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28. 웃고 있는 연리초 웃고 있는 연리초 김 재 황 붉은 입술이 달콤해서 나는 취했다. 감겨드는 손이 부드러워서 더욱 비틀거렸다. 날아가 버릴까 봐 마음을 항상 졸였다. 하지만 너는 내가 모르는 사이 훌쩍 떠나 버렸다. 슬픔을 견딜 수 없어서 산을 올랐을 때 너는 거기 있었다. 수줍게 꽃을 물고 웃었다. 시 2009.06.18
(다시 시 30편) 21. 겨울 산을 오르면 겨울 산을 오르면 김 재 황 거기, 고요가 살고 있다. 해묵은 기침 소리 모두 잠재우고 두툼한 햇솜이불 넓게 깔아놓고 하얀 숨결이 날개를 접고 있다. 낮아서 더욱 아늑한 자리 시린 바람 불어서 한껏 자유로운 곳 안 말해도 알아듣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분의 결코 늙지 않는 사랑 졸고 있는 산.. 시 2009.06.10
(다시 시 30편) 17. 손 씻은 하늘 손 씻은 하늘 김 재 황 바위의 움푹 팬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고, 늙은 소나무가 고달픈 그림자를 뻗어서 그 물에 손을 씻는다. 세상을 안은 눈빛이 잔잔하다. 내 호기심이 소나무께로 다가가서 그 그림자의 손을 잡아당기자, 산의 뿌리까지 힘없이 딸려 올라오고 빈 하늘만 몸을 떤다. 시 2009.06.05
(자선시조 30편) 19. 셰르파가 되어 셰르파가 되어 김 재 황 얼마큼 끈을 조여야 옮기는 발이 편할까. 까만 눈동자들 모두 내 가슴에 품고 나서 가난을 앞장세우고 높은 산을 타야 하니. 등을 누르기만 하는 짐 덩이를 고쳐 메고 나른히 늘어지는 긴 능선을 접어 올리며 아직은 쉴 수 없는 걸음 돌아보지 않는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저 여.. 시조 2008.11.16
(자선시 30편) 27. 숫된 새벽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산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 시 2008.10.22
(자선시 30편) 23. 함께 거니는 이 함께 거니는 이 김 재 황 눈이 내리는 날을 골라서 홀로 산으로 간다. 쌓인 눈 속에 고요가 작은 떡잎을 조용히 내밀고 있는 곳 잠들지 않고 서 있는 키 큰 먼나무 곁으로 간다. 흰 옷을 몸에 걸치고 먼나무와 ��께 거니는 이는 누구인지 나는 서둘러 산을 오르지만 그는 이미 가고 없다. 시 2008.10.18
(자선시 30편) 22. 지팡이 지팡이 김 재 황 네 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길이 멀고 험할수록 너는 나보다 한 발짝 앞에서 이 땅의 시린 가슴 조심스레 두드려 가며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과 마주치면 강을 건넜다. 그래도 내 젊음이란 천방지축이어서 내민 네 손길 뿌리치고 저만치 홀로 달려가 보기도 했었지만, 결국 작은 .. 시 2008.10.17
(자선시 30편) 19. 물빛 눈으로 물빛 눈으로 김 재 황 나무의 눈은 잎에 머문다. 바람에 흔들리는 많은 잎들이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나를 본다. 나무와 눈길이 마주치자, 단번에 내 몸이 젖는다. 하지만 나무의 눈은 너무 멀다. 그 안에 비치는 별빛들이 나를 바라보며 하얗게 웃는다. 시 2008.10.13
시9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 시 2005.10.31
나무에게서 배운다8 ♧♧♧ 아무리 좋은 옷과 기름진 음식이 있더라도 자유를 잃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사람의 손으로 키운 비자나무는 그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못하지요 하지만 산에서 자유롭게 자란 비자나무는 그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 모습을 보여요 그러므로 바람에 날리.. 감성언어 200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