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큼한 맛을 지닌 며느리배꼽
김 재 황
옛날, 어느 부모가 장성한 딸을 시집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부모는, 시집살이는 여간 행동거지를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실수를 해서 구설수를 만들기 십상이었기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삼 년 동안은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보아도 못 본 척하며 또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딸에게 단단히 일러서 보냈습니다.
딸은 부모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삼 년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답답한 사람들은 시집식구들이었습니다. 맞아들인 며느리가 벙어리요, 귀머거리요, 게다가 눈 뜬 장님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들 눈에 차츰 그 며느리가 바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신 며느리는 우리 집안에 필요 없으니, 친정으로 가거라.”
어느 날,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이 말 한 마디로 시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따라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탄 가마가 친정 마을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숲 속에서 꿩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갔습니다. 며느리는 가마 속에서 무심코 말했습니다.
“어머, 저기 꿩이 날아가네.”
그 말을, 시아버지가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시아버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게 기뻐한 것은, 며느리가 꿩이 나는 소리를 들었으니 귀머거리가 아니고, 또 꿩을 보았으니 장님도 아니며, 게다가 말까지 했으니 분명 벙어리도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아버지가 가마채를 돌려서 집으로 되돌아가도록 했음은 물론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 그 며느리가 다시 시댁으로 돌아간 후의 일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과연, 그 시어머니는 한 번 미워해서 쫓아 내려고 했던 며느리를 다시 받아들인 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귀여워하였을까요?
옛 속담에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미운 사람에게 대하여서는 공연히 트집을 잡아서 억지로 허물을 지어내어 나무란다는 뜻입니다.
미우면 발뒤축뿐이었겠습니까. 열매를 싼 꽃받침이 툭 불거져 나와서 우스꽝스럽게 배꼽 모습을 보이자, 대뜸 미운 며느리가 생각나서 그 이름을 ‘며느리배꼽’이라고 붙였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며느리배꼽’ 또한 덩굴진 줄기에 불만의 작은 가시들이 많이 돋았으며, 그 잎사귀는 모가 난 심술의 삼각형이되었겠지요.
네가 세운 가시에
네 이웃이 할큄을 당했기에
그토록 미움을 사게 되었다
삼각형의 잎사귀에는
모가 난 심술이 보이고
열매를 싼 꽃받침은
배꼽을 닮아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나는 알지, 너의 본심을
새큼한 그 서정을 알지
이제는 가슴을 열어 보이렴
따뜻한 사랑도 꺼내 보이렴
一졸시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은 마디풀과에 달린 한해살이 풀입니다. 길가나 빈터에서 자라는데, 한여름에 줄기 끝에 여러 개의 엷은 녹백색의 잔꽃이 이삭 모양으로 피며, 꽃잎은 없고 깊게 갈라진 꽃받침이 있습니다. 수술은 8개, 암술대는 3개입니다. 열매는 구형의 수과(瘦果)로서 흑색이며, 광택이 나고 하늘빛이 나는 다육질의 꽃받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며느리배꼽은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식물입니다. 꽃과 열매뿐만 아니라, 풀 전체를 약재로 씁니다. 생약명으로는 ‘자리두’(刺梨頭), ‘호설초’(虎舌草), ‘강판귀’(扛板歸), ‘용선초’(龍仙草) 등으로 불립니다. '이뇨' '해독' '소종' 등의 효능이 있어서 당뇨병과 '요독증' 및 '황달' '백일해' '편도선염' '임파선염', 그리고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 등의 치료에 쓰입니다.
며칠 전, 미국에 사는 대학교 여자 동기동창이 나의 ‘풀꽃 시집’을 보고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꽃들의 험악한 이름에 대해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에게 노여움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며느리배꼽’과 같은 이름을 두고 한 말이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