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12장, 다섯 가지 빛깔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14. 07:53

길- 제12장

다섯 가지 빛깔은 





 다섯 가지 빛깔은 사람에게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는 사람에게 귀를 어둡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은 사람에게 입을 어긋나게 한다. 말을 타고 달리며 짐승을 잡는 것은 사람에게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돈은 사람에게 ‘하여 나감’을 거리끼게 만든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배를 잘되게 하고 눈을 잘되게 하지 않는다. 그 까닭에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갖는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田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오색영인목맹 오음영인이롱 오미영인구상. 치빙전렵영인심발광 난득지화영인행방. 시이성인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뜻 찾기]
 ‘영인구상’(令人口爽)에서 ‘상’은 ‘시원하다’ ‘새벽’ ‘밝다’ ‘날이 새다’ ‘영검이 있다’ ‘머리가 맑다’ ‘어긋나다’ ‘벙어리’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어긋나다’를 골랐다. 보통으로는 ‘상’을 ‘일반적인 상태를 잃어버린다.’라고 하거나 ‘입맛을 버려 놓는다.’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치빙전렵’(馳騁田獵)은 ‘말을 타고 달리며 짐승을 사냥함’을 말한다고 한다. 나도 이에 따랐다. 또, ‘영인행방’(令人行妨)에서 ‘방’은 ‘해로운 일’을 가리킨다고 한다. ‘방’은 ‘방해하다’ ‘훼방하다’ ‘거리끼다’ ‘장애’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 나는 ‘거리끼다’를 골랐다.
 ‘성인위복불위목’(聖人爲腹不爲目)에서 ‘위복’은 제3장의 ‘실기복’(實其腹)을 되새기게 만든다. 그래서 ‘위복’은 ‘실속을 차리게 한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기에서 ‘뱃속’, 즉 ‘가슴 안에 있는 정신’으로 풀이하는 게 더욱 좋겠다고 여기는 성싶다. ‘불위목’은 ‘눈을 위하지 않는다.’라는 뜻인데, 이 눈은 ‘감각적인 쾌락을 총괄하여 이미지화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불위목’은 ‘감각적인 쾌락을 억제한다.’라는 의미라고 본다. 그리고 ‘거피취차’(去彼取此)에서 ‘거피’는 ‘저것을 버린다.’라는 뜻으로, ‘저것’은 ‘감각적인 쾌락’을 나타낸다. 그런가 하면 ‘취차’는 ‘이것을 가진다.’라는 뜻인데, ‘이것’은 ‘배부른 것’, 즉 ‘수양’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취차’는 ‘내실(內實)한 것을 취하여 욕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 삶이란, 그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행복이 아니겠는가.

[나무 찾기]
 ‘오미영인구상’(五味令人口爽, 다섯 가지 맛은 사람에게 입을 어긋나게 한다.)이란 말을 들으면, 누구나 금방 이 나무를 생각하게 될 터이다. 그렇다. 바로 ‘오미자나무’(Schizandra chinensis)이다. 이 ‘오미자나무’야말로 그 열매에 다섯 가지 맛을 모두 담고 있다. 그 때문에 그 이름도 얻었다. 

욕심껏 아무 때나
나무에게로 다가서는 자가 있다.
그렇게 얻는 열매는 
익지 않았으므로 먹을 수 없다.

씨가 여물지 않았으므로
애써 따 보았자, 보람이 없다.
때를 기다리지 않고는
새큼한 맛의 진실도 알지 못한다.
-졸시 ‘기다리지 않고는’ 전문

 ‘오미자나무’는, 그 맛에 있어서 ‘열매의 껍질’은 시고 그 ‘열매의 살’은 달다. 그리고 그 ‘씨’는 매운맛을 지녔으며, 전체는 짠맛과 쓴맛이 감돈다. 그러니 완벽하게 5가지 맛을 모두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이하 생략) 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