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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포병 소위가 되어서 바랑스의 포병대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포병대의 임무는 무척 고된 일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 8시까지 자그마치 16시간 동안이나 계속해서 전투연습을 했습니다. ‘자그마치’는 원래 ‘자그마하게’에서 나온 말입니다. ‘자그마하게 말하더라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보통은 ‘적지 않게’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여간, 병사들을 오합지졸로 만들지 않으려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은 까마귀 떼처럼 ‘아무 규율도 통일도 없이 몰려 있는 무리, 또는 그러한 군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포병대의 군인들은 무거운 대포를 어깨에 메고서 산 위로 나르기도 하고, 벼랑이나 험한 골짜기를 만나면 밧줄로 당겨서 이리저리 운반해야 합니다. 더욱이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질퍽거리는 진창길에서 대포를 밀고 당기느라 온 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진흙’은 ‘빛깔이 붉고 차진 흙’ 또는 ‘질퍽질퍽하게 된 흙’을 말합니다. 여기에 ‘-투성이’가 붙어서 ‘진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이 ‘-투성이’는, 좋지 못한 것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음으로써 그것이 너무 많아서 ‘몹시 더러워진 상태임’을 말하거나 ‘유감스러움’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흙투성이’와 ‘먼지투성이’ 및 ‘낙서투성이’ 등은 ‘몹시 더러워진 상태’를 나타내고, ‘오자투성이’와 ‘실수투성이’ 및 ‘주름살투성이’ 등은 ‘유감스러움’을 나타냅니다. ‘진흙투성이’와 비슷한 말로, ‘흙감태기’라는 게 있습니다. 이는, ‘흙을 온몸에 뒤집어쓴 모양, 또는 그러한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킵니다. ‘감태기’란 ‘감투’의 속된 말이지요.
나 또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포병대 사병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대포’라는 게 쇳덩이가 아닙니까? 그 쇳덩이를 그 추운 겨울에 닦고 기름칠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나 이제는 그리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군대도 그 동안 많은 발전을 했으니까요. 다만, 예나 지금이나 훈련은 열심히 해야 합니다. ‘훈련할 때에 흘린 땀방울만큼, 전쟁할 때에 흘리는 피가 줄어든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장병 여러분은 이 말을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합니다.
16살의 나폴레옹은 오사바사하게 부하 사병들과 섞여서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오사바사하다’는 원래 ‘재미나게 이야기하거나 사근사근한 모양’을 표현한 의성어입니다. 지금은 ‘잔재미가 있다거나 성격이 붙임성을 지녔다.’는 뜻으로 씁니다. 그리고 ‘비지땀’은 ‘힘든 일을 할 때에 쏟아지는 땀’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비지’에다 비유했을까요?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비지’는 아주 흔한 먹을거리였습니다. 늘 보는 음식재료이니, 무엇보다 친근감을 가졌겠지요. 콩을 갈아서 헝겊에 싼 다음, 힘껏 짜면 콩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 떨어지는 콩물이, 정말로 뚝뚝 떨어지는 ‘땀’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나폴레옹은 장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장교랍시고 사병들이 일을 잘 하도록 독려나 하였을 터이지만, 나폴레옹은 역시 달랐습니다. 되바라지기는커녕, 그에게는 남들이 쉽게 지니지 못하는 호연지기가 있었지요. ‘되바라지다’는 ‘너그럽지 않고 포용성이 적으며 행동이나 하는 짓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야무지고 똑똑한 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뜻은 ‘물건의 모양이 툭 비어져 나와서 깊고 아늑한 맛이 없는 형태’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호연지기’(浩然之氣)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한, 넓고 큰 정기’를 가리킵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습니다.
맹자가 제(齊)나라에서 제자 공손축(公孫丑)과 나눈 대화입니다.
“선생님이 제의 대신이 되어 도를 행하신다면, 제를 틀림없이 천하의 제일로 만드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도 마음이 움직이시겠지요?”
“나는 나이 40이 넘어서부터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없네.”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그 방법은 용(勇)이네.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어떠한 것도 두렵지 않네. 그것이 바로 대용(大勇)이라네.”
“선생님의 부동심과 고자(告子)의 부동심에 대한 차이는 무엇입니까?”
“고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건 소극적이네. 나는 말을 알고 있네. 게다가 호연지기를 기르고 있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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