는 알리라 네 마음이 꽃이 피어 내 사랑처럼 서러운가, 갈고리처럼 생긴 손으로 어떻게든 잡아 보려는 믿음 바짓가랑이에라도 매달려 하늘까지 따라가고 싶어라. (1990년) 대표 시 2022.03.09
복수초/ 김 재 황 복수초 김 재 황 이른 봄이 살그머니 산을 깨우는 소리 여기저기 숲 그늘에 떨어져서 꽃의 얼굴이 되고 있다, 겨우내 꽁꽁 싸 두었던 사랑이 다시 눈 속에 피어나서 꽃의 입술이 되고 있다, 표정을 잃은 시대에 살면서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 은혜로운 축복이냐. (1990년) 대표 시 2022.03.09
달맞이꽃/ 김 재 황 달맞이꽃 김 재 황 맑고 어여뻐라 눈믈 같은 이슬 떨어진 자리에서 어둠을 밟고 피어나는 꽃 그 창백한 얼굴을 들고 흰 소맷자락 날리며 달마중 나가는 여인의 모습 비록 꿈속에서 사는 구름 같은 일생이라고 하여도 사랑만은 버리지 못한다, 살며시 발소리 죽여 스란치마 끄는 그리움을 이 밤도 막지 못한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8
은방울꽃/ 김 재 황 은방울꽃 김 재 황 어리디어린 꽃대에 조롱조롱 매달린 은방울을 흔들 듯 어린이가 되고 싶었다, 가위눌린 꿈속에서 놀라 깨어날 때도 순수한 미소를 물고 싶었다, 은방울 소리에 깊이 잠든 영혼이 깨어나 때묻지 않은 사랑을 서로 나누고 싶었다. (1990년) 대표 시 2022.03.08
꿩의다리/ 김 재 황 꿩의다리 김 재 황 겅중거려 다리를 뻗고 뜨는 달을 그리려니 가늘게 되기만 하는 목숨 은빛 금빛 울음을 물고 바람을 따르려고 하네, 이승을 박차고 훨훨 단숨에 하늘로 가려고 하네, 살아서 돌에 벼린 부리 내뻗은 꽁지깃에 무늬로 아파지거니 흔들리는 억새 숲을 헤치고 화살처럼 날려고 하네. (1990년) 대표 시 202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