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시조

매창묘 앞에서

시조시인 2005. 12. 12. 07:20

  (부안을 여행하며)

 

 

                매창묘 앞에서

 

 

                                     김 재 황

 

 배꽃이 지는 날은 황톳길을 헤맸을까

 날리는 흙먼지 속에 임의 걸음 살려 내면

 그 두 뺨 붉은 그대로 봉두메에 나와 설까.


 달빛이 시린 날은 거문고를 안았으리

 다 해진 파도 소리 다시 가락에 얹힐 때

 가냘픈 임의 손끝도 마음 줄을 퉁겼으리.


 (시작 노트)             

 

 몇 년 전, 나는 부안의 매창묘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날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바람 속에 황토의 흙먼지가 많이 날렸기에 더욱 쓸쓸함이 감돌았다.

 매창은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기록을 보면, 1573년에 출생하여 1610년에 타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녀는 그렇게 짧은 일생을 살고, 부안읍 남쪽에 있는 봉덕리 공동묘지에 동고동락하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다. 그 이후로 그녀를 아끼던 사람들은 그 곳을 ‘매창이뜸’ 또는 ‘봉두메’라고 부른다.

 그녀가 이 땅을 떠난 지 45년 만인 1655년, 그녀의 무덤 앞에 작은 돌비석이 세워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3년 후인 1668년, 그녀의 작품집을 개암사(開岩寺)에서 발간하였다. 이 ‘매창집’(梅窓集)에는 그녀가 지은 몇백 편의 시 중에서 고을 사람들에 의해 구전되어 온 58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부안 고을 아전들이 이 시들을 모아서 개암사로 보냈고, 개암사에서는 이 작품들을 목판에 새겨서 시집을 간행하게 된 것이라고 전한다.

 매창은 부안현의 아전이었던 이탕국의 서녀로 태어났다. 그녀가 출생한 해가 계유년이었기에 ‘계생’(癸生) 또는 ‘계랑’(癸娘)이라 하였으며, ‘향금’(香今)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는데, 그 후 우여곡절 끝에 기생이 되었다. 그녀는 거문고를 잘 타고 시를 잘 지었다. 스스로 자(字)를 ‘천향’(天香)이라 하고, 호(號)를 ‘섬초’(蟾初)라고 하였다가 나중에 ‘매창’(梅窓)이라고 고쳤다. 지금, 매창의 묘는 지방기념물 제 65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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