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조

춘곤증 오다

시조시인 2006. 3. 8. 01:01

         아, 그 춘곤증

 

 

점심을 먹고 나서 책을 들고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이 감겨 꾸벅꾸벅  

세상엔 춘곤증에게 이길 장사 없더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를 아내가

점심으로 차려 주었는데,

어찌나 맛이 좋던지 두 그릇이나 '뚝딱' 하였다.

배가 부르니 온 세상이 모두 내것인 양하여

점잖게 책을 잡고 앉았다.

그런데 춘곤증에 두꺼풀만 천근이 되어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선비 체면에 이게 무슨 꼴이냐?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장사가 춘곤증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게 바로 봄이 왔다는 증거이니,

꽃도 이제 머지 않아서 피어나리라. 

그 꽃을 볼 욕심에 다시 마음이 환히 밝아진다.

'들에는 꽃, 내 가슴에는 시'

이런 재미마저 없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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