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올희 댤은 다리/ 김구

시조시인 2023. 12. 16. 15:07

8. 올희 댤은 다리/ 김구   
 

[원본]

올희 댤은 다리, 학긔다리 되도록애
거믄 가마괴, 해오라비 되도록애
享福無彊하샤 億萬歲를 누리소셔.  

[역본]

물오리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될 때까지
시꺼먼 까마귀가 해오라기 될 때까지
끝까지 크나큰 복을 오랜 세월 누리소서. 


[감상]

  김구(金絿 1488~ 1534)는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서예가로, 자(字)는 ‘대유’(大柔)이고 호(號)는 ‘자암’(自庵) 및 삼일재(三一齋)이다. 본관은 광주(光州)인데, 1507년 생원과 진사 양쪽 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벼슬이 부제학(副提學)에 올랐으나 사화에 연루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글씨를 잘 썼는데 인수방(仁壽坊)에 살았으므로 그의 글씨체를 인수체(仁壽體)라고 불렀다. 을묘사화로 조광조 등과 해남으로 유배되었다가 중종 29년에 생을 마감했다. 화전별곡(花田別曲) 등이 전한다.
  ‘올희’는 ‘오리’인데 3,4調로 마주기 위해 물오리라고 했다. ‘댤은’은 ‘짧은’이고 ‘되도록애’는 ‘될 때까지’라는 뜻이다. ‘해오라비’는 ‘해오라기’를 가리키는 말인데, ‘하얀 새’를 나타낸다. 어느 날, 김구가 옥당(玉堂)에서 숙직할 때 중종이 그곳으로 왔다. 중종은 달이 밝아 후원에 나왔다가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찾았다고 했다. 그래서 주찬을 차리게 되었다. 이 시조는 그때 지어 부른 두 수 중의 하나라고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