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문주란 꽃이 필 때’의 표준어 원작과 제주어 번역문 소고
김 재 황
1. 원작 창작 동기
나는 1978년 제주도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전격적으로 서귀포에 자그마한 밀감 밭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후로 10년 동안을 그곳에서 농부로 살았는데, 특히 자생하는 문주란을 좋아하여 가끔 들르곤 했다. 서귀포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하도리 앞바다가 나온다. 그 해변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이 토끼섬이 있다. 이 토끼섬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이다. 그렇기에 일명 난도(蘭島)라고도 부른다. 알다시피, 여기는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었다. 나는 이 섬을 무척이나 사랑하여 그 곳 문주란에 관한 동화를 한 편 창작했는데, 지금은 그 작품이 전설로 굳어져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2016년 도서출판 ‘노란돼지’에서 이 작품으로 그림을 곁들인 동화집을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기존의 작품에 이야기를 더 넣어서 이 동화가 창작되기에 이르렀다.
2. 번역문 탄생 과정
2018년 9월 14일 17시 관악구청 별관 7층에서 ‘명사초청 문학 세미나’가 개최되었는데, 내가 명사로 초청되어 ‘문학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문학 특강을 했다. 내용은 생태시인 이성선의 작품 거론이 대부분이었고 곁들여서 ‘자연을 주제로 한 글쓰기’로 내 경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세미나는 성황을 이루었고, 나는 참가자 전원에게 졸저 ‘장자가 들려주는 우언’을 한 권씩 선물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관악문인협회 부회장 양상민 사백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가끔 낙성대 전철역 구내 휴게 장소에서 만났다. 하루는 양 사백이 책 한 권을 선물하였는데, 그게 바로 문성희 그림동화 ‘기여 기여’였다. 나는 그 동화집을 다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그림동화가 표준어와 제주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문 시인은 ‘제주어 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그때 문득, 내가 쓴 동화는 제주도 이야기이니 제주어로 된 글을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뜻을 문성희 시인에게 전했는데, 쾌히 승낙하였으며, 오랜 노고 끝에 제주어 번역문을 보내 주었다.
3. 표준어 원작 전문
(*아라비아 숫자는 단락 구분)
문주란 꽃이 필 때
김재황
승기의 바닷가 친구들
밤이 깊어 갑니다.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가 요란합니다. 제주도는 유난히 비가 많은 곳이어서 한여름이면 내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쉬지 않고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바람이 불고 물결마저 철썩철썩 춤판을 벌입니다.
“할머니, 내일도 나가야 돼?”
승기가 할머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묻습니다.
“아무렴. 할머니가 부지런히 소라랑 전복이랑 따야 네 옷이며 신발을 사지.”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지만 승기는 시무룩합니다. 옷도 신발도 모두 싫습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스르르 잠드는 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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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아.”
“요 녀석, 응석은…….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오늘은 이제 그만 자야지.”
할머니와 승기는 나란히 잠자리에 듭니다. 두 사람이 잠든 오두막집 위로 하얀 달빛이 쏟아집니다.
하도리는 멀리 토끼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을 마주보고 있는 마을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여섯 채의 집 중에서 가장 아래쪽이 바로 할머니와 승기가 사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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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늦둥이 아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자 무척 대견했습니다. 게다가 건강한 손자까지 태어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해, 하얀 문주란 꽃이 활짝 핀 여름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남편과 아들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뒤 태풍을 만나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할머니와 며느리는 해마다 문주란 꽃이 필 때면 작은 섬 너머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는 했습니다. 삼 년 뒤, 며느리마저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하늘 나라로 떠났습니다. 이제 집에는 할머니와 승기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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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젊을 때부터 물질을 한 해녀입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에 버거울 때도 있지만, 어린 손자를 생각하며 여전히 차가운 바다로 일을 나갑니다.
할머니는 매일 일찌감치 일어납니다. 물질할 때 필요한 물옷, 왕눈, 소살, 빗창, 낫, 태왁, 망사리 등을 서둘러 챙겨 놓고 그제야 승기를 깨웁니다.
“얼른 씻고 밥 먹자.”
승기는 할머니가 일하러 갈 때 늘 따라 나갑니다. 할머니가 물질을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개껍데기를 주우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또 바닷가에서 사귄 동물 친구들과 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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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잘은 승기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 중 하나입니다. 바위틈 작은 물웅덩이에서 뿌리처럼 생긴 손을 마치 왕관인 양 멋있게 펼치고 있다가,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깜짝 놀라 손을 감추며 몸을 오므립니다. 그 모습이 마치 아기가 입을 오므리는 것 같아, 승기는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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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네 할아버지가 승기에게 물었습니다.
“말미잘이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니?”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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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는 갸우뚱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말의 미주알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란다.”
“미주알? 그게 뭐예요?”
“미주알이란 ‘말의 똥구멍’이야. 그러니까 ‘말의 미주알’이 ‘말미주알’로 됐다가 더 줄어서 ‘말미잘’이 된 거지.”
그제야 승기는 할아버지의 말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이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닌데, 아기 입을 더 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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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손은 진짜 거북의 다리처럼 희한하게 생겼습니다. 거북손도 바위틈에 붙어 사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닷물에 잠긴 머리 쪽에서 가끔 손을 쑤욱 내밀곤 합니다. 승기가 보기에는 그 손으로 물을 저어서 먹이를 잡는 건지 숨을 쉬는 건지 도무지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아, 친구가 또 있습니다. 바로 따개비입니다. 따개비는 원뿔 모양으로 생긴 게 제주도에 있는 오름을 닮아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갯강구도 있는데, 바퀴벌레처럼 생겨 처음에는 징그러웠지만 재빠른 모습에 반해 금방 친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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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란 꽃이 필 때
하지만 바닷가 친구들과 아무리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 어린 승기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게 너무너무 싫습니다. 할머니가 물질하는 동안 기다리며 때때로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에 달랑 혼자인 것 같아 가끔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럴 때면 승기는 썰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작은 섬으로 건너갑니다. 작은 섬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쪽에는 고운 모래가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작은 섬은 한 마리의 하얀 토끼로 변합니다. 활짝 핀 하얀 문주란 꽃이 섬을 뒤덮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토끼섬이라고 부릅니다.
승기는 이때가 가장 좋습니다. 문주란 한 포기 한 포기가 모두 할머니처럼 보여서 신이 납니다. 문주란의 하얀 꽃이 마치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 같습니다. 하얀 꽃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승기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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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는 아기 때부터 문주란을 좋아했습니다.
“너를 낳고 네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던지……. 네 아빠가 바다로 나가기 며칠 전에도 너를 안고 토끼섬을 다녀왔단다. 갓난아기인 네가 문주란 꽃을 보고 활짝 웃었다고 네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물질을 끝내고 나온 할머니는 혼자 놀고 있는 승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에고, 네가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걸 보면 하늘 나라에서도 흐뭇해하겠지…….”
할머니와 승기가 사는 집 앞에는 커다란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여름이면 승기는 동백나무 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잡니다. 그리고 붉은 꽃이 피는 늦겨울이면 동박새가 날아와 승기와 함께 놀아 줍니다.
동박새는 덩치는 작지만 아주 화려합니다. 그래서 승기는 ‘멋쟁이 새’라고 부르며 쫓아다닙니다. 동박새는 날아오를 때나 먹이를 찾을 때면 부드러운 소리로 ‘찌이, 찌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두려울 때에는 거칠게 ‘킬, 킬, 킬’ 하고 소리를 높이는데, 그 모든 것이 승기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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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동백나무에 매미도 찾아옵니다. 한낮 무더위도 잊게 할 만큼 매미 소리는 시원하게 들립니다. 승기는 여름이면 매미박사가 되어, 하루 종일 할머니에게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며 종알댑니다.
“할머니, 할머니! 서귀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매미가 뭔지 알아? 말매미. 그 다음은? 에이, 그것도 몰라? 참매미. 둘이 생김새도 다른데, 나는 보지 않고 노랫소리만 들어도 금방 알아. 말매미는 ‘쐐쐐’거리고, 참매미는 ‘민민’ 하고 노래를 부르거든.”
“어이구, 우리 손자 박사네, 박사…….”
할머니는 기특한 듯 승기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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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승기가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승기가 무서워하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승기는 집 대들보에 붙어 있는 왕지네를 보고 도망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네는 생김새부터 징그럽습니다. 다리가 너무 많은 데다가 머리도 사납게 생겼고 이빨도 엄청 무섭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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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습니다. 언젠가 승기가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똬리를 틀고 낮잠을 즐기던 구렁이를 밟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승기는 깜짝 놀라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구렁이는 승기보다 더 놀랐나 봅니다. 승기의 엄청난 비명에 구렁이는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이건 진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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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부터 할머니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철없는 승기는 할머니가 빨리 오는 게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집으로 왔습니다. 잡은 게 많지는 않지만, 할머니는 팔고 남은 것으로 맛있게 저녁 반찬을 만듭니다.
그날 밤에도 승기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릅니다. 할머니는 승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쁜 녀석을 내가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는지. 내가 떠나고 나면 이 어린 것이 혼자 어쩌누…….’
할머니는 승기를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손자만 이 세상에 홀로 남겨둔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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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형제도 없이 혼자인 승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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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의 소원
“너는 이 할미가 좋으냐? 옛날이야기가 좋으냐?”
승기는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할머니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코맹맹이 소리를 합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더 좋아.”
“뭐라고? 요 녀석이.”
할머니는 승기에게 슬쩍 꿀밤을 먹이며 기분 좋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 밤에는 아무래도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풀어 놓아야 될 것 같습니다. 피곤해서 잠은 쏟아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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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작은 나라에 아주 예쁜 공주님이 살고 있었단다.”
승기는 두 귀를 쫑긋 세웁니다. 숨소리마저 죽이고 할머니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듭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승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나라에서 할머니와 마주 앉아 있습니다.
“내가 없더라도 혼자 살 수 있겠냐?”
할머니가 승기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습니다.
“할머니랑 오래오래 같이 살 건데, 뭐.”
어린 승기는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말합니다.
“내가 그리 오래 산다던?”
“그럼, 아주 오래오래 살고말고.”
이렇게 대답하고 승기는 휑하니 밖으로 나갑니다. 한참을 신 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더니,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승기를 보고는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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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가셨으니, 이제 승기는 어쩌니?”
승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절대로 혼자 남겨 놓고 멀리 떠날 리 없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승기는 바로 코앞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 발자국도 걸음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승기는 두 팔로 허공을 휘저으며 크게 외칩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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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슴을 토닥이는 할머니의 익숙하고도 따뜻한 손길에, 승기는 눈을 번쩍 뜹니다.
‘꿈이어서 다행이다!’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리 헛소리를 하니? 가위까지 눌리고…….”
승기는 이제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곁에 계시니까요. 마음이 편안해진 승기가 할머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오늘따라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이 하얀 문주란 꽃처럼 보입니다.
문주란은 오래 살아서 ‘만년초’라고도 불린다는데, 우리 할머니도 문주란처럼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 승기는 별님에게도 빌고, 달님에게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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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좋아요
승기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특별한 봄입니다. 승기는 할머니 손을 잡고 ‘고승기’라고 적힌 이름표와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학교로 향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종종걸음을 치며 열심히 걸어갑니다.
승기네 집에서 걸어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초등학교는 교실이 하나뿐인 아주 작은 학교입니다. 입학하는 1학년은 승기와 다른 마을 아이 한 명까지 모두 두 명! 2학년은 한 명, 3학년은 한 명, 4학년은 두 명 그리고 6학년은 한 명. 전교생이라야 고작 일곱 명이 다입니다. 물론 선생님도 한 분뿐입니다. 모두 한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께 배웁니다. 그래서 모두 한가족처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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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게 즐겁습니다. 선생님도 좋고, 바로 옆자리의 친구와 누나들, 형들도 좋습니다. 학교 운동장 둘레에 서 있는 팽나무도 아주 좋아합니다. 팽나무 열매와 대나무를 가지고 만든 ‘팽총’으로 형들을 쫓아다니며 총싸움을 할 때면 신이 납니다.
팽총은 작은 대나무 대롱의 양쪽 끝에 팽나무 열매를 한 알씩 밀어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한쪽에 꽂은 다음, 오른손으로 ‘탁’ 치면 다른 쪽의 열매가 ‘팽’하며 날아가는 총입니다. 늘 혼자만 지내던 승기는 형들이랑 같이 노는 것만으로도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여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은 자연학습의 날인 거 알고 있지? 목적지는 바로 하도리 앞바다 토끼섬이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모두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법석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승기입니다. 승기는 얼른 비밀놀이터와 바닷가 친구들을 자랑하고 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온 승기는 헐떡거리며 말합니다.
“할머니, 며칠 뒤에 선생님이 토끼섬으로 자연학습을 간대요.”
“그것 참 잘됐구나. 그날 점심은 우리가 대접하겠다고 선생님께 꼭 말씀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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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토끼섬으로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 썰물 때를 맞춰, 승기가 앞장을 서서 모두 토끼섬으로 갑니다. 눈부시게 핀 하얀 문주란이 토끼섬을 찾아온 손님들을 반기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아름다운 광경에 놀라는 눈치입니다. 승기는 자기만의 비밀놀이터를 보여 준다는 생각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하듯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어때, 여기 멋있지?”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합니다.
“문주란은 해안의 모래땅에서 자라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문주란 자생지란다. 기후로 볼 때, 문주란 자생지 중에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는 데 아주 큰 가치가 있는 곳이지. 그래서 나라에서는 이곳의 문주란을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해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단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무주란 가까이로 모이라고 합니다.
“이 꽃을 보렴. 꽃의 꼭지가 꽃대 끝에서 사방으로 바퀴살처럼 내뻗어 있지? 이런 걸 ‘산형 꽃차례’라고 한단다. 그리고 여기 줄기처럼 보이는 거 있지? 이건 살이 많은 잎자루야. 잎자루가 여러 장 말려 있어서 줄기처럼 보이는데, 줄기는 밑동뿐이고 매우 짧단다. 그 밑에 많은 뿌리가 돋아나 있어서 뿌리줄기라고 해.
꽃이 지면 밤톨만 한 열매가 맺히는데 붉은 빛으로 익는단다. 열매 안에는 씨가 몇 개 들어 있지. 솜처럼 생긴 흰 껍질이 씨를 둘러싸고 있어서 씨가 바닷물 위에 떠다니며 먼 곳까지 옮겨 갈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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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문주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들려줍니다. 승기는 오늘 선생님께 배운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전부 들려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듣습니다.
‘천연기념물, 산형 꽃차례, 솜처럼 생긴…….’
“선생님, 점심 드세요!”
그때 멀리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갑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좇아 토끼섬 문주란들도 하나같이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하얀 문주란 꽃이 춤을 춥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붑니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서다2』『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4. 제주어 번역 전문
(*아라비아 숫자는 단락 구분)
개반초고장이 필 때
문성희
승기의 바당ᄀᆞᆺ 벗덜
밤이 짚어 감수다. 어둠 소곱이서 절 소리가 저푸우다.
제주도는 하도 비가 한 디라 ᄒᆞᆫ ᄋᆢ름이민 그자 ᄒᆞ늘에 고망이라도 똘라진 것추륵 쉬지 안ᄒᆞ영 비가 ᄂᆞ립니다. 오널도 ᄇᆞ름이 불곡 절도 ᄀᆞᇀ이 철썩철썩 춤판을 벌여ᇝ수다.
‘할머니 닐도 나갈거우과?’
승기가 할머니의 양질 벤조롱이 붸리멍 ᄀᆞᆯ앗수다.
“기여. 할망이 ᄇᆞ지런이 구젱기영 전복이영 ᄒᆞ여사 니 옷이영 신도 사주기.”
할머니도 벵삭이 웃으멍 ᄀᆞᆯ앗수다. 경ᄒᆞ여도 승기는 ᄆᆞ심이 곱곱ᄒᆞ우다. 옷도 신도 ᄆᆞᆫ딱 ᄀᆞᆽ구졍 안ᄒᆞ우다.
할머니 ᄃᆞᆨ모릎 베엉 눵 코시롱ᄒᆞᆫ 잇날 이왁 들으멍 궤양 ᄌᆞᆷ드는 게 더 좋아마씀.
2
“난 이 시상서 할머니가 질 좋아.”
“요 놈이 강셍이 홍애는 닐 인칙 일어나잰ᄒᆞ민 오널랑 그냥 자라.”
할머니와 승기는 코칭ᄒᆞ게 ᄌᆞᆷᄌᆞ리에 들엇수다. 두 사름이 ᄌᆞᆷ든 초집우트레 히영ᄒᆞᆫ ᄃᆞᆯ벗이 ᄂᆞ려왓수다.
하도리는 멀리 퉤끼섬이렌 ᄒᆞ는 족은 섬을 마주 봥 이신 ᄆᆞ슬이우다.
졸망졸망 신 대ᄋᆢ나문체 집중이서 질 알착이 할머니와 승기가 사는 집이우다.
3
할머닌 늦둥이 아덜이 컹 장게 가난 막 푼드룽ᄒᆞ엿수다.
경ᄒᆞᆫ디 문딱ᄒᆞᆫ 손지ᄁᆞ지 나 ᄂᆞ난 엘메나 좋은지 몰라마씀.
경ᄒᆞ던 ᄒᆞᆫ해 히양ᄒᆞᆫ 개반초고장이 빈주룽이 핀 ᄋᆢ름이엇수다.
할머니서방광 아덜은 궤기 잡으레 바당에 나간뒤 태풍 만나기네 ᄂᆞ시 돌아오지 못 ᄒᆞ엿수다.
그 뒤로 할머니와 메누린 해마다 개반초고장이 필때민 족은 섬 너미 먼 바당을 ᄒᆞ염어시 붸리곤 ᄒᆞ엿수다. 시해뒤 메누리 아올라 시름시름 아프당 오꼿 ᄒᆞ늘나라레 가불엇수다. 이제 집인 할머니와 승기만 아웨게 남앗수다.
4
할머닌 두린때부터 물질 ᄒᆞᆫ ᄌᆞᆷ녀이우다. 이젠 나가 들언 심이 부칠때도 싯주만은 철딱서니으신 손질 셍각ᄒᆞ민 그쟈 써넝ᄒᆞᆫ 바당더레 일을 나감수다.
할머닌 메날 인칙거니 일어나ᇝ수다. 물질 ᄒᆞᆯ 때 입을 소중이광. 통눈. 소살. 비창, 호갱이 태왁이영 망사리영 ᄆᆞᆫ 와리멍 ᄎᆞᆯ령 놔둔후제 승길 깨웁니다.
“ ᄒᆞᆫ저 싯엉 밥 먹게”
승긴 할머니가 일 ᄒᆞ러 갈 때 주짝 ᄄᆞ랑 가ᇝ수다. 할머니가 물질 끝낭 올 때ᄁᆞ지 모살밧디 기림 기리멍 조겡이 껍데기 주시멍 시간을 보내여마씀. ᄄᆞ시 바당ᄀᆞᆺ디 친ᄒᆞᆫ 벗덜광 놀기도 ᄒᆞᆸ니다.
5
ᄆᆞᆯ미주린 승기가 질 좋아ᄒᆞ는 벗덜 중 ᄒᆞ나우다. 돌트멍 족은 물 소곱이서 낭 뿌리추륵 생긴 손은 미신 왕관추륵 벨나게 쫘악 페왕 잇당 손꾸락으로 톡 건들민 와싹 ᄂᆞᆯ레엉 손을 숨키멍 몸을 오그림니다. 그 모냥이 미신 아기가 입을 오그리는 것 추륵 승긴 ᄌᆞ미난 시간 가는 줄 몰랑 놀곡 ᄒᆞᆸ니다.
6
ᄒᆞ루긴 ᄆᆞ슬 할아버지가 승기신디 ᄀᆞᆯ앗수다.
“ ᄆᆞᆯ미주린 일름이 어떵 생겨신디 알아ᇝ시냐?”
“아니마씨 잘 모르는디양 할아버지”
7
승긴 야게길 자오리멍 ᄀᆞᆯ앗수다.
“ᄆᆞᆯ위 미주알추륵 생겨부난 붙은 일름이여”
“미주알이 무신거우과?”
“미주알은 ᄆᆞᆯ 똥고망이여 경ᄒᆞ난 ᄆᆞᆯ의 미주알이 ᄆᆞᆯ미주알로 뒈엇당 ᄆᆞᆯ미주리로 뒌거주”
경ᄒᆞᆫ뒤 승긴 할아버지 말을 알아들언 야게길 꼬닥꼬닥 ᄒᆞ엿수다.
경ᄒᆞᆫ후제 막 족은 소리로 중중ᄒᆞ엿수다.
‘아닌디 아기 입이 더 닮아신디’
8
대우살은 ᄎᆞᆷ말 거북이다리추륵 이상ᄒᆞ게 생겻수다.
대우살도, 돌 트멍이 붙엉 사는디 ᄌᆞᄌᆞᆺ이 붸리민 바당물에 ᄌᆞᆷ긴 데멩이신디서 갑제기 손을 쑤욱 내밀곡 ᄒᆞᆸ니다. 승기가 붸림에 그 손으로 물을 저성 먹을 걸 잡는 건지 숨을 쉬는 건지 원원 당최 모르쿠다.
아, 벗이 ᄄᆞ시 잇수다. 바로 따개비우다. 따개빈 원뿔모냥으로 생긴 제주 오름 닯앙 좋아ᄒᆞᆸ니다.
대우살은 ᄎᆞᆷ말 거북이 ᄃᆞ리추륵 벨ᄒᆞ게 생겻수다. 대우살 돌트멍이 붙엉 사는디 ᄌᆞᄍᆞᆺ이 붸리민 바당물이 ᄌᆞᆷ긴 데멩이신디서 가다그네 손을 쑤욱 내밀곤 ᄒᆞᆸ니다.
승기가 붸리기에도 그 손으로 물을 져성 먹이를 심는 건지 숨을 쉬는 건지 원 당췌 모르쿠다.
경ᄒᆞ곡 갯강구도 신디 바퀴버렝이추륵 생견 처음인 징징ᄒᆞ엿주만은 잰 모냥에 두련 ᄀᆞᆺ사ᄀᆞᆺ 벗이 뒈엇수다.
9
개반초고장이 필 때
경ᄒᆞ주만은 개끗이 벗덜광 아멩 좋은 시간을 보내도 두린 승긴 ᄒᆞ루헤원 ᄒᆞᆫ차 이신 것이 막 막 구졋수다. 할망이 물질ᄒᆞ는 동안 지드리멍 ᄒᆞᆫ번씩 ᄉᆞ방을 붸리주만은 아무도 읏수다. 시상에 달랑 ᄒᆞᆫ차인 것 닮안 어떤땐 ᄆᆞ수우기 ᄁᆞ지 ᄒᆞᆸ니다.
경ᄒᆞᆯ때민 승기 ᄂᆞᆯ물이 뒈길 지드럿다기네 족은 섬신디 건너갑니다. 족은섬은 ᄒᆞᆫᄆᆞ리 퉤끼로 변ᄒᆞᆸ니다. 왈락 핀 개반초고장이 섬을 덮어부난이우다. 경ᄒᆞ연 사름덜은 퉤끼섬이렌 불릅니다.
승기는 이때가 질 좋아마씀. 개반초 ᄒᆞᆫ포기 ᄒᆞᆫ포기가 ᄆᆞᆫ딱 할머니추륵 붸려져서 신이 납니다. 개반초 히양ᄒᆞᆫ고장이 꼭 할머니 히양ᄒᆞᆫ 머리터럭 닮앗수다. 히양ᄒᆞᆫ 고장이 ᄇᆞ름이 흔들거리는 모냥을 붸리민 할머니가 훤ᄒᆞ게 웃으멍 승기신디 손을 흔글어 주는 것 닮안 기분이 지냥으로 좋아집니다.
10
승긴 아기인때부터 개반촐 좋아햇수다.
“ 늘 난 느네 아방광 어멍이 얼메나 좋아ᄒᆞ던지 느네 아방이 바당이 나가기 메칠전이도 늘 안안 퉤끼섬일 뎅겨왓져. 물아기인 느가 개반초고장 붸리멍 왈락 웃시민 느네 어멍이 입버릇추륵 말 ᄀᆞᆮᄀᆞᆫ ᄒᆞ여신디.”
물질 ᄆᆞ쳔 나온 할머닌 ᄒᆞᆫ차 노는 승길 붸리멍 ᄒᆞᆫ찻말을 ᄒᆞ엿수다.
“아이고 느가 ᄋᆢᆼ 잘 커가는걸 붸리민 ᄒᆞ늘나라이서도 푼드랑ᄒᆞᆯ거여”
할머니와 승기가 사는 칩 앞인 큰큰ᄒᆞᆫ 동박낭 ᄒᆞᆫ그루가 잇수다. ᄋᆢ름이민 승기는 동박낭 굴메 아래서 늘어지게 늦ᄌᆞᆷ을 잡니다. 경ᄒᆞ곡 벌겅ᄒᆞᆫ 고장이 핀 늦 저슬이민 동박생이가 ᄂᆞᆯ아왕 승기영 ᄀᆞᇀ이 놀아줍니다. 동박생인 ᄆᆞᆷ땡인 족주만은 막 빈찍빈찍 ᄒᆞᆸ니다. 경ᄒᆞ연 승긴 뽄쟁이 생이렌 부르멍 ᄌᆞᆽ아뎅깁니다. 동박생인 ᄂᆞᆯ아오를 때나 먹일 ᄎᆞᆽ을 때민 보드라운 소리로 찌이찌이 놀랠 부릅니다.
경ᄒᆞ곡 검칠락ᄒᆞᆯ때민 괄게 킬킬킬ᄒᆞ영 소리를 높이는디 그것 ᄆᆞᆫ딱 승긴 두렁청ᄒᆞ기만 ᄒᆞ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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ᄋᆢ름인 동박낭이서 재열도 ᄎᆞᆽ아옵니다. 한 낮이 물싹 ᄒᆞᆫ 더위도 잊어불게 ᄒᆞᆯ만이 제열소린 시원ᄒᆞ게 들립니다. 승긴 ᄋᆢ름이민 재열박ᄉᆞ가 뒈언 ᄒᆞ루헤원 할머니신디 물어보곡 ᄒᆞᆫ차 답ᄒᆞ멍 중중ᄒᆞᆸ니다.
“할머니 할머니 서귀포서 질 하영 붸려지는 재열이 무신건중 알아? ᄆᆞᆯ재열 그 다음번찬 아고 ᄎᆞᆷ 것도 몰라? ᄎᆞᆷ재열 둘이 서늉도 토나곡 난 붸리진 안ᄒᆞ영 놀래소리만 들어도 곧 알아 ᄆᆞᆯ재열은 ᄊᆀᄊᆀᄒᆞ곡 ᄎᆞᆷ재열은 민민ᄒᆞ영 놀랠 부르매.”
“아이구 우리 손지 박ᄉᆞ여 박ᄉᆞ...”
할머닌 아ᄁᆞ왕 승기 두더닐 툭툭 건드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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ᄌᆞ끗디 승기가 좋아ᄒᆞ는 짐싱벗덜만 이신건 아니우다. 승기가 ᄆᆞ수와ᄒᆞ는 짐싱덜토 잇수다. 승긴 집 난간에 붙어이신 큰 주넹일 붸련 도망친적이 ᄒᆞᆫ두번이 아니우다. 주네인 서늉부터 붸리고졍 안ᄒᆞ우다, ᄃᆞ리가 막 하영이신디 데망이도 페랍게 생기곡 니빨도 원원 ᄆᆞ숩게 생견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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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싯수다. ᄒᆞ룬 승기가 ᄆᆞ슬 아이덜이영 놀단 집더레 오는 질에 동그랑ᄒᆞ게 ᄆᆞᆷ뗑이 ᄁᆞ완 ᄂᆞᆽᄌᆞᆷ ᄌᆞ던 구렝일 ᄇᆞᆲ을 뻔 ᄒᆞᆫ적이 싯수다. 그때 승긴 파들락 놀란 으락 ᄒᆞ연 웨울러신디 구렝인 그 ᄌᆞ리서 팔딱팔딱 튀엇수다, 아무도 믿지 안ᄒᆞ주만은 이건 ᄎᆞᆷ말이우다.
14.
경ᄒᆞᆫ디 요지금 알머니가 일을 ᄆᆞ쳔 오는 시간이 ᄌᆞ주 ᄈᆞᆯ라지기 시작ᄒᆞ엿수다.
두린 승기 할머니가 빨리 오는게 그쟈 좋기만 ᄒᆞ엿수다. ᄒᆞ룬 할머니가 다른 ᄂᆞᆯ보단 더 인칙 집더레 왓수다.
심은게 하진 안ᄒᆞ여도 할머닌 ᄑᆞᆯ단 남은 것으로 맛나게 ᄌᆞ냑ᄎᆞᆯ렐 멘들앗수다. 그ᄂᆞᆯ 밤이도 승긴 벨롱벨롱ᄒᆞᆫ 눈ᄆᆞᆼ울로 할머니신디 엿날 이와길 ᄒᆞ여 ᄃᆞ렌 따물앗수다. 할머닌 승길 ᄌᆞᄍᆞᆺ이 붸리멍 셍각 ᄒᆞᆸ니다.
‘ᄋᆢ영 곱닥ᄒᆞᆫ ᄌᆞ식을 나가 어느제ᄁᆞ지 가냥ᄒᆞᆯ건지사 나가 가불민 이 두린거 ᄒᆞᆫᄌᆞ 어떵ᄒᆞ코...’
할머닌 승길 위ᄒᆞ영이라도 오래오래 살아야켄 셍각ᄒᆞᆸ니다. 두린 손지만 이시상이 ᄒᆞᆫ차 넹겨두는건 셍각도 맛 ᄒᆞᆯ일이기따문이우다.
15
부모 성제도 읏이 ᄒᆞᆫᄌᆞ인 승길 셍각ᄒᆞ난 가심이 아려옵니다.
16
승기의 소원
“ 는 이 할망이 좋으냐? 엿날 이왁이 좋으냐?”
승긴 ᄒᆞᄊᆞᆯ 셍각을 ᄒᆞ단 할머니 가심에 오물락이 들어가멍 코흘멩이 소릴 ᄒᆞᆸ니다.
“ 할머니가 ᄀᆞᆯ아주는 엿날이왁이 더 좋아”
“무신거? ᄋᆢ놈이 ᄌᆞ식이”
할머닌 승기신디 아씩 데멍일 ᄄᆞ리멍 기분좋게 이와길 ᄒᆞᆸ니다.
오널밤인 아멩ᄒᆞ여도 이와기보제길 하영 늘어놔사 될 것 ᄀᆞᇀ으우다. 복싹ᄒᆞ연 ᄌᆞᆷ이 왓주만은.
17
“엿날 엿날이 어떤 족은나라이 막 곱닥ᄒᆞᆫ 공주님이 살앗져”
승긴 두착 귈 바짝 세웟수다. 숨소리도 죽연 할머니 이와기에 짚이 빠졋수다. 할머니 이와긴 죽 이어졋수다. 얼메나 시간이 지나신지 승기 이녁도 모르는 ᄉᆞ이 꿈나라서 할머니와 ᄆᆞ주 앉아 잇수다.
“나가 읏이도 ᄒᆞᆫ차 살수 이시커냐?”
할머닌 승기신디 걱정스러운 양지로 ᄀᆞᆯ앗수다.
“ 할머니랑 오래오래 ᄀᆞᇀ이 살건디 무신거?”
두린 승긴 아무걱정도 읏다는것ᄀᆞᇀ이 ᄀᆞᆯ앗수다.
“나가 경 오래 산덴?”
“예 완전 오래오래 살곡 말곡”
이영 대답ᄒᆞ여둰 승긴 확ᄒᆞ게 바껫디레 나갓수다. ᄒᆞᆫᄎᆞᆷ을 정신읏이 놀단 집드레 들어오난 ᄆᆞ슬 사름덜이 모여들언 무신거랜 들어 ᄀᆞᆯ앗수다. ᄋᆢᇁ집 아주망이 승길 붸리언 복기안으멍 데멍일 어릅쓸엇수다.
18
“할머니가 가부난 이젠 승긴 어떻ᄒᆞᆯ거라?”
승긴 가심이 자락 ᄂᆞ려 앉앗수다. 다락 겁이 낫수다. 아멩ᄒᆞ여도 믿어지지안 ᄒᆞ엿수다. 할머닌 절대로 승기만 ᄒᆞᆫ차 넹겨뒁 먼디 갈 리가 엇수다.
“ 아니여 아니여”
숭긴 바로 코앞이 이신 집더레 들어가젠 ᄒᆞ여도 무신일이산지 ᄒᆞᆫ발ᄌᆞ국도 걸음을 옮기지 못 ᄒᆞ엿수다. 승긴 두착 ᄑᆞᆯ도 ᄒᆞ늘더레 휘갈멍 크게 웨울럿수다.
“할머니”
19
그때 가심 딱 ᄄᆞ리는 할머니 ᄄᆞᆺᄄᆞᆺᄒᆞᆫ 손메에 승긴 눈을 바짝 떳수다.
“꿈이난 다행이여”
“ 무신 꿈을 꾸어신디 경 헛 말을 ᄒᆞ염시니? ᄀᆞ새 눌리멍”
승긴 이제 아무충도 걱정이 엇수다. 할머니가 ᄌᆞᄁᆞᆺ디 이시난 마씀.
ᄆᆞ심이 페안ᄒᆞ여지난 승긴 할머니 양질 벤쭈룽이 붸립니다.
오널ᄄᆞ라 할머니 히영ᄒᆞᆫ 머리터럭이 히영ᄒᆞᆫ 개반초고장추륵 붸려져ᇝ수다.
개반초고장은 오래 살안 만년초렌도 불린덴 ᄀᆞᆮ주만은 우리 할머니도 개반초고장추륵 오래오래 살아도렌 승긴 벨님신디 빌곡 ᄃᆞᆯ님신디도 빕니다.
20
ᄒᆞᆨ교가 좋아
승기가 초등ᄒᆞᆨ교에 들어가는 제라진 봄이우다. 승긴 할머니 손 심엉 고승기렌 ᄌᆞᆨ아진 일름표영 히연손수건을 가심이 ᄃᆞᆯ안 ᄒᆞᆨ교레 가ᇝ수다. 볼락거리는 ᄆᆞ심으로 셍이 걸음걸으멍 ᄇᆞ지런이 걸어 가ᇝ수다.
승기네 집이서 걸엉 30분 쯤 떨어진 곳이 신 초등ᄒᆞᆨ교 교실이 ᄒᆞ나뿐인 완전 족은 ᄒᆞᆨ교우다. 입학ᄒᆞ는 1ᄒᆞᆨ년은 승기영 ᄐᆞ난 ᄆᆞ슬아이 ᄒᆞᆫ멩ᄒᆞ연 ᄆᆞᆫ딱 두멩, 2ᄒᆞᆨ년 ᄒᆞᆫ멩, 3ᄒᆞᆨ년 ᄒᆞᆫ멩, 4ᄒᆞᆨ년 두멩 경ᄒᆞ곡 6ᄒᆞᆨ년 ᄒᆞᆫ멩 전교셍이렌 ᄒᆞ여샤 ᄒᆞᆫ 닐곱멩이 다우다.
게나제나 선싱님도 ᄒᆞᆫ분뿐이우다. ᄆᆞᆫ ᄒᆞᆫ교실서 ᄀᆞᇀ은 선싱님신디 베웁니다.
경ᄒᆞ연 ᄆᆞᆫ딱 ᄒᆞᆫ 가솔추륵 지내ᇝ수다.
21
승긴 아칙마다 ᄒᆞᆨ교에 가는 게 지꺼지우다. 선싱님도 좋고 바로 ᄋᆢᇁ자리 벗이ᄋힿᆼ ㄴ이덜 성들도 좋수다. ᄒᆞᆨ교 운동장 에염이 성 이신 폭낭도 완전 좋수다. 폭낭 ᄋᆢᆯ매영 대낭으로 멘든 ᄑᆞᆨ총도 성덜 ᄌᆞᆽ아뎅기멍 총싸움ᄒᆞ민 완전 지꺼집니다.
폭총은 족은 대낭 양펜이 끝이 폭낭ᄋᆢᆯ맬 ᄒᆞᆫ알썩 밀어 놩 대낭가쟁이로 ᄒᆞᆫ펜이 꽂은 다음 노단착 손으로 탁 치민 ᄐᆞ난 짝 ᄋᆢᆯ매가 폭 ᄒᆞ멍 총알추륵 ᄂᆞᆯ아가는 총이우다. 느량 ᄒᆞᆫ차만 싯단 승긴 성덜이랑 ᄀᆞᇀ이 노난 ᄎᆞᆷ말 ᄎᆞᆷ말 푸근ᄒᆞ우다.
ᄋᆢ름이 뒈엇수다.
“ 담번주 화요일은 ᄌᆞ연ᄒᆞᆨ습ᄂᆞ린거 알아ᇝ지 목적진 바로 하도리 앞바당 퉤끼섬이여”
선싱님 말씀이 ᄆᆞ치자마자 ᄆᆞᆫ딱 첵상 두드리멍 웨울리고 난리가 낫수다. 그중이서도 질 좋아ᄒᆞ는 사름은 ᄎᆞᆷ날 승기우다. 승긴 ᄒᆞᆫ저 비밀놀이터영 개끗이 벗덜이영 ᄌᆞ랑ᄒᆞ고싶언 ᄆᆞ심이 급ᄒᆞ여졋수다. 수업이 ᄆᆞ치자마자 부영케 ᄃᆞᆯ아온 승긴 헉헉 ᄒᆞ멍 ᄀᆞᆯ앗수다.
“ 할머니 메칠후제 선싱님이 퉤끼섬더레 ᄌᆞ연ᄒᆞᆨ습 간덴마씀”
“ 거 잘뒈신게 거건 그날 징심은 우리가 대접ᄒᆞᆫ덴 선싱님신디 잘 ᄀᆞᆯ으라이”
22
가자 퉤끼섬더레
손ᄌᆞ그리멍 지드리던 그 ᄂᆞᆯ 물 싼땔 맞추완 승기가 앞정서둠서 ᄆᆞᆫ딱 퉤끼섬더레 가ᇝ수다. 눈이 빈칙빈칙 빈나게 핀 히영ᄒᆞᆫ 개반초고장이 퉤끼섬이 ᄎᆞᆽ아온 손님덜을 반기는 것 닮수다. 선싱님이영 벗덜은 곱닥ᄒᆞᆫ 모냥에 금칠락ᄒᆞᆫ셍이우다. 승긴 인녁만이 비밀놀이털 붸려줄 셍각에 둑지가 으쓱ᄒᆞ멍 ᄌᆞ랑ᄒᆞ듯 크게 웨울러ᇝ수다.
“어떵 이디 멋지지”
선싱님이 모게길 ᄁᆞ닥이멍 ᄌᆞᄍᆞᆺ이 ᄀᆞᆯ아ᇝ수다.
“개반초고장은 바당ᄀᆞᆺ디 모살땅이서 크는디 이딘 우리나라 ᄒᆞ나벢이 으신 개반초고장터여 기후로 보민 개반초고장터중이 질 북펜이 위치ᄒᆞ곡이선 ᄌᆞ연생태계 연구ᄒᆞ느디 질 큰 가치가 이신 곳이여. 경ᄒᆞ연 나라에선 이디신 개반초고장을 천연기념물 제 19호로 지정ᄒᆞ연 특별히 관리ᄒᆞ멍잇져.”
선싱님이 ᄒᆞᆨ생덜신디 개반초고장 ᄌᆞ꼿드레 모이렌 ᄒᆞ엿수다.
“이 고장을 붸려보라. 고장의 꼭ᄃᆞ리가 고장대 끝디서 ᄉᆞ방드레 바퀴살추륵 내 뻗엉 이시네. 이걸 산형 고장초례렌ᄒᆞᆫ다. 경ᄒᆞ곡 ᄋᆢ디 줄기추륵 붸려지는건 이건 살이 한 잎셍기여 잎셍기 완전 ᄍᆞᆲ은다. 그 밑이 ᄒᆞᆫ 뿌리가 돋아난 이션 뿌리줄기렌 ᄒᆞᆫ다. 고장이 지민 밤생이만 ᄒᆞᆫ ᄋᆢᆯ매가 ᄋᆢ는디 붉은 빗으로 익어ퟢ져. ᄋᆢᆯ매안인 씨가 멧게 들어이신디 멘네솜추륵 생긴 히영ᄒᆞᆫ 껍데기가 씰 에워싼이서 씨가 바당물 우티 떵뎅기멍 먼디 ᄁᆞ지 옮겨 가ᇝ져.”
23
선싱님은 개반초고장으로 이영저영 ᄒᆞᆫ 이와기를 ᄀᆞᆯ아줫수다. 승기 ㄴ오널 선싱님신디 베운 이와기를 ᄆᆞᆫ딱 할머니신디 다 ᄀᆞᆯ아줘야지 셍각ᄒᆞ멍 ᄇᆞ지런이 들엇수다.
“천연기념물, 산형, 고장초례, 멘네솜추륵 생긴...”
“ 신싱님 징심 드십서”
그때 먼디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럿수다. 아이덜이 우르르 ᄃᆞᆯ려가ᇝ수다.
할머니 목소리 ᄌᆞᆽ안 퉤끼섬 개반초고장덜도 ᄒᆞ나ᄀᆞᇀ이 할머니펜더레 모게길 돌러ᇝ수다. 히영ᄒᆞᆫ 개반초고장이 춤을 춰ᇝ수다. ᄇᆞ름이 사노롱ᄒᆞ게 불어ᇝ수다.
문성희
2010년 월간 《문학광장》 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2011년 한중문화상 수상. 제주문인협회 회원. (사)제주어보전회 회원 및 제주어 강사. 2015년 시집 『지옥을 다녀온 여자』 2019년 그림동화 『기여 기여』 등
5. 기대 효과
이는 첫째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주란 자생지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가 가장 크다고 하겠다. 몇 년 전에 나는 제주도에 일을 보러 갔다가 일부러 이곳을 찾았으나, 썰렁한 그 모습에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아직도 홍보가 부족한 상태라고 생각된다. 천연기념물이라면 우리나라의 보물이나 다름이 없는데, 우리가 우리 것의 귀중함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더욱 큰 애정을 지니라고 전설까지 만든 게 아니겠는가. 여기는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둘째로는 제주어 보존이라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내가 제주도에 살 때 제주어에 대한 큰 관심을 가졌다. 제주어는 섬이라는 입지적 조건 때문인지, 그 당시에 놀랍게도 토속적인 말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동쪽과 서쪽의 말이 달라서 대화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러한 토속어는 고대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보존가치가 크다. 게다가 보존을 하기 위해서는 학술적보다는 문학적이어야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게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이 번역 동화가 널리 읽혀져서 앞의 두 가지 뜻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6. 백등(100/100)의 덧붙임
외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과 처음 만나 얘기할 때 가끔 “당신이 쓰는 사투리(언어)는 무엇입니까? (What`s your dialect?)”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한국어(Korean)라고 대답한다. 영어의 dialect를 방언 또는 사투리로 번역한다. 방언은 같은 어족의 언어에서 파생된 언어를 말한다. 제주어는 한국어에서 파생된 말이다. 언어는 이렇게 파생되기도 하고 生 老 病 死의 과정을 거친다. 이 시점에서 보면 제주어는 늙었지만 병들지 않은 채 살아 있는 언어다. 언어의 파생은 지리적 고립에 따른 환경과 거류 집단의 정체로 독특하게 발달한 것이다. 제주어는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제주어가 가지는 뉘앙스 즉, 음색과 어감 그리고 음악성은 표준 우리말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언어가 지니는 그 문화는 다른 지역과 원활한 소통을 두려워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국어로 생각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언어는 바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이 모두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언어를 다루는 시와 같은 문학이 있다. 따라서 제주어는 제주도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제주어로 쓴 문학은 제주도 사람의 창조 정신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제주어로 된 동화 ‘문주란 꽃이 필 때’를 표준말에 익숙한 제주도 어린이가 읽는다면 제주어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하여 전통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표준말을 써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어른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촌스럽기보다 귀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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