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구름처럼

관악산 산행기(13)

시조시인 2010. 5. 25. 12:52

 

 자, 이제부터는 연주대로 향한다. 연주대로 가는 방향 표시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내가 알기로는, 고려가 망한 후에 고려의 충신들이  올라가서 먼 개성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는 곳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조금씩 더 흐려지는 걸로 보아서 비가 내릴 성싶으니 걸음을 재촉한다.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잘 정돈되어 있다. 저렇듯 여인네가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남자인 내가 지척거려서야 되겠는가. 하나둘셋넷 입속으로 구령을 외며 나도 힘찬 걸음을 옮긴다.

 오, 여기에 또 위로 오르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난간을 붙들고 올라가는데, 난간을 붙들고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얼른 자리를 비켜준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층계를 오르며 '우측통행을 지킵시다!'라고 외치며 올라간다. 그 오랜 세월을 죄측통행을 해 왔으니, 아무래도 우측통행이 서툴 수밖에.

 조금 더 오르니, 연주대를 설명하는 게시판이 나타난다. 연주대라고 하면, 암자를 이르게 되었고 원래의 이름은 '의상대'였다고 한다. 물론, 의상대사가 건립하였단다.

 저 멀리 바위 위에 있는 암자가 있는 자리, 그 곳이 바로 '연주대'이다. 설명문에 따르면 망한 고려에 연민을 지닌 사람들이 이 곳으로 올라와서 개성 쪽으 바라보며 그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암자의 넓이는 세 평 남짓이고, 지붕은 맞배지붕이다. 조선 후기에 지어졌는데 최근에 해체 복원하였다고 한다. 

 다시 층계를 오르기 시작한다. 비교적 층계는 잘 되어 있다. 그런데도 오르기 힘들게 층계를 만들어 놓았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한 발 한 발 옮기며 천천히 올라간다.

 여기가 바로 연주암이다. 올라가기가 상당히 가파르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참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극성은 말릴 수가 없다. 이러니 신명도 그리 많겠지. 

 그 곳이 과천 따인 줄은 이번에 알았다. 아주 상세한 정보가 담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아파트까지 상세히 그 위치를 일러주고 있다.

 연주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또 한 번 기술되어 있는 팻말을 만난다. 앞에서 보았던 팻말의 내용과 동일하다. 이 곳에서는 그 동안 명맥이 끊긴 걸로 알았던 현지 사진사가 있다. 그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속성 사진을 만들어 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더러 보였다. 

 연주대 그 앞에서 팥배나무를 만난다. 관악산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가 '팥배나무'이다.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부시게 하얀 빛깔이다. 그 눈빛에 연민이 가득하다. 그러니 연주대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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