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7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섹 세상] 편 콩제비꽃 그 숨결이 김 재 황 어디서 날아왔는지 작디작은 씨앗 하나 마당 가 분(盆)에 떨어져 작은 부리 내밀더니 여름내 깃을 다듬어 그 숨결이 뜨거웠다. 가을도 기울었는데 엷디엷은 푸른 줄기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방(房) 안으로 옮겼더니 겨우내 날갯소리에 꿈자리만 차가웠다. (2002년) (시작 노트) 빈 화분에 화초를 심으려고 흙을 담아 놓았는데, 어느 날인가 보니 아주 귀여운 풀이 수북하게 돋아나 있었다. 아, 그 빈 화분에 그렇듯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반가우면서도 신비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았다. 그 풀은, 다름 아닌, 콩제비꽃이었다.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건만, 어느새 꽃망울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콩제..

오늘의 시조 2022.09.10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풀밭에 서서 김 재 황 뛰노는 어린 마음 벌거벗은 몸짓으로 바람에게 손을 잡혀 들깻잎을 흔든 향기 어릴 적 검정고무신이 고향 들녘 찾는다. 소매로 코를 닦고 휘파람도 부는구나, 냇물처럼 발을 맞춰 물소리 그냥 이끌면 좁다란 마을 둑길에 미루나무 서서 본다. 피어난 하얀 웃음 잃지 않은 표정이여 들국화는 모여앉아 소꿉놀이 펼치는데 꿈 밖에 도깨비바늘만 바짓부리 잡는다. (2002년) (시작 노트)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다고 해도 모든 풀은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털여뀌’만 하더라도, 자세히 그 꽃핀 모습을 살펴보면 홍자색 작은 꽃들이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또 줄기에 작은 가시를 무수히 지니고 있다고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얻은 이 풀도, ..

오늘의 시조 2022.09.09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마음까지도 김 재 황 나무들 사이마다 물바람이 채워지면 깊숙이 들어앉아 눈을 감으시는 내 임 언뜻 본 알몸뚱이가 산안개를 둘렀네. 풀잎들 머리 위로 물소리는 출렁대고 가득히 들이켜시면 피어나는 초록 향기 임 따른 마음까지도 산빛으로 닦이네. (2002년) (시작 노트) ‘삼림욕’(森林浴)이란, 숲으로 들어가서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 싸여 몸과 마음을 휴양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삼림욕으로 병의 직접적인 치료 효과도 얻는다. 우리가 숲으로 들어가면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이는 곧 ‘테르펜’(Terpen)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테르펜은 정유(精油)에 들어 있는 한 무리의 ‘탄화수소’이다. 특히 이 물질은 소나무에 많다. 지금까지 약 140 종류의..

오늘의 시조 2022.09.09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조금만 더 나무에게 김 재 황 네 귀를 조금만 더 나무에게 열어 보렴 잎들이 전하는 말을 조금은 들을 수 있지 하늘이 전하는 음성 그때 겨우 알 수 있지. 네 눈을 조금만 더 나무에게 향해 보렴 꽃들이 그리는 춤을 조금은 즐길 수 있지 바다로 나가는 율동 그때 겨우 볼 수 있지. 네 손을 조금만 더 나무에게 주어 보렴 열매들이 익는 뜻을 조금은 짚을 수 있지 이웃을 껴안는 방법 그때 겨우 배울 수 있지. (2002년) (시작 노트)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나 귀한 존재이다. 나무 없이 우리가 단 하루라도 살 수 있겠는가. 그런 직접적인 혜택은 접어 두고라도, 우리는 나무로부터 참으로 많은 지혜를 얻는다. 나무의 잎은 늘 땀을 흘리며 일한다. 그 잎들이 부지런히 일해서 나무를 크게..

오늘의 시조 2022.09.09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동그라미 그 속에는 김 재 황 눈으로 새를 그려 물가에다 놓아주니 갈대숲 빈 언저리에 목울음을 쏟아 놓고 가벼운 날갯소리로 하늘 높이 날아갔네. 새가 머물렀던 곳에 물 주름은 사라지고 실잠자리 찾아와서 동그라미 치고 있네 그 안을 들여다보니 세상일이 모두 보여. (2002년) (시작 노트) 명상(暝想)은 ‘지켜봄’(witnessing)이라고 한다. 이는, ‘목격자’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렇다 명상은 ‘지켜보는 자’가 됨을 말한다. 그렇게 명상을 통해 이해(理解)되고 각성(覺醒)된다. 명상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모든 것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물이 흐르는 듯하고, 호흡처럼 무의식적이다. 명상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감정적 상태의 균형을 만들기 위한 가장 간단하고 가장..

오늘의 시조 2022.09.08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저 하늘을 바라보며 김 재 황 너무나 멀고 깊어 내가 닿을 수 있을까 그 물빛 너무 맑아 내가 머물 수 있을까 가만히 바라다보면 왠지 자꾸 눈물 난다. 어둠이 깔릴 때면 더욱 감감한 속사정 저 별들 이야기도 깜박깜박 쏟아지고 공연히 그리운 얼굴만 더듬더듬 떠서 온다. 얼마나 넓고 긴 강, 거기 흐르고 있는지 뜨는 듯 잠기는 듯 뭉게구름 노니는데 조용히 내 안 슬픔을 먼저 띄워 보낸다. (2002년) (시작 노트) 나는 가슴이 답답할 때면 곧잘 하늘을 바라본다. 넓은 우주 속에 내 존재가 아주 작고 초라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하늘이 마지막에 내가 돌아가서 머물 곳이라고 생각하면 더없이 위안이 된다. ‘하늘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며, 위대한 생명의 빛이 존재하는..

오늘의 시조 2022.09.07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쏘가리 김 재 황 황갈색 몸뚱이에 검은 반점 새겨 넣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가서는 그림자들 그 큰 입 더 긴 아래턱 심술마저 내보인다. 훤히 바닥이 비치는 자갈밭의 맑은 물속 먹이를 잡을 때는 표범처럼 날래지만 보통은 바위 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다. 생김새 그러해도 암수 금실 아주 좋아 일평생 함께 살며 새끼들을 길러 낸다 복사꽃 피어날 때면 비늘 더욱 반짝이고. (2002년) (시작 노트) 쏘가리는 농어과에 딸린 민물고기이다. 보기에 입이 크고 아래턱이 좀 길다. 그래서 험상궂게 보인다. 게다가 온몸에 얼룩무늬를 지니고 있다. 좀더 자세히 살피면, 몸빛은 검은 빛을 띤 누른빛이고 머리와 등에는 자줏빛과 잿빛의 무늬가 많아서 고운 느낌도 든다. 알은 5월부터 7월까지 낳는다..

오늘의 시조 2022.09.07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꺽 지 김 재 황 결코 잊지 못하는 일 간직하고 살아가듯 폭넓은 가로띠 여럿 더욱 검게 둘러놓고 네 이름 ‘한국의 농어’ 자랑스레 내세운다. 물속에서 사는 네게 무슨 목마름 있기에 그리 강한 가시들을 평생 내내 얹고 사나, 활짝 편 꼬리지느러미 둥근 마음 내보인다. 상류로 힘차게 올라 자갈밭에 터를 잡고 아주 시린 숨소리로 작은 꿈을 빚고 있다 누군가 손님 찾아와서 너를 돕는 초여름날. (2002년) (시작 노트) 꺽지는 지방에 따라 ‘꺽더구’ ‘꾹저구’ ‘꺽저기’ 등으로 부른다. ‘한국의 농어’라고 하면, 바로 이 꺽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꺽지는 쏘가리와 비슷하다. 그 차이는 쏘가리보다 주둥이가 덜 뾰족하다는 점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 강한 가시를 지닌..

오늘의 시조 2022.09.06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어름치 김 재 황 굵고 무딘 주둥이로 무슨 사연 펼치는가, 아가미 갖춘 몸은 침묵하며 산다지만 저 시린 물줄기 따라 하소연도 흘러간다. 은빛 몸에 어룽어룽 근심은 무늬가 되고 계곡을 벗어나면 더욱 가파른 물길 그 목숨 힘겨운 여정에 산란탑도 쌓는다. (2002년) (시작 노트) 어름치는 우리나라 한강과 금강에서 주로 발견되는 특산종이다. 나는 이 민물고기를 강원도 두타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물고기는 ‘얼음치’라고 표기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물속에서 어른거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므로, 나는 ‘어름치’를 택했다. 어름치는 보통 20㎝의 크기가 흔하다. 하지만 최대로 자라면 40㎝에 이르기도 한다. 몸의 후반부는 가느다란 원통꼴이고, 한 쌍의 입수염을 지녔다. 점잖은 ..

오늘의 시조 2022.09.06

연시조 1 편

[내 사랑, 녹색 세싱] 편 산천어 김 재 황 아름다운 네 자태에 꽃구름은 비켜 가고 민첩한 네 행동에 넋을 잃은 산들바람 그렇지 ‘계류의 여왕’ 그 말이 꼭 어울리네. 천수를 누리기 힘든 삼 년 남짓 너의 생애 몸으로 닦는 시름 깊어 가는 계곡 위로 선명한 ‘고행의 무늬’ 저 놀처럼 붉어 오네. 이따금 출렁거려 가슴께로 오는 바다 동해는 늘 옆에서 이제 오라 재촉하네 긴 꿈에 검게 된 몸뚱이 여위는 이 가을에. (2002년) (시작 노트) 산천어는 아름다운 자태와 민첩한 행동 때문에 ‘계류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에 서식하고 있으며, 맑고 찬 물에서만 살 수 있으므로 수온 10도 이하의 깊은 계곡으로 가야 만날 수 있다. 나는 이 산천어를 강원도 고진동 계곡에서..

오늘의 시조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