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제11장
서른 개의 바큇살이
서른 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향한다. 그 빔이 마땅하여 수레의 쓰임이 있다. 찰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든다. 그 빔이 마땅하여 그릇의 쓰임이 있다.
지게문과 들창을 뚫어서 방을 만든다. 그 빔이 마땅하여 그 방의 쓰임이 있다. 그 까닭에, 있음은 보탬을 삼으려고 하며 없음은 쓰임을 삼으려고 한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 유거지용.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착호유이위실. 당기무 유실지용.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뜻 찾기]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에서 ‘폭’은 수레바퀴의 ‘바큇살’을 나타내고, ‘곡’은 수레바퀴의 ‘바퀴통’을 가리킨다. 과연 바퀴 하나에 바큇살이 30개나 되는가? 노자가 살았던 당시, 그때의 수레바퀴에는 바큇살이 그렇게 많았을까? 1980년, 중국 진시황의 묘가 있는 서쪽 ‘갱’(坑)에서 두 대의 옛 수레가 발견되었다. 이 수레들은 실물 크기의 반으로 축소 제작되었는데, 그 수레의 바큇살이 30개였다. 이로써 이 글의 내용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건 그렇고, ‘곡’인 ‘바퀴통’에는 ‘축’(軸)을 끼운다. ‘축’은 바로 ‘굴대’이다. 또, ‘당기무’(當其無)는 ‘그 가운데가 무(無)로 비어 있음’을 말한다. 즉, ‘무’는 ‘빔’이고, ‘당’은 ‘마땅하다’ ‘대적하다’ ‘떠맡다’ ‘맞다’ ‘바르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그중에서 ‘마땅하다’를 골랐다. 그리고 ‘연식이위기’(埏埴以爲器)에서 ‘연식’은 ‘선식’이라고 읽기도 하는데, ‘진흙을 물로 반죽하여 이기는 것’을 말한다.
‘착호유이위실’(鑿戶牖以爲室)에서 ‘호’는 ‘지게문’이고 ‘유’는 ‘들창’이다. 그리고 ‘착’은 ‘뚫다’ ‘끊다’ ‘열다’ ‘마음’ ‘생각’ ‘새기다’ ‘구멍’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뚫다’를 골랐다. 또, ‘유지이위리’(有之以爲利)와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에서 ‘이위’를 ‘~을 삼으려고 한다.’로 새겨서, ‘이위리’를 ‘보탬을 삼으려고 한다.’로 하였고 ‘이위용’을 ‘쓰임을 삼으려고 한다.’로 하였다.
[나무 찾기]
‘삽십폭공일곡 당기무 유거지용’(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서른 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향한다. 그 빔이 마땅하여 수레의 쓰임이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시무나무’(Hemiptelea davidii)를 떠올리게 된다. 앞의 말 중에서 ‘폭’은 ‘바큇살’이고, ‘곡’은 ‘바퀴통’이다. 그리고 바퀴통에 ‘빔’이 있다. 그러면 바퀴통의 그 ‘빔’에는 무엇이 들어가는가. 그 ‘빔’에는 ‘축’(軸)이 들어간다. 그 ‘축’을 우리는 ‘굴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굴대’를 만드는 나무가 시무나무였다. 시무나무를 한명(漢名)으로 ‘자유’(刺楡) 또는 ‘축유’(軸楡)라고 한다.
구르는 시간은 넉넉하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시간을 밟고 서서
하늘을 굴리는 시무나무
많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바람이 조용히 빠져서 나가고
가슴에 안은 세월이
또 하나의 바퀴를 굴린다.
-졸시 ‘구르고 굴리다’ 전문
옛날에 이정표로 1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이름이 ‘십리나무’였는데 그게 변해서 ‘시무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또 다른 ‘시무나무’의 한명으로 ‘십리목’(十里木)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어느 기록에는, “시무나무가 옛 과거 길의 길라잡이 나무로 ‘스무 리’(20리)마다 심었다.”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스무나무’였는데 그게 변해서 ‘시무나무’가 되었다고 한다.[(이하 생략) 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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