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을 방문하다 소리울에서 김 재 황 가까운 사람끼리 바쁜 일을 잠시 접고 바람들을 한데 모아 빈 날개로 당도하니 아담한 모습의 산방 그 눈빛이 정다워. 깨끗한 앞마당에 잔디밭은 눈을 감고 아주 마른 뒤웅박은 꿈길 가듯 뒹구는데 주인이 나와 반기는 그 손길은 따뜻해. 기행시조 2006.03.20
축령산 아래에서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고요가 흘러내린 추위 속의 산골짜기 아직 어린 잣나무도 깊은 꿈이 새파란데 내 마음 머무는 둥지, 구름 위를 엿본다. 길 닿은 모퉁이에 가슴만큼 열린 마당 숨결 더운 공놀이로 그 이마는 땀이 배고 한 발짝 나앉은 까치, 하늘 보며 짖는다. 어둠이 찾아들면 도란도란 돋는 .. 기행시조 2006.01.20
현충사 견문 현충사 견문 김 재 황 활터 빈 자리에는 말 탄 바람 내달리고 그 기상 더불어서 긴 그림자 끄는 비각 안개 낀 역사 속으로 홍살문이 걸어간다. 깊은 밤 벼려 오던 장검은 남아 빛나니 두 주먹 불끈 쥐고 읽어야 할 난중일기 거북선 달린 물길이 하늘 위로 열린다. 옛집 그 방화산 기슭 맑은 마음 흐르는.. 기행시조 2005.12.19
매창묘 앞에서 (부안을 여행하며) 매창묘 앞에서 김 재 황 배꽃이 지는 날은 황톳길을 헤맸을까 날리는 흙먼지 속에 임의 걸음 살려 내면 그 두 뺨 붉은 그대로 봉두메에 나와 설까. 달빛이 시린 날은 거문고를 안았으리 다 해진 파도 소리 다시 가락에 얹힐 때 가냘픈 임의 손끝도 마음 줄을 퉁겼으리. (시작 노트) 몇 .. 기행시조 2005.12.12
만해마을 방문 일 박 김 재 황 새로운 바람으로 문이 열린 만해마을 저마다 꽃을 물고 백조들이 날아왔다 문학의 높은 열기에 해는 너무 짧았느니. 지구가 넓다지만 우리 가슴은 더 넓어 우주 그 중심으로 별빛 가득 모았으니 흐르는 개울마저도 하늘 소리 머금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밤은 더욱 깊었는데 시심에 젖.. 기행시조 2005.12.11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상황문학 제4회 문학기행) 밤눈 맞다 김 재 황 바람에 가랑잎이 구석으로 몰렸는데 눈이 온다 곤지암에 어둔 밤을 밀어내며 묵은것 모두 버려서 새로움의 환희로.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반짝이는 눈빛 따라 밝은 꿈을 띄워 놓고 힘차게 축복의 노래 나부끼는 열망들. 기행시조 2005.12.10
속초 영랑호에서 (상황문학 제2회 문학기행) 영랑호에서 김 재 황 서쪽에 설악을 두고 잠이 깊게 들었지만 예나 이제나 아득히 빼앗기게 되는 마음 그대가 꿈결인 듯 오네 젖은 소식 지니고. 홀로 머무는 범바위 이른 탁족을 즐기며 바다와 바람과 햇살, 4월 하늘 읊고 있네 가슴에 묵묵히 그대를 안아 보는 아침나절. 고.. 기행시조 2005.12.10
대구 팔공산에서 제3회 상황문학 문학기행(뒤에 보이는 석굴 속에 세 석불이 있다) 팔공산 석굴암 김 재 황 바람은 살금살금 산등성을 올라가고 물소리는 웅얼웅얼 골을 타고 내리는데 바위벽 좁은 공간에 세 석불이 머문다. 서둘러 천릿길을 셋이 걷는 중이라도 멀찌감치 합장하면 꿈인 듯한 천년세월 마음산 넓게 비.. 기행시조 2005.11.04
화진포에서 (상황문학 제1회 문학기행) 화진포에서 김 재 황 바다에 섬이 없으면 멋도 없지 않겠냐며 손대면 도망칠 듯 살짝 떠 있는 금구도 꽃다운 전설 하나는 감춰 두고 있겠구나. 진정 뜨거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등 휘게 달려와서 쓰러지는 파도 소리 해변을 홀로 거닐며, 지난 날을 돌아본다. 옆구리 .. 기행시조 2005.09.11
중국, 연변에서 (중국 여행 중에) 백두산 천지 김 재 황 벼르고 또 별러서 겨우 날을 잡았건만 올라가니 짙은 안개 수줍은 듯 덮여 있어 마음을 적셔야 할 곳 찾을 수가 없구나. 까마득한 벼랑 아래 어두움은 엎드리고 가파른 비탈 따라 검은 바위 누웠는데 어쨌든 내가 부르는 이름이야 다만 바람. 두 손을 모은 뜻이 .. 기행시조 200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