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마지막회) 나폴레옹, 세상을 떠나다

시조시인 2009. 2. 7. 06:48

(마지막회)

나폴레옹은 그 섬에서 외롭게 지내며 때때로 조제핀을 그리워했다고 하는군요. 마침내 그의 금강불괴와 같았던 몸도 병입고환이 되었고, 위미부진하여 1821년 5월 5일에 52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금강불괴’(金剛不壞)는 ‘금강처럼 단단하여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일’을 말하고, ‘병입고황’(病入膏肓)은 ‘병이 고황에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몸 속 깊이 들어서 고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이릅니다. ‘고황’에서 ‘고’(膏)는 ‘심장의 아래 부분’을 이르고, ‘황’(肓)은 ‘가로막의 윗부분’을 뜻하지요. 그러므로 이 둘을 합하면 ‘사람 몸의 가장 깊은 곳’을 뜻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미부진’(萎靡不振)은 ‘시들고 약해져서 떨쳐 일어나지 못함’을 말합니다. 마지막 숨을 거둘 당시에, 나폴레옹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제핀과 함께 사는 것, 그게 바로 나의 역사였다.”

이 말 한 마디만 보더라도, 나폴레옹에게 조제핀은 절대적인 존재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나폴레옹에게 황금시대를 가져다 준 여인이었고 그의 유일한 연인이었지요. ‘황금시대’(黃金時代)는 개인의 일생에서 ‘가장 한창인 시절’을 나타냅니다.

나폴레옹은 겨우 지명지년을 넘겼습니다. ‘지명지년’(知命之年)은 ‘나이 오십’을 가리킵니다. 이는, 논어의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오십 살이면 하늘의 명령을 안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금으로 친다면, 비명횡사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는 길지 않은 그 생애에 할 일을 하고 영웅의 한 사람으로 명수죽백을 이루었습니다. ‘비명횡사’(非命橫死)는 ‘뜻밖의 재난이나 사고 따위로 죽음’을 말하고, ‘명수죽백’(名垂竹帛)은 ‘이름을 역사에 길이 남김’을 말합니다. ‘죽백’은 ‘책’ 또는 ‘역사’를 뜻합니다.

그렇고말고요. 사람은 ‘얼마나 사느냐’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의미가 있지요.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조문석사’(朝聞夕死)를 생각하곤 합니다. 이는, ‘아침에 진리를 들어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다.’는 뜻으로, ‘짧은 인생이라도 값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오래 살면 그만큼 욕되는 일이 많음’을 뜻합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목숨을 팽개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일할 생각을 가져야 하겠지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유언으로 자신의 뼈를 센(Seine) 강가에 묻어 달라고 했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은 평생 동안 한시도 코르시카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뼈를 코르시카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은 한낱 ‘한단지몽’일 뿐입니다. ‘한단지몽’(邯鄲之夢)은 ‘인생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릅니다. 같은 뜻으로 ‘일취지몽’(一炊之夢) 또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당나라 현종 때의 이야기입니다. ‘여(呂) 할아버지’라는 도사(道士)가 ‘한단’이란 곳의 주막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허름한 차림의 ‘노’(盧)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서 한참 신세타령을 늘어놓더니, 도자기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 베개는 양쪽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이 차차 커졌습니다.

그래서 노씨는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커다란 집이 있었으며, 그는 거기에서 최씨의 딸과 결혼하여 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보아서 합격하여 벼슬이 이부시랑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모함을 받아서 변방의 낮은 자리로 쫓겨났는가 하면, 모반에 얽히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모함’(謀陷)은 ‘꾀를 써서 남을 어려운 처지에 빠뜨림’을 말하고, ‘모반’(謀叛)은 ‘나라나 임금을 배반하여 군사를 일으킴’을 말합니다.

다행히 말년에는 5명의 아들과 10명의 손자를 두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생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노씨가 깨어 보니, 그게 모두 꿈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짧은 꿈이었지요. 노씨가 주막에 들어섰을 때에 주막의 주인이 좁쌀로 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노씨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 보니 아직도 그 죽이 끓지 않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꿈이었던가?”

노씨는 자기도 모르게 긴 탄식이 나왔습니다.

“인생이란 다 그런 거란다.”

여 할아버지의 말이 들렸습니다.

나 또한, 나폴레옹의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니, 내가 그 동안 나폴레옹과 같은 일생을 잠간 동안에 꿈꾼 듯싶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도 지금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