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4. 이슬을 보며 이슬을 보며 김 재 황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 모습처럼 즐겁게 빛나다가 떠날 수는 없는 걸까 맑은 넋 젖은 눈빛이 가슴 깊이 안겨든다. 이슬과 빛이 만나 무지개를 그리듯이 우리가 지닌 삶도 이슬 같은 사랑으로 저마다 아름다움을 끝까지 지켜야 하네. 잠시 있다 떠난다고 그댄 슬퍼하진 마라 .. 시조 2009.07.11
(다시 시조 30편) 13. 탈의 탈 의 김 재 황 옷이 정말 날개일까 그건 당치않은 소리 겉을 너무 꾸미는 건, 안이 부실하기 때문 타고난 알몸뚱이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오래 입은 옷일수록 때가 끼고 얼룩지며 몸에 맞춰 입으려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차라리 가볍게 탈의 훨훨 날자 저 하늘. 하기야 이 마음도 안 보이는 옷인 것.. 시조 2009.07.07
(다시 시조 30편) 12. 인사동 거리 인사동 거리 김 재 황 새파란 숨결들이 물이 되어 흐르는 곳 몸과 몸이 맞닿으면 더욱 크게 빛을 내고 가슴엔 둥둥 떠가는 옥잠화가 핍니다. 그 걸음 가벼워서 절로 여울 이루는데 눈과 눈이 마주치면 더욱 곱게 불을 켜고 저마다 머리 뾰족한 버들치가 됩니다. 아무리 붐비어도 흐린 적이 없는 물길 한.. 시조 2009.07.05
(다시 시조 30편) 11. 행보 행 보 김 재 황 언제든지 내 앞길은 눈이 하얗게 내린 길 발걸음 내딛으면 ‘뽀드득’ 소리가 난다 새롭게 하루를 걸으며 찍어놓은 내 인발! 바라보고 가는 길이 꽤 길고 험하다 해도 땅바닥 힘껏 딛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 내 길의 외로운 발자국 선명히 남겨야 할 것. 혹시 누가 내 뒷길을 이담에 살필.. 시조 2009.07.04
(다시 시조 30편) 10. 그 작은 별꽃이 그 작은 별꽃이 김 재 황 참 작은 입술이다 하늘 볼에 입 맞추는 종알종알 입김 서린 세상 밖의 이야기들 가까이 내 귀를 당겨서 소곤대고 있구나. 너무 큰 눈짓이다 온 우주와 눈 맞추는 송이송이 눈길 실린 세월 속의 웃음꽃들 멀찍이 모두 나앉은 채, 반짝이고 있구나. 시조 2009.07.03
(다시 시조 30편) 9. 번지점프 번지점프 김 재 황 구원의 줄이 있다, 조금도 겁내지 마라 건강한 젊음으로 열어 가는 이 스포츠 그 몸을 던져 버림으로써 짜릿함을 맛본다. 운명에 자기 발을 스스로 묶은 사람들 그게 고무줄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쾌락을 급히 쫒는 한, 핑그르르 땅이 돈다. 저 아래 푸른 물이 받치고 있을지라.. 시조 2009.07.01
(다시 시조 30편) 8. 호접란 호접란 김 재 황 네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가기를 꿈꾸며 너와 가장 닮은 정이 흐르는 언덕을 넘어 기억의 연분홍 나비가 긴 꽃대로 날아온다. 너는 거짓을 버리고 젊게 살려고 하지만 네 슬픔을 키워 가는 저 산 너머의 바람들 더 곱게 수줍은 꽃잎이 빈 날개를 펼친다. 시조 2009.06.30
(다시 시조 30편) 7. 터득 터 득 김 재 황 잘사는 모습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지 참으로 오랜 동안 나는 알지 못하였네. 욕심껏 열심히 살면 되는 줄만 알았네. 넓은 땅 차지하고 편하게 누리면 될까 높은 자리 올라서서 으스대면 되는 걸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대체 답은 무엇인지. 눈 내린 다음날에 홀로 눈길을 걷다가 눈이 .. 시조 2009.06.28
(다시 시조 30편) 6. 눈물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김 재 황 무언가 어둠 속에 깨어짐을 당할 때면 저문 숲에 홀로 서듯 빈 가슴이 시려 와서 서럽게 눈이 젖는다, 저 미운 것 가물대게. 어쩌다 발에 밟혀 깨달음을 얻을 때면 둥근 달이 환히 웃듯 절로 마음 둥둥 떠서 기쁘게 눈이 젖는다, 이 고운 것 출렁대게. 시조 2009.06.27
(다시 시조 30편) 5. 아침 아 침 김 재 황 흐림은 가라앉고 맑음이 떠서 빛나네. 우거진 억새밭이 꿈자리를 정돈하고 새로운 흔들림으로 밝아 오는 우리 이마. 햇살이 날아와서 창을 열라 재촉하고 시린 바람 방문으로 내 공간은 무너지네. 어쩌랴 힘든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엎드린 담을 타고 나팔꽃이 피어나면 숲에서 .. 시조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