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황 시집 '바람을 지휘한다' 2001년 신지성사 출간. 총 127쪽. 값5000원
차 례
제1부 몸은 하나다
문답/ 물빛 눈/ 밤에 피는 눈꽃/ 몸은 하나다/ 너무 외롭다/ 고요한 길/
따뜻해진다/ 일어선다/ 나는 보았다/ 기다리지 않고는/ �을 물린다/
모두 젖는다/ 내 밥값/ 함께 거니는 이/ 찬란한 소멸/ 깊어 가는 세상/
이분법/
제2부 발등을 때린다
사리/ 그늘 밑에서/ 발등을 때린다/ 가벼운 편지/ 지금도 향기가/ 다정한 한때/
산사람/ 계곡 아래에서/ 숨은 선행/ 유언 한 마디/ 배꽃 떨어지는 소리/
눈감고 시 한 수/ 출발 한 마디에/ 눈물난다/ 팔진도법/ 달빛 한 대접/
제3부 구부려서 땅을
둥지/ 손을 감춘다/ 구부려서 땅을/ 나무 부인/ 연목구어/ 배운다/ 어느 봄날에/
꿈꾸는 길/ 귀가 뚫렸다/ 고운 엽서/ 무언의 글/ 처녀자리/ 탯줄/ 블랙 홀/
사는 맛/ 알 수 없는 몸짓/ 어떤 목숨/
제4부 가지 위에 누워
무게/ 하늘길/ 귀를 대고 듣다/ 삭은 뿔/ 바람을 지휘한다/ 그림/ 물이 웃는다/
시원한 고요/ 시를 부른다/ 가지 위에 누워/ 세상을 구하려/ 관심법/ 조각품/
슬픈 만남/ 뜨거운 불씨/ 발이 저리다/ 의문/
제5부 살아 있으면서도
모든 산이/ 사랑법/ 클린 벤치/ 흰 두루막 걸치고/ 얼굴을 붉힌다/ 나뭇잎 글자/
살아 있으면서도/ 달빛 약수/ 그 안에 구원이/ 무엇을 익혔을까/ 감기는 침묵/
갈 수 없다/ 느긋하게 서서/ 마주 걸려 있다/ 산을 지고/ 오늘 하루는/ 산보다 큰 등/
제6부 층계를 오른다
수목원/ 층계를 오른다/ 손금/ 손 씻은 하늘/ 신록/ 비탈길에서/ 살아 있는 장승/
은거/ 누더기를 걸치고/ 달 속으로 들어가서/ 철학자처럼/ 주인과 손님/
가슴을 내맡긴다/ 소나기 목욕/ 누가 너더러/ 길은 그대로/
부 록: 시인연보
바람을 지휘한다(木詩)
김 재 황 시집
이 목시(木詩)는 모두 여섯 단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총 10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비교적 모든 작품의 길이가 짧다. 그만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시집에 실린 서문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이 목시는 내 신앙과도 같은 것이다.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갈고 닦았다. 이 시들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관악산을 여러 번 올랐다. 나무는 만나면 만날수록 대화하고 싶어지고, 껴안고 싶어지며, 의지하고 싶어진다. 이 세상에 그 무엇이 나무만큼 너그러울 수 있겠는가.’
시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누구나 이 세상이 아름답게 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아름답고, 참되며, 숭고하다. 그러므로 시인은 반드시 삶과 시가 일치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살면서 향기로운 시를 얻을 수 없다. 그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해답을 얻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그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존재를 찾아냈을 뿐이다. 그게 바로 나무이다. 그렇다면, 나무의 길을 따라가면 올바른 삶의 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시집을 만들게 된 동기가 있다. 저자가 가장 아끼는 벗인 이성선 시인이 2001년 5월 4일에 타계했다. 저자는 멍하니 몇 날 며칠을 하늘만 바라보고 지냈다. 그러다가 고인의 시집을 싸들고 관악산으로 올라가서 읽고 또 읽었다. 이성선 시인은 설악산을 안고 살았다. 그는 산의 시인이었다. 그래서 삶과 작품이 모두 깊은 산을 닮았다. 그에 비하면, 저자는 나무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그 때문에 중앙일보(1991년)와 한국일보의 ‘주간 여성’(1992년)으로부터 ‘나무 시인’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성선 시인에게는 ‘산시’가 있다. 이에, 저자는 그를 기리는 의미로, 그 ‘산시’에 화답하는 ‘목시’를 엮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을 나무와 벗하며 지냈다. 즉, 어릴 때에는 고향에서 뒷산의 나무들과 친하게 지냈고, 농과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는 농촌지도사로 시골에서 나무와 벗하였으며, 그 후에 삼성 그룹의 농장장으로 수많은 묘목을 길러 냈는가 하면, 자신의 귤밭을 10년이나 가꾸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의 여러 나무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저자의 시집으로 ‘거울 속의 천사’ ‘바보여뀌’ ‘민통선이여 그 살아 있는 자연이여’ ‘못생긴 모과’ ‘치자꽃, 너를 만나러 간다’ 등이 있다. 그리고 시조집으로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그대가 사는 숲’ ‘콩제비꽃 그 숨결이’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들꽃과 시인’ ‘민통선 지역 탐방기’ ‘꽃은 예뻐서 슬프다’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가 1992년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을 위한 ‘우리들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민통선 지역 탐방기’는 1998년에 환경부로부터 ‘우수 환경도서’로 뽑혔다. 그리고 1995년에는 기행문 ‘민통선 지역 탐방기’가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나무들이 손을 들어서 가리켜 주는 저 허공. 거기에는 가벼운 길이 있다. 무거운 몸으로는 결코 걸어서 올라갈 수 없다. 누가 무어라고 하든지, 나는 그 길을 하늘만 바라보고 걸어가리라.’
저자의 말이다.
(자료제공 신지성사 전화 (ㅇ2) 929-9571, 929-9572. FAX (02)929-95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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