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7. 비워 놓은 까치집

시조시인 2009. 5. 23. 23:04

        비워 놓은 까치집


                 김 재 황




미루나무 꼭대기에 높이 지은 집 하나

지붕이 아예 없으니 오히려

맑고 밝은 달빛이 정답게 내려앉는다.

그분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앉으니

고운 손길이 바닥을 가볍게 쓰다듬는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져도

그치면 보송보송 잘 마르는 자리

때로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와도

숭숭 뚫린 구멍으로 모두 빠져 버리니

가난한 그 집엔 아무런 근심이 없다.

지금은 누구든지 와서 편히 머물다 가라고

비워 놓고 떠난 집

별빛들이 내려와서 하룻밤을 묵는다.

미루나무 많은 잎들이 소곤거리는 소리

가물가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저 먼 북극성과 남극성도 같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