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황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 엽서' 2005년 코암데오 출간. 137쪽. 값8000원.(02)2264-3650
***본 시조집은 제1회 세계한민족 사이버문학상 대상수상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책 머리에
1.
짧지 않은 세월을 순수하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 詩人이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가 어떠한 모습으로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번잡한 큰길보다 한적한 오솔길을 좋아한다. 그 길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가다가 냇물 소리와 악수하고 산새 소리에 취하기도 하는, 숲 우거진 산길일수록 더욱 좋다. 게다가 운이 좋게 아름다운 꽃 한 송이라도 만난다면 그 앞에 서서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행운을 나는 꿈꾼다.
2.
나는 달을 좋아한다. 달 같은 순수함을 좋아한다. 아니, 슬픔에 잠겨 있는 듯한 그 마음을 사랑한다. 어느 때는 친구처럼, 또 다른 때는 연인처럼, 달은 나에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달의 환한 웃음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세상의 어느 여인이 나에게 그처럼 착한 눈빛을 보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성낼 일이 있더라도 달의 얼굴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잠자는 바다같이 잔잔해진다.
달은 넉넉한 행보를 지닌다. 그 걸음이 어찌나 유연한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따르게 된다.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너무나 아름답기에, 그가 걸음을 옮길 적마다 음악이 들리는 성싶다. 바야흐로 율동이 음률을 이끈다.
절대로 달은 늙지 않는다. 늘 싱싱한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손짓은 꽃처럼 피어난다. 그저 눈길이 닿기만 해도, 나를 활짝 웃게 만든다. 그 향기에 이끌리어 나는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젊음을 되찾으려면 달을 죽도록 사랑하는 길밖에 없다.
달은 밤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내 가슴에도 뜬다. 달이 없었다면 내가 단 하루라도 어찌 견딜 수 있었으랴. 달은 위대한 詩人이다. 달이 들려주는 詩를, 나는 느낌으로 듣는다.
아마도 달이 사는 세상에는 아름다운 일들만 있을 게다. 서로가 사랑하고 아끼는 일뿐이어서 그렇듯 달은 그 눈빛이 밝게 빛날 게다. 내가 착해지지 않고서는 결코 달에게로 다가갈 수 없으니, 오늘도 나는 마음을 씻고 또 씻는다.
3.
나는 또한 시조를 사랑한다. 그 자태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시조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수십 년을 공부해 왔으나, 이제 겨우 기본음보를 짐작하게 되었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조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신비로움이 나를 이끈다.
이제는 마음만 주어서는 안 될 듯하다. 시조는 내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 그 구도의 삶 안에서 마침내 피워 내는 법열의 꽃. 그렇다. 시조야말로 나의 신앙이다. 그러한 믿음으로 나는 내 목숨을 이어 가고 있다.
2005년
낙성대에서
김 재 황
차 례
제1부 비상을 위하여
알 것 같다 / 내 친구 우주시인 / 그림 한 폭 살아나면 /
비상을 위하여 / 독도 일기 / 인공위성 타고 보면 /
저녁놀을 바라보면 / 고찰 주변 / 연꽃 소묘 / 가벼운 길 /
소나기 연가 / 구절리역 / 꽃에게 내 마음을 / 꽃의 코디네이션 /
제2부 이름에 대하여
고독한 조각상 / 화합을 위하여 / 이름에 대하여 / 석탑의 웃음 /
집안 고분벽화 / 저 숲에 사는 그대 / 장곡사 견문 /
무궁화가 피어난다 / 손끝으로 쓸어 보면 / 행복한 그 한때 /
잎에게 당부하다 / 저 외로운 학을 보며 / 관악산에서 /
가을 이별 / 삼일절을 맞으며 /
제3부 청어가 되어
우리가 사는 동안 / 처진 내 어깨 / 참매미 그 울음에 /
청어가 되어 / 화장터에서 / 고인돌에게 / 잘생긴 고인돌 /
나무의 잠 / 바위의 말 / 고양이 / 고양이 그 후 / 우리 진돗개 /
어느 잉어 / 하얀 침묵 속에 /
제4부 동강 이야기
장생포에서 / 부채붓꽃 피어나면 / 슬픈 한강 /
주남저수지에서 / 동충하초 / 동강 이야기 / 단수 3제 /
서울역 대합실에서 / 내린천 근황 / 무제치늪을 걱정하며 /
하얀 바다 / 철새를 보며 / 다시 8.15에 / 남산이 코가 되어 /
제5부 오름의 노래
반 지 / 박새 한 마리 / 서산 마애불 / 다시 편운재에서 /
부용묘를 찾아보고 / 소리가 피우는 꽃 / 오름의 노래 /
호 박 / 내 고향 그 뒷산은 / 열매 솎기 / 넝 마 / 옹 기 /
한밤에 강둑을 거닐며 / 소란스런 가을 소리 / 겨울 숲에서 /
제6부 고수부지에 누워
아 침 / 고수부지에 누워 / 물소리 안으려니 / 방물 이미지 /
다시 방물 이미지 / 재스민 차를 마시며 / 셰르파가 되어 /
명상을 위하여 / 갈치에 대하여 / 거 울 / 빙하기 / 화진포에서 /
머리맡 낮은 자리 / 맨발 그대로 /
제7부 기차를 타고 가며
빈 가슴이 된다 해도 / 동백, 그만큼은 / 낙성대 그 임 /
그 가슴의 훌라후프 / 아침이 밝아 오면 / 묵혀 놓은 가을엽서 /
황소의 눈 / 그 이름 조선소나무 / 기차를 타고 가며 /
저녁 바다 앞에서 / 임의 배는 안 보이고 / 봄비 이고 봄이 온다 /
산에도 내 귀에도 /
부록 제1회 세계한민족 사이버문학상 대상수상작
황토의 노래 / 그 작은 별꽃이 / 행 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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