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김 재 황 천왕문을 들어서니 이명인가 범종 소리 나와서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이게 되는데 만세루 앉은 바람이 열반 속에 잠긴다. 명부전과 팔상전을 둘러보고 뒤로 가니 푸른 동백나무 숲엔 아직도 뜨거운 불씨 관음전 엷은 안개가 붉은 화두 던진다. 물러앉은 퇴설당을 살며시 반쯤 엿보.. 기행시조 2009.04.24
선운산을 바라보며 선운산을 바라보며 김 재 황 마음씨 보여주듯 너그러운 산등성이 긴 세월 안기어서 절 하나가 잠드는데 흐르는 맑은 물소리 그게 모두 노래더라. 그 붉은 동백꽃은 이른 봄에 바삐 지고 지금 막 파릇파릇 기지개 켠 꽃무릇들 어쩌면 깊은 숲속엔 하얀 신선 살겠더라. 기행시조 2009.04.22
고인돌박물관에서- 고창 고인돌박물관에서 김 재 황 우리를 맞고 있던 거기 모로모로열차 풍선 같은 마음으로 모두 자릴 잡자마자 신나게 종종걸음으로 작은 내를 건넌다. 눈앞에 펼쳐지는 선사시대 고인돌들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지장석곽식 빛나는 세계문화유산이 꽃잎처럼 떠간다. 기행시조 2009.04.21
고창읍성에서 고창읍성에서 김 재 황 말발굽 바람소리 막고 있는 성곽 아래 소나무 긴 그림자들 지난 역사 되새기고 맹종죽 우거진 숲에 선비 숨결 머문다. 문과 문 늘어서서 팔을 서로 얹어 끼고 옥 하나 바로 앉아 새파란 뜻 세우는데 객사의 대청마루로 꿈이 와서 잠든다. 해마다 잇고 있는, 혼이 깃든 답성놀이 .. 기행시조 2009.04.19
부안- 매창묘 앞에서 (사진은 2009년 4월 상항문학 문학기행에서 촬영) 매창묘 앞에서 김 재 황 배꽃이 지는 날은 황톳길을 헤맸을까 날리는 흙먼지 속에 임의 걸음 살려 내면 그 두 뺨 붉은 그대로 봉두메에 나와 설까. 달빛이 시린 날은 거문고를 안았으리 다 해진 파도 소리 다시 가락에 얹힐 때 가냘픈 임의 손끝도 마음 .. 기행시조 2009.04.18
세미원에서 세미원에서 김 재 황 독들이 모여앉아 살며시 숨을 내쉬고 연들은 깊은 잠에 봄이 온 줄 모르는데 참 길게 뻗은 길 위로 속삭임만 닿는다. 강물이 끊임없이 마음을 씻고 흐르면 검은 몸빛의 잉어들 어둔 바닥에 머물고 나란히 그림자 한 쌍 굵은 현을 퉁긴다. 나라를 사랑함은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어울.. 기행시조 2009.04.04
물향기수목원 물향기수목원에서 김 재 황 팔 벌리고 손님 맞는 나무들 뒤로 나서면 내려앉은 봄 햇살이 나른한 꿈 펼치는데 멀찍이 소녀 같은 복수초 수줍은 듯 웃는다. 걷다 보면 여기 저기 웅덩이들 열려 있고 옛 시절로 돌아가서 물수제비뜨는 마음 가까이 소년 같은 갯버들 참 즐겁게 뛰논다. 기행시조 2009.03.31
양수리에서 *사진: 윤성호 시인 제공. 2009년 3월 21일 찍음 두물머리에서 김 재 황 줄곧 아래로 흐르는 물갈래를 안고 가면 바싹 마른 갈대숲이 이른 봄을 그리는데 낯익은 돛단배 한 척, 바람 없이 춤춘다. 길은 가늘게 열려서 마냥 걸음을 이끌고 그저 가득 물멀미로 일찌감치 차는 봄빛 잘생긴 고목 한 그루, 어린 .. 기행시조 2009.03.27
부산문학기행- 자갈치시장에서 자갈치시장에서 김 재 황 안으로 들어서면 살아있는 비린 냄새 넘치는 물소리로 수평선은 멀어지고 더 크게 물고기들만 바다 숲을 가른다. 힘차게 헤엄치면 아가미는 시려 오고 불빛이 환할수록 찰싹 들러붙는 비늘 한 발짝 물러나 보니 부레들이 부푼다. 찬찬히 돌아보면 여기저기 섬인 것을 조그만 .. 기행시조 2008.11.30
부산문학기행 - 부산역에서 부산역에서 김 재 황 맨발로 부리나케 달려온 케이티엑스 이윽고 종착역에 사람들을 내려놓다 나와서 기지개 켜니 바닷바람 안기고. 사람들 말소리는 사투리라 정다운데 반기는 동백나무 터질 듯이 부푼 망울 따뜻한 남쪽 지방이 바로 여기 아닌가. 모처럼 찾았으니 기념으로 삼으려고 함께한 문우들.. 기행시조 200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