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춘곤증
점심을 먹고 나서 책을 들고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이 감겨 꾸벅꾸벅
세상엔 춘곤증에게 이길 장사 없더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를 아내가
점심으로 차려 주었는데,
어찌나 맛이 좋던지 두 그릇이나 '뚝딱' 하였다.
배가 부르니 온 세상이 모두 내것인 양하여
점잖게 책을 잡고 앉았다.
그런데 춘곤증에 두꺼풀만 천근이 되어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선비 체면에 이게 무슨 꼴이냐?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장사가 춘곤증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게 바로 봄이 왔다는 증거이니,
꽃도 이제 머지 않아서 피어나리라.
그 꽃을 볼 욕심에 다시 마음이 환히 밝아진다.
'들에는 꽃, 내 가슴에는 시'
이런 재미마저 없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