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3 아름답게 걷고 있는 산꿩의다리 김 재 황 7월의 문턱을 들어선 어느 날이었습니다. 모처럼 비가 그치자, 햇살에 눈이 부셨습니다. 나는 책상 앞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무작정으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청평행 버스를 탔습니다. 터미널에서 차를 내리니, 멀리 산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 이름.. 들꽃 2005.09.17
나무2 긴 명상에 잠겨 있는 주목 김 재 황 나는 태백산 천제단 근처에서 천년 세월을 몸에 두르고 긴 명상에 잠겨 있는 한 주목을 만났다. 태고의 신비를 은은히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숨기고 말없이 모진 세월을 견디어 온, 주목 앞에서 나는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서 풍상에 깊이 팬 주름살을 .. 나무 2005.09.16
산문4 ‘박새’라는 이름의 식물과 동물이 있다 - 김재황 이름은 중요하다. 좋은 이름을 지닌 사람은 우선적으로 좋은 인상을 준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동명이인(同名異人)도 많다. 물론, 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이 또 있다는 게 즐거울 리는 없다. 그러나 그 중에 한 사람이 유명해지면, 다.. 산문 2005.09.16
들꽃2 산에서 길을 밝히는 초롱꽃 김 재 황 산으로 올라가서 등불을 켜고 들로 내려와서 종을 울린다 눕��� 일어나는 때를 알려 세상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어디에나 있는 문이 오늘은 땀 맺힌 초롱꽃에서 열린다 빛과 소리가 날개를 달고 천사처럼 사랑을 전한다 ―졸시 ‘초롱꽃’ 종지기 노인이 있었.. 들꽃 2005.09.15
나무1 잿빛 옷을 걸친 서어나무 김 재 황 사람은 누구나 자연에 안기기를 좋아한다. 봄이면 꽃을 찾아서 취하고, 가을이면 단풍을 만나서 젖는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마구 산과 들을 황폐하게 만든다. 마지막 안식처인 자연을 잃는다면, 과연 어디에서 병든 우리 영혼을 위안받고 치료.. 나무 2005.09.14
들꽃1 허리 꼬부라진 할미꽃 김 재 황 올 봄에도 할머니 무덤 가에 힘드신 숨결이 돋아났구나 나를 등에 업어서 키우시느라 굽으신 허리 여전히 지니셨구나 할머니는 지금도 응석둥이 나를 못 잊으시는가 이 봄내 온 산자락 다 밟으시며 내 이름 크게 불러, 날 찾으시는가 아, 그 흰 머리카락에 나는 공연히 .. 들꽃 2005.09.14
시5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 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자리에 하나 둘 피가 .. 시 2005.09.14
시4 소나기 목욕 김 재 황 세찬 빗발 속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에 버짐 핀 얼굴로 ‘소나기 목욕’을 하던 일이 떠오르네 벌거벗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가 그저 서 있기만 하면 소나기가 알아서 몸을 다 씻겨 주었지 우리는 간지러움에 낄낄거렸네 저 플라타너스도 그때 그 재미 알고 .. 시 2005.09.13
동화3 손자와 금어초 김 재 황 밝은 해가 떠올라서 거울처럼 맑은 호수를 비춥니다. 잔잔하게 이는 물살에 은빛 잔비늘이 박히고, 채 여미지 못한 산자락 하나가 물에 살며시 잠깁니다. “따라갈 테여요.”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고 떼를 씁니다. 전 같으면 ‘안 돼, 넌 아직 어리니까.’하고 뿌.. 아동문학 2005.09.12
화진포에서 (상황문학 제1회 문학기행) 화진포에서 김 재 황 바다에 섬이 없으면 멋도 없지 않겠냐며 손대면 도망칠 듯 살짝 떠 있는 금구도 꽃다운 전설 하나는 감춰 두고 있겠구나. 진정 뜨거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등 휘게 달려와서 쓰러지는 파도 소리 해변을 홀로 거닐며, 지난 날을 돌아본다. 옆구리 .. 기행시조 200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