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14. 혈서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잎에 하나 둘 피가 .. 시 2008.10.08
(자선시 30편) 13. 사랑놀이 사랑놀이 김 재 황 어디만큼 쏘아 올렸나. 우레 소리로 홰를 차고 날아가서 번개처럼 깃을 펴고 꽃피운다. 높이 뿌려놓은 별빛 밟으며 하나로 어우러져 춤을 벌인다. 눈빛 뜨겁게 마주 닿으면 차가운 가슴에도 불꽃이 필까. 저 하늘에 피가 돌아서 어둠의 갈피마다 꽃물 들이고 타다가 스러져서 별을 .. 시 2008.10.07
(자선시 30편) 12. 라이따이한 라이따이한 김 재 황 눈 감으면 더욱 멀기만 한 아버지의 나라 빛바랜 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 그리며 한 장의 편지를 쓴다.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아버지의 주소 그 아득한 공간, 등에 꽂히는 눈총을 털어내고 밤마다 은하수를 건너서 한 장의 젖은 편지를 쓴다. 이제도 아물지 못한 이별의 상처와 먼 .. 시 2008.10.06
(자선시 30편) 11. 고향행 (자선시 30편) 11. 고향행 By 녹시 (0점) 2008-09-19 고향행 김 재 황 구파발을 지나 삼송리, 그리고 통일로를 마음이 먼저 달린다. 나란히 평행을 긋는 철길을 따라 푸른 들녘 좁은 논길을 따라 춥고 배고팠던 기억도 함께 달린다.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임진나루이듯 어쩌면 영영 고향은 나를 잊었을지.. 시 2008.10.05
(자선시 30편) 10. 목련꽃 부근 목련꽃 부근 김 재 황 이 세상에서 가장 가냘픈 입술이 고요함 속에서 열린다. 하얀 말 가벼운 노래가 어두운 담 밑에 눈처럼 내린다. 어느 작고 고달픈 꿈이 저토록 아름다운 날개돋이를 하였는가. 이 봄 새롭게 목숨 태어나 향기로워라 온 동네가 들썩거린다. 시 2008.10.05
(자선시 30편) 9. 달빛 아래에서 달빛 아래에서 김 재 황 금강산과 손이 닿아 있는 성대리 언덕으로 달빛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길이 끊겼다. 어둠을 밟고 걸어가야 할 이 땅의 바쁜 사람들 우거진 풀숲처럼 서로 얽히어서 얕은 잠에 빠질 때 그는 달빛 아래에서 꽃을 빚으려고 몸을 살랐다. 길을 이으려고 시를 썼다. 시 2008.10.04
(자선시 30편) 8. 시치미를 뗄까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 시 2008.10.03
(자선시 30편) 7. 먹붕어 뛴다 먹붕어 뛴다 김 재 황 한 대접의 맑은 물을 약모밀에게로 가지고 가서 밤새껏 달빛에 얼룩진 그의 얼굴을 닦아 준다. 먼동이 다가올수록 환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미소 그릇 속에 달이 갇힌다, 펄떡펄떡 먹붕어 뛴다. 시 2008.10.02
(자선시 30편) 6. 한란아, 너는 어찌 한란아, 너는 어찌 김 재 황 너는 어찌 똑같은 풀로 태어나 귀한 존재가 되었는가. 너는 어찌 외롭고 그늘진 곳에서 젖은 시름을 견디는가. 너는 어찌 추운 계���에 꽃 피어 매문 품격을 지키는가. 너는 어찌 잡혀 온 몸이면서도 높은 자리에 앉았는가. 너는 어찌 가난한 나에게로 와서 슬픈 의미로 .. 시 2008.10.01
(자선시 30편) 5. 낙성대 낙성대 김 재 황 사당동에서 까치고개를 오른 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서 별 하나 떨어져서 꽃다운 한 목숨 피어난 곳 거센 바람 앞에 촛불 같던 옛 나라 작은 몸 크게 나서서 굳게 지키고 그 숨결 머물러 아직도 뿌리고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아라. 천 년 .. 시 2008.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