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연재에 붙이는 말

시조시인 2008. 8. 17. 20:56

연재에 붙이는 말





나는 시인이며 넓게는 문인으로, 글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문인은 우리글을 더욱 빛나게 다듬어야 할 의무도 있거니와, 좋은 우리글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게을리 하면 의무 태만이 될 겁니다. 그 오랜 세월을 글 쓰는 일에 종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가끔은 우리글을 틀리게 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글이 어렵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나폴레옹 이야기를 전하려는 데에만 있지 않고, 우리말을 조금 더 많이 독자들에게 익히도록 하려는 데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전요식물’(纏繞植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줄기로 다른 물건을 친친 감으며 자라 올라가는 덩굴식물’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친친’은, 실이나 노끈 따위로 ‘단단하게 여러 번을 감거나 동여매는 모양’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휘휘친친’이 있습니다. 이는, ‘여러 번 단단히 둘러 감거나 감기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휘휘’란, ‘여러 번 감거나 감기는 모양’ 또는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양’을 나타내지요. 그런가 하면, ‘회회찬찬’도 있습니다. 이는, ‘휘휘친친’의 작은말입니다.

이런 식물이라면, 나팔꽃이라든가 칡 따위가 생각납니다. 나팔꽃 등의 덩굴들은 기둥을 만나면 아주 기쁜 듯이 그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이 글에서 ‘나폴레옹 이야기’는 그 기둥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 소개되는 나폴레옹과 실제의 나폴레옹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실제의 나폴레옹을 모델로 새롭게 창조된 또 하나의 나폴레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이 나팔꽃처럼 아름답게 꽃을 피우도록 하자는 데에 근본적인 뜻이 있느니만큼, 나폴레옹 이야기는 그저 가볍게 재미로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항상 쓰고 있는 말 중에서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게다가 한자말인 경우에는, 어떤 한자인지도 모르고 아주 쉽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글을 제대로 모르면 그처럼 부끄러운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그저 읽어 나감으로써 저절로 우리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단어의 뜻을 ‘안긴문장’으로 넣었습니다. 그 또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하여, 본뜻을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는 순우리말과 함께, 한자말을 비롯하여 자주 쓰이거나 자주 쓰이기를 바라는 고사 성어(古事成語) 등을 되도록 많이 수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처음에는 이 글의 제목을 ‘저절로 공부되는 나폴레옹 이야기’로 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나폴레옹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에, 이 글의 제목을 ‘나폴레옹, 동양에서 부활하다’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글은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목을 ‘얘야, 나폴레옹도 수불석권했다더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수불석권’이 무슨 뜻이냐고요? 그건, 본문을 읽어 나가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렇게 정해 놓고 보니, 제목이 너무 긴 듯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현대적 감각이 살아나도록 제목을 다시 ‘봉쥬르, 나폴레옹’으로 고쳤습니다. 나폴레옹을 친구로 삼아서 좋은 공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기어 있습니다.

나도 이제는 마음이 가난해졌는지, 만나는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자꾸 주고 싶어집니다. 나는 지니고 있는 게 별로 없지만, 마음 하나는 누구보다도 넉넉하지요.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먼저 사랑하지 않고는, 결코 남을 사랑할 수가 없겠지요. 나는 그 사랑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글로서 전하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누군가는 이 글 안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될 테니까요. 그 때문에 나는, 내 경험뿐만 아니라, 아주 오랜 옛일도 이 글 속에 많이 인용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말의 어원에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이 글이 많이 전해져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8월  낙성대에서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