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2. 인사동 거리 인사동 거리 김 재 황 새파란 숨결들이 물이 되어 흐르는 곳 몸과 몸이 맞닿으면 더욱 크게 빛을 내고 가슴엔 둥둥 떠가는 옥잠화가 핍니다. 그 걸음 가벼워서 절로 여울 이루는데 눈과 눈이 마주치면 더욱 곱게 불을 켜고 저마다 머리 뾰족한 버들치가 됩니다. 아무리 붐비어도 흐린 적이 없는 물길 한.. 시조 2009.07.05
(다시 시조 30편) 11. 행보 행 보 김 재 황 언제든지 내 앞길은 눈이 하얗게 내린 길 발걸음 내딛으면 ‘뽀드득’ 소리가 난다 새롭게 하루를 걸으며 찍어놓은 내 인발! 바라보고 가는 길이 꽤 길고 험하다 해도 땅바닥 힘껏 딛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 내 길의 외로운 발자국 선명히 남겨야 할 것. 혹시 누가 내 뒷길을 이담에 살필.. 시조 2009.07.04
(다시 시조 30편) 6. 눈물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김 재 황 무언가 어둠 속에 깨어짐을 당할 때면 저문 숲에 홀로 서듯 빈 가슴이 시려 와서 서럽게 눈이 젖는다, 저 미운 것 가물대게. 어쩌다 발에 밟혀 깨달음을 얻을 때면 둥근 달이 환히 웃듯 절로 마음 둥둥 떠서 기쁘게 눈이 젖는다, 이 고운 것 출렁대게. 시조 2009.06.27
(다시 시조 30편) 4. 활화산의 노래 활화산의 노래 김 재 황 안으로 부글부글 끓는 바윗물이 있어 쓸어도 안 감기는 눈을 가지고 살다가 때로는 엿본 틈으로 솟구치길 한다만. 우리들 가슴에는 불덩이가 담겨 있어 진정 주체하지 못할 뜨거움에 몸을 떨고 가다간 붉은 마그마 뿜어내는 그 신명! 시조 2009.06.24
(다시 시 30편) 23.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김 재 황 비워도 무거운 가지에는 어둠이 밤새도록 친친 감기고 푸른 숨결 의지한 하늘에서 우수수 우수수 별들이 떨어진다. 살기는, 산바람 힘겹게 넘는 외진 산골짝 가파른 땅 산 뒤에 또 산을 두르고 하루하루 엮어 가는 나무들의 꿈 그래도 오늘은 눈이 내린다. 날리는 눈발 속에 새로.. 시 2009.06.13
(자선시조 30편) 21. 고니 고 니 김 재 황 모여 앉기 좋은 자리 잘 마른 갈대숲 찾아 좋은 일 모두 비치는 물빛 가슴을 꿈꾸며 하얗게 짚어 나간 길, 또 한 차례 눈이 온다. 넓게 펼친 저 하늘에 그 가벼운 깃을 얹고 힘껏 뻗은 두 다리로 흰 구름을 밀어 낼 때 멀찍이 두고 온 호수 안고 웃는 임의 소식. 정성껏 지어야 한다, 밝은 .. 시조 2008.11.18
(자선시조 30편) 19. 셰르파가 되어 셰르파가 되어 김 재 황 얼마큼 끈을 조여야 옮기는 발이 편할까. 까만 눈동자들 모두 내 가슴에 품고 나서 가난을 앞장세우고 높은 산을 타야 하니. 등을 누르기만 하는 짐 덩이를 고쳐 메고 나른히 늘어지는 긴 능선을 접어 올리며 아직은 쉴 수 없는 걸음 돌아보지 않는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저 여.. 시조 2008.11.16
(자선시조 30편) 17. 이름에 대하여 이름에 대하여 김 재 황 얼마큼 안고 살아야 나와 한 몸을 이룰지 대문 밖에 내걸어도 낯이 설게 느껴지고 밤마다 날 찾는 소리, 꿈결처럼 들려온다. 목숨보다 중하다고 늘 말하며 살았으나 바람 앞에 섰을 때는 너무 초라한 내 깃발 두 어깨 축 늘어뜨린 그림자를 끌고 간다. 한 걸음씩 조심스레 착한 .. 시조 2008.11.13
(자선시 30편) 23. 함께 거니는 이 함께 거니는 이 김 재 황 눈이 내리는 날을 골라서 홀로 산으로 간다. 쌓인 눈 속에 고요가 작은 떡잎을 조용히 내밀고 있는 곳 잠들지 않고 서 있는 키 큰 먼나무 곁으로 간다. 흰 옷을 몸에 걸치고 먼나무와 ��께 거니는 이는 누구인지 나는 서둘러 산을 오르지만 그는 이미 가고 없다. 시 2008.10.18
(자선시 30편) 19. 물빛 눈으로 물빛 눈으로 김 재 황 나무의 눈은 잎에 머문다. 바람에 흔들리는 많은 잎들이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나를 본다. 나무와 눈길이 마주치자, 단번에 내 몸이 젖는다. 하지만 나무의 눈은 너무 멀다. 그 안에 비치는 별빛들이 나를 바라보며 하얗게 웃는다. 시 200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