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차 탐방]
탐방일 : 2013. 6. 22(토) ~ 6. 23(일)
탐방지역 : 경북 청송군
(사진: 지목 이정민)
청송 안덕면 향나무
김 재 황
그 푸름 당당하니 먼 세월이 줄어들고
향기 또한 지녔으니 온 세상을 안는구나,
나그네 빈 마음 하나 조심스레 여민다.
옛 사람 한 일이야 나무 앞에 부질없고
잘났다고 하는 이도 나무 침묵 못 따르니
늙은이 시린 한숨만 소리 없이 나온다.
<탐방 제 60호> 청송 안덕면 향나무
0 천연기념물 제 313호
0 소재지 : 경북 청송군 안덕면 장전리 산 18
0 지정일 : 1982. 11. 4
★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을 비롯해 울릉도와 일본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상나무·노송나무로도 불린다. 이 나무는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제사 때 향을 피우는 재료로도 쓰이며 정원수·공원수로 많이 심는다.
★ 청송 안덕면의 향나무는 약 400년 전 이곳에 살고 있던 영양남씨들이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입향 시조인 남계조 묘의 비각 옆에 심어서 가꾸어 온 것이라고 한다. 나무 높이가 7.5m, 몇 개로 갈라진 밑줄기의 둘레를 합산하면 밑둥치 둘레가 4.9m나 되는 아름드리 노거수 이다.
★ 아래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들이 이리 저리 방향을 틀며 헝크러져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무성한 가지들은 지면에 닿을 듯 옆으로 넓게 퍼져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눈향나무 처럼 보이기도 한다.
★ 청송 안덕면의 향나무는 무덤 옆에 심어져서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문화적·생물학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사진: 지목 이정민)
청송 홍원리 개오동나무
김 재 황
보기에 형제처럼 우애롭게 서 있는데
누군가 우스개로 말을 불쑥 꺼냈는지
한바탕 웃음꽃 가득 이 여름에 피웠네.
무슨 말 나누는지 살짝 엿듣고 싶은데
나무들 이야기는 마음으로 듣는 것을,
세 형제 가깝게 살면 웃을 일도 많겠네.
<탐방 제 61호> 청송 흥원리 개오동나무
0 천연기념물 제 4012호
0 소재지 : 경북 청송군 부남면 흥원리 547
0 지정일 : 1998. 12. 23
★ 능소화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잎과 꽃이 오동나무를 닮아 개오동나무란 이름을 얻었다. 오동나무보다 늦은 6~7월에 연 노랑색 꽃이 피고 10월에 갈색 열매가 달린다.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된다.
★ 흥원리 마을 입구 도로변에 세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나무는 키 10.6m 둘레 3.88m 로 개오동 나무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수령은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
★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매년 정월 대보름 동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여름철에는 큰 그늘을 드리워 마을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사진: 지목 이정민)
청송 신기동의 느티나무
김 재 황
줄기가 썩었기에 큰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은 괜찮다고 푸른 잎들 내세운다,
노익장 따로 없으니 모두 용기 얻기를!
나무나 사람이나 때가 되면 죽겠지만
쓰러질 순간까지 보란 듯이 살아간다,
본보기 여기 있으니 모든 걱정 버려라!
<탐방 제 62호> 청송 신기동 느티나무
0 천연기념물 제 192호
0 소재지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659
0 지정일 : 1967. 7. 11
★ 느티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대만, 중국 등의 따뜻한 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자라서 둥근 형태로 보이며,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원반모양으로 10월에 익는다. 줄기가 굵고 수명이 길어서 쉼터역할을 하는 정자나무로 이용되거나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를 받아왔다.
★ 신기동의 느티나무는 나이가 35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0m, 둘레 8.35m의 크기이다. 줄기는 지상 1.6m 정도에서 다섯 개로 갈라져 비스듬히 퍼졌는데 가지 일부분이 죽거나 썩어가고 있다.
★ 이 나무는 인동 장씨의 시조가 심었다는 이야기와 나무의 아래·윗가지에서 동시에 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한때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신성시 되어 왔으며 정월 보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동네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 신기동의 느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우리 선조들의 생활문화의 중심이 되어온 오래된 나무로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사진: 지목 이정민)
청송 관동의 왕버들
김 재 황
흐르는 물소리를 곁에 두고 사노라면
둘리는 세월 또한 시리기만 할 터인데
그 모습 뽐내는 듯이 가지들을 펼쳤다.
아무리 겨울밤이 춥고 길기만 하여도
소나무 있을 때엔 큰 위안이 됐겠는데
아 이제 그루터기만 그 자리를 지킨다.
<탐방 제 63호> 청송 관동의 왕버들
0 천연기념물 제 193호
0 소재지 : 경북 청송군 파천면 관리 721
0 지정일 : 1968. 3. 4
★ 왕버들은 버드나무 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어린 새 순 끝이 붉은 것이 특징이다. 잎이 타원형으로 버드나무류 중에서는 넓은 편이고 큰 턱잎(托葉)이 있다.
★ 청송 관동의 왕버들은 파천면 관동리와 청송읍 덕동리의 경계지점을 흐르는 용전천 냇가 부근에서 자란다. 본래는 굵게 자란 나무였으나 줄기의 야생 벌집을 꺼내기 위해 서쪽 가지를 자른 후 그 부위에서부터 나무가 썩어 들어가 현재는 수세가 쇠약한 모습이다.
★ 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정월 열 나흔 날 밤에 당산제를 지내고, 당산제 때 쓴 종이로 글씨 연습을 하면 글씨를 잘 쓰게 되고 또 이 종이를 태워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여 제사가 끝나면 서로 다투어 종이를 가져갔다고 한다.
★ 그 주변에 만세송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던 노송 한 그루가 서 있어서 한 때 이 소나무를 청송(靑松)군의 상징수로 일컬었으나 수년전 고사하여 베어져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아있다. 그 주변에 후계목이라 하여 유약한 소나무 두어 그루를 심어 놓았으나 그것이 제 구실을 하려면 요원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탐방별기]
☆ 통산 제 20차 천연기념수 탐방은 본격적으로 여름철에 접어드는 하지절기인 6월 22일~ 23일 양일간에 경북 청송지역을 다녀왔다. 전번 제 19차 안동지역 탐방 때부터 의기 투합해 함께 탐방에 나서는 성보와 내당도 합류해 우리 5인은 오전 10시경 서울을 출발 하였다. 청송 지역의 4개소 천연기념수 가운데 군 남부지역의 향나무를 첫 탐방 목표로 삼아 네비게이터에 주소를 입력하니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남안동 IC로 진출하게 안내한다.
☆ 남안동 IC로 나와 청송군 남부지역에 이르는 길은 일반국도를 타고 안동시와 의성군을 경유케 되는데 안동은 이미 몇 차례 왕래했었기에 익숙해진 길이다. 다만 의성군 일대를 달리면서는 새로운 지방 소도시의 모습과 농촌 풍광을 접하게 된다. 의성이 마늘 주산지임은 잘 알려져 있지만 논과 밭이 어디를 가나 마늘로 뒤덮여 있다. 그것이 답리작인지 답전윤환 재배방식인지 분명치 않으나 지금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마늘과 양파는 우기가 닥치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급히 서두르는 모습이다.
☆ 농촌일손이 부족한 것은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어서 도회지에서 작업할 인부를 모집해 오는데 농로 주변에는 승용차가 즐비한 것으로 보아 일당 인부도 승용차를 타고 출동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의성을 지나 청송군 지역으로 들어서니 사과 재배단지가 이어진다. 과수원이라기보다는 과수밭이라고 하는게 적절한 표현일 듯 밭작물 재배하듯 사과밭이 시야에 넓게 펼쳐진다.
☆ 오후 4시 반경 첫 탐방 목표인 안덕면 장전리에 당도하여 향나무를 찾아보았다. 향나무 가까이에는 화지제(花池薺)라는 당호 액자가 붙어 있는 고택이 있는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쇠락한 모습이다. 분명 향나무와 유관한 영양 남씨 문중의 종가쯤으로 여겨져 좀 들어가 볼가 하는데 우리가 지나온 길목 둔덕 위에 장년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못 들어가게 한다. 아마 고택 주인으로부터 집 좀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밥값”이라도 좀 하려는 듯하다. 대강 겉으로만 둘러보고 돌아 나오면서 그 양반에게 알아듣도록 좀 타이르거나 아니면 호통이라도 좀 칠 셈이었는데 이미 그는 종적이 묘연하다.
☆ 다음 탐방목표인 부남면 흥원리 개오동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통하는 도로로 청송 자연 휴양림 지대를 지나고 수려한 산세를 바라보며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달린다. 개오동나무는 연황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일찍이 그런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없는 듯 그 향기가 은은하고 그윽하고도 고혹적이다.
☆ 오늘 탐방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아직 해가 좀 남아있어 이 지역 관광명소로 이름이 나 있는 주산지(注山池)를 찾아갔다. 주산지는 원래 조선왕조 20대 경종 원년(1720)에 축조된 농업용 저수지 였다는데 주왕산 산 중턱 계곡에 둑을 쌓아 물을 가둔 인공 호수의 모양이 되어 있다. 이 호수에는 침수되어서도 연명하고 있는 왕 버드나무 군락이 기이한 모습을 자아낸다. 그 왕버들 나무들을 감싸고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가 가위 몽환적 분위기라고 미화, 예찬들을 하는데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 물에 잠겨 수난을 겪는 듯한 늙은 왕 버들을 배경으로 삼는 “Photo Zone"에서는 많은 행락객 들이 포즈를 취하고 셔터를 눌러 대는데 왕년의 문 모 인기 여배우가 바로 거기서 가슴을 들어내고 영화를 찍었다 하여 유명해진 곳이라고도 한다. 항상 사물의 본질과 밑바닥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안목의 지목은 대뜸 ”수몰지구의 참상에 다름 아니다!“라며 한마디로 평가를 절하한다.
☆ 읍으로 진입해 청송 시가를 흐르는 용전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모텔 6층에 숙소를 정하고 모텔 주인에게 이 고장 별미식 소개를 부탁하니, 토종닭 한약 백숙집을 연결해 주었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주왕산 <달기약수>로 끓였다는 토종닭 백숙은 “고메”급의 미식가인 성보가 인정을 하고 칭찬을 하니 음식을 가릴 줄 모르는 잡식성 “고망”도 그저 덩달아 맛있게 먹는다. 넓은 식탁에 가득 올려놓은 20여개의 반찬 접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같은게 하나도 없고 모두 다른 종류들이다. 특히 각종 산채류의 장아찌 들이 미각을 돋군다.
☆ 내당이 집과 통화하는 가운데 오늘이 그의 생신이라는 것이 들어나 어차피 모텔에서 축하연을 하게 되는데 그런 자리에 걸 맞는 주효(酒肴)를 구하러 성보가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였다. 생일을 가족과 함께 지내지 않고 이렇게 외지에서 우리 탐방팀과 함께 보내게 된 데 대해 우리 모두는 고마운 마음으로 내당의 생신을 축하 하였다.
☆ 날이 밝자 마자 일찍 출동하여 세 번째 탐방 목표인 파천면 신기리의 느티나무를 찾았다.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범상한 노거수 느티나무 옆에는 “외씨버선길”구간 안내 표지판이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 대표적 청정지역인 청송- 봉화- 영월의 마을길, 들길, 산길을 이은 걷기 코스이다. 주왕산 국립공원에서 영월 관풍현 까지의 240Km거리를 13 구간으로 나눠 특색 있는 길 이름을 붙였는데 이곳 신기리 느티나무에서 진보면 고현리 까지의 15.6Km를 <김주영 객주길>이라고 명명 하였다. “외씨버선”은 오이씨앗처럼 앙징맞고 귀여운 버선(발)을 이름인데 조지훈의 시<승무>에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에서 따온 듯 하다. 아마 승무를 추듯 가볍고 날렵한 발걸음으로 그 길을 걸어 보라는 뜻이 담긴 것 같다.
☆ 다음 마지막 탐방목표인 파천면 관리의 왕버들을 찾아 가는데는 네비게이터의 안내가 부정확하여 애를 좀 먹었다. 사람을 만나 물어볼 생각으로 인근 마을로 들어가 보니 집집마다 대문은 활짝 열렸으나 모두 빈집이어서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집들은 농가주택으로 보이지 않으나 어쨌든 모두들 모종의 일거리가 있는 듯하여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드디어 자리보전하고 누워있는 병약한 노인 한분을 만나 그 왕버들의 소재를 알아내 찾았고 그렇게 하여 이 고장 4개소의 탐방을 모두 마쳤다.
☆ 상경길에 오르면서 아직 시간여유가 많으므로 이 고장 관광지 한곳을 들러 보기로 하였다. 성보가 <송소 고택>을 가보자고 제안한다.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때 만석꾼의 부를 누렸다는 청송 심씨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지은 99칸의 대 저택으로서 국가 중요 민속자료 250호로 지정된 고택이다. 그 문중에서는 재력뿐만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간 정승과 왕비와 부마를 다수 배출한 명문가라는데 성보는 그 고택 대청마루에 올라 앉아 그 가문의 종손과 대좌하여 대담을 나누었다.
☆ 그는 심처대의 10대손이고 이 집을 지은 송소의 증손자가 된다. 지금은 비록 민박업자의 신분이지만 용모와 복장과 언어에서 그에 걸맞는 기품이 느껴진다. 성보가 특히 명문가의 후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도 경남 사천지방에서 큰 부를 누렸던 명문가의 후손이기때문임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다. 송소고택 탐방을 마치고 상경길에 오르니 하행 때와는 달리 서안동IC로 고속도로를 진입케 되었는데 워낙 시간이 이른 때문인지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잠시도 지체한 적이 없이 쾌주하여 오후 서너시경 서울에 당도 하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예의 양재동 노파순대국집에서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글: 자은 백승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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