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을 보면
김 재 황
어느 부엌에 걸려 있는 너를 보면
그 집의 후한 인심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크고 우묵한 가슴으로
얼마나 많은 이의 배고픔을 달래 왔을까
네가 마당 한쪽에 내어 걸리니
그 하루는 바로 즐거운 잔칫날
온 동네 사람들이 배를 두드릴 수 있다
너를 위해 마른 장작을 지피고
김이 무럭무럭 날 때까지 기다리면
복사꽃 살구꽃이 피었다가 진다
지은 밥 모두 퍼서 골고루 나누어 주고
밑바닥에 마지막으로 남은 누룽지
또 그 숭늉 맛을 무엇이 따를 수 있겠는가
남에게 많이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길이기에
너는 끝까지 뜨거움을 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