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6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까마귀 김 재 황 섬뜩한 느낌으로 몸뚱이에 깃이 돋고 밤마다 별을 찾아 어둠을 헤치며 운다, 앉아도 쉴 수 없어라 달빛 묻은 나뭇가지. 숲에 사는 검은 숨결 어느 문상 다녀올까, 조그만 등불 앞에 사뭇 흔들리는 목숨 펼치면 그 날개 밑으로 악한 마음 몰려든다. 겨울바람 무거워라 목말을 태우고 난다, 부정한 너의 발자국 저 하늘에 묻지 않게 까맣게 잊은 소문을 가슴 가득 껴안으며. (2002년) (시작 노트) 까마귀는 철새일까 텃새일까. 아마도 그 답은 ‘텃새도 있고, 철새도 있다.’가 맞을 성싶다. 까마귀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다. 개활지와 농경지, 그리고 흔히 시골 근처에 산다. 번식은 농촌의 인가 부근이나 도시․산지․해변 등의 침엽수 높은 가지 위에..

오늘의 시조 2022.09.01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해오라기 김 재 황 낮이면 숲에 올라 풋잠 속에 들다가도 회회청 먹인 길에 정을 쪼는 여문 부리 여울로 회향해 오는 물색 짙은 넋이여. 밤이면 늪에 내려 어둠 밖을 더듬다가 동동무 추는 물이 낙점 찍은 흐름 위에 별빛을 거두어 이고, 살아나는 그 숨소리. 뒤바꿔 사는 일상 감춘 울음 숨긴 맵시 비비상 접어 품고 선에 드는 꿈밭 갈면 안개가 걷히는 곳에 문득 목련꽃 보인다. (2002년) (시작 노트) 물가에 서서 물고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해오라기’를 보면, 강태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무렵부터 새벽녘까지 물고기가 아주 가깝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낚아채는 그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먹이는 다양하다. 붕어 등의 작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개구리․..

오늘의 시조 2022.08.31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물총새 김 재 황 바람 차가운 날은 더욱더 시퍼런 몸빛 새벽 별 바숴지는 여울 하나 흘려 둔 채 녹두꽃 떨어진 자리 그 울음을 물고 산다. 벼랑의 깊은 굴에 졸인 마음 숨은 목숨 퍼붓는 장맛비에 앙가슴이 젖어 들면 밤마다 차는 서러움 긴 둑 무너지는 소리---. 맨 처음 날갯짓은 어느 늪을 향했던가, 머리 푼 청포 장수 저 하늘로 떠나간 길 어두운 갈대밭에서 꿈을 찾는 파랑새여. (2002년) (시작 노트) 물총새는 개울가나 호수․저수지 근처의 숲속에 산다. 이 새도 자기의 영역을 지키는데, 다른 새가 침입하면 공격한다. 특히 뱀을 무서워하기 때문인지, 흙으로 된 절벽의 구멍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른다. 내가 어렸을 때, 한번은 장마에 뒷동산의 비탈이 무너져 내렸다. 그때 ..

오늘의 시조 2022.08.31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시조] 편 동박새 김 재 황 올마다 고운 그늘 작은 몸을 깃들이 숲 부리를 닦아 내고 햇살 모아 둥지 틀면 울다가 지친 바다가 꽁지 끝에 다가온다. 함박눈 내린 날은 동백잎에 꿈을 묻고 적요가 뚝뚝 지는 백록담을 바라보면 저 하늘 시린 음성이 꽃잎처럼 떨어진다. 바람이 노는 소리 깊은 어둠 깨우는 날 웅크린 그 목숨은 등 빛보다 더 시려도 기도로 열린 가슴에 섬 하나를 껴안는다. (2002년) (시작 노트) 내가 제주도 서귀포에 살 때, 동박새를 꽤 자주 만났다. 우리 집 뜰에 동백나무를 심어서 가꾸었는데, 꽃이 필 적이면 동박새가 찾아와서 온종일을 놀았다. 몸길이가 10㎝ 정도나 될까. 보면 볼수록 작아서 귀엽다. 울릉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박새는 등이 황록색이고, 가슴은 황..

오늘의 시조 2022.08.31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고니 김 재 황 모여앉기 좋은 자리, 잘 마른 갈대숲 찾아 좋은 일 모두 비치는 물빛 가슴을 꿈꾸며 하얗게 짚어 나간 길, 또 한차례 눈이 온다. 넓게 펼친 저 하늘에 그 가벼운 깃을 얹고 힘껏 뻗은 두 다리로 흰 구름을 밀어낼 때 멀찍이 두고 온 호수 안고 웃는 임의 소식. 정성껏 지어야 한다, 밝은 빛 고이는 둥지 편히 머물 네 시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닦인 듯 반짝이는 숨결 남기고 떠나야 한다. (2002년) (시작 노트) 고니는 아름답다. 온몸이 희어서 ‘백조’라고도 부른다. 고니가 물 위를 달리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광경을 볼 때마다 나의 숨은 멎는다. 풀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은 춤사위를 밟는 듯하고,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서 먹이를 잡는 모습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

오늘의 시조 2022.08.30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박달나무 김 재 황 주름살 가로 접고 허리 굽혀 줍는 햇살 오르고 또 올라도 끝 안 보이는 숲길에 야무진 우리 성품이 남루를 두르고 선다. 추위와 배고픔을 품에 안고 꿈을 꾸면 여린 불빛 감싸고서 막을 여는 삶의 무대 징 소리 넓은 바람만 객석 가를 맴돈다. 인고로 닦은 몸이 무늬 빚어 쓰리던가, 가벼운 입성 걸친 말도 버린 내핍으로 저만큼 영혼이 먼저 제 갈 길로 접어든다. (2002년) (시작 노트) 우리나라에는 박달나무가 흔하다. 전라도와 황해도를 제외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쉽사리 자생하는 박달나무를 만날 수가 있다. 박달나무는 자작나뭇과에 딸린 큰키나무이다. 줄기는 회흑색을 띤다. 비교적 오래 살고 추위를 즐긴다. 설악산이나 묘향산 부근에는 특히 박달나무가 많다. 옛..

오늘의 시조 2022.08.30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조팝나무 김 재 황 물오른 안간힘에 옴츠린 상념이 깨어 부스스 눈을 뜨는 성깔이 빳빳한 기둥 바다로 모험의 돛을 예지처럼 펼친다. 힘들게 뜻을 모은 은백색 깃을 달고 살포시 구름 위를 춤을 열 듯 비상하면 하늘엔 흰 물새 떼가 자욱하게 머문다. 어렵게 사는 목숨 모진 바람 부는 꿈속 가슴 푸른 소식들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숨소리 가늘게 열고 눈송이를 흩는다. (2002년) (시작 노트)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함북을 제외한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는데, 산기슭의 양지나 밭둑 등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장미과에 속한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5월이 되어야 꽃이 핀다. 즉,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는 3월 하순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4월에는 대둔산의 낮은 지역과 덕유산 및..

오늘의 시조 2022.08.30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고로쇠나무 김 재 황 일찍이 뜨는 눈은 어스름에 잠을 털고 먼동의 나루에서 은하수를 건너가네 기도는 응답을 얻어 하늘 문이 열리는데. 아픔만 젖어 드는 시련 깊은 생채기들 눈물을 흘린다네 영롱한 이슬빛으로 지극한 이웃 사랑이 그릇마다 담기네. 언제나 빛인 그분 바라보고 사는 목숨 끝까지 따라가면 받아 줄 믿음이기에 오늘도 나는 연습을 하고 있네, 고로쇠는. (2002년) (시작 노트) 고로쇠나무는 산지의 숲속에 자생하는데, 충청북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이 나무는 단풍나무과에 딸린 갈잎 큰키나무이다. 키는 20m쯤 자라고, 잎은 단풍나무와 비슷한 손바닥 모양이다. 암수한그루로, 꽃은 가지 끝에 산방화서(繖房花序)로 달리며, 5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내가 고로쇠나..

오늘의 시조 2022.08.29

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진달래 김 재 황 흰 추위 밀어내고 노란 햇살 지핀 봄날 아궁이 부서진 곳 숨긴 손이 기어 나와 연분홍 치맛자락에 불을 옮겨 붙인다. 손짓을 따른 여인 그 뺨에 물든 수줍음 살며시 닿은 입술 더운 인정 확인하는 향긋한 화전놀이로 설레는 꿈 달래는가. 자갈밭 어지럽게 떨어져 피어난 마음 멀찍이 그리움이 아지랑이 위로 뜰 떄 피 흩는 두견 울음을 산에 남겨 놓으리. (2002년) (시작 노트) 우리나라의 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가 진달래인 듯싶다. 진달래는, 잎도 피기 전에 꽃부터 먼저 피어, 봄을 가장 빨리 알린다. 하지만 꽃이 너무 가냘프고, 또 피었다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애처로움이 있다. 진달래꽃을 한문으로는 두견화(杜鵑花)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두견..

오늘의 시조 2022.08.29

연시조 1편

[네 사랑, 녹색 세상] 편 구상나무 김 재 황 더위를 안기 싫어 산정으로 숨을 끌면 촘촘히 조여 오는 아프도록 시린 연륜 외롭게 푸른 자존을 침을 찔러 일으킨다. 높직이 쳐든 머리 꼿꼿한 기상을 얹고 그 넓은 앞가슴에 장한 외침을 묻으면 밤에도 눈뜨는 혼이 별빛처럼 다가선다. 피안까지 기어가는 산줄기를 타고 앉아 목마른 염원으로 그려 내는 열반의 꿈 가벼이 하얀 숨결만 안개 속을 날아간다. (2002년) (시작 노트)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에 지구가 만들어지고, 그 한참 뒤에 생명이 탄생했다. 그때에는 더운 여름만 계속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그런 날씨 속에서 식물들은 그저 자라기만 하다가, 차차 기후가 변하여 겨울이 생기자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씨앗을 만들었을 성싶다. 그렇게 얼음이 ..

오늘의 시조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