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
숫시인 싯다르타
사람은 얼마나 사느냐 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은 전부터 수없이 들어 왔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다운 삶일까?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그냥 열심히 일만 하고 산다면 그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래서 나는 소위 성인이라고 일컬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삶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나의 관심을 끈 사람이 싯다르타였다. 나는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문헌을 조사하는 가운데, 그는 우리와 결코 먼 곳의 사람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나는 ‘김해 김씨’이다. 다 알고 있듯이, 김해 김씨의 시조로 알려진 김수로왕은 인도 여인을 왕후로 삼았다.
다행히 싯다르타에 대한 삶의 행적은 산스크리트 어나 팔리 어 등의 문헌으로 비교적 많은 자료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게 모든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음미하며 읽어 나감에 따라 새로운 앎에 대한 기쁨과 더불어서 이 사실들을 나 혼자 알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자각으로 싯다르타에 대한 일대기를 펴내게 되었다.
여기에서 다시 강조하거니와, 싯다르타는 결코 종교에 대한 생각을 지닌 적이 없었고, 이 이야기 ‘숫시인 싯다르타’ 역시 종교와는 아주 무관하다. 그는 다만 깨끗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했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진리의 말씀들이다.
사실, ‘숫시인 싯다르타’는 ‘전기’라고 할 수도 있고 ‘수상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가 ‘전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책에 싯다르타의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청정한 삶의 궤적이 비교적 적나라하게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 어머니 ‘마야’ 왕비가 서서 출산한 사실이며, 어렸을 적에 벌레가 보습에 무참히 몸이 잘려서 새에게 먹히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는 얼마나 슬퍼했는가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는 노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벗들에게 간절하게 당부한 말 등은 우리를 큰 감동으로 이끈다.
그리고 내가 ‘수상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의 각 단락마다 내 시조작품이 한 편씩 소개되어 있고 그 작품과 연관하여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기술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농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싯다르타와 관련된 여러 식물들에 대하여 누구보다 세밀한 추적을 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 인도의 식물들에 대한 명쾌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지명을 산스크리트 어나 팔리 어로 소개함으로써 진실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려고 노력했음은 물론이려니와, 싯다르타가 살았던 그 당시의 여러 나라들에 대하여도 그 역사를 사실과 가깝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이에 대하여 부언한다면 이 책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인도, 특히 티베트와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언어 중에 적지 않은 양의 언어들이 그 곳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인도 사람들이 섬기었던 신(神) 중에는 불의 신 ‘아그니’(Agni)가 있다. 이 ‘아그니’가 우리나라로 와서 ‘아궁이’가 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남방식 고인돌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이 오게 되면 언어도 따라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한, 싯다르타의 이야기는 문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의 말씀을 기록한 숫타니파타와 담마파다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詩)편들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그 내용은 그 말 그대로 그 뜻의 대강일 뿐이지만, 이를 팔리 어로 읽으면 듣기에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 안에 아름다운 리듬이 물이 흐르듯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자연보호의 교과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싯다르타는 작은 목숨 하나라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노는 아이들을 만나자, 그는 아이들을 가까이 불러서 ‘너를 누가 괴롭힌다면 너는 좋겠니?’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일제히 ‘나는 싫습니다.’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싯다르타는 아이들에게 ‘저 물고기들도 마찬가지란다.’라고 아주 부드럽게 타일렀다. 어디 그뿐인가. 사냥을 하여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왕에게 간청하여 농토를 나누어 줌으로써 살생을 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기 때에는 땅 밖으로 나온 벌레들을 자칫 밟아 죽이기 쉬우므로, 그와 그의 벗들은 밖으로 나다니지 않았다. 그게 이른바 ‘밧사’(vassa)라고 하는 ‘안거’(安居)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다. 그 내용을 여기에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역사와 문학, 그리고 삶의 진리를 비롯하여 나라와 도시 및 식물과 동물에 이르는 정확한 지식들을 풍부하게 얻게 된다.
싯다르타를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위에는 늘 그를 따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싯다르타는 그들을 가리켜서 ‘벗’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금도, 우리 위에 있는 게 아리라, 우리 바로 옆에 있다. 우리와 나란히 걷는다.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물론, 현대인들에게 여기에 소개되는 이야기대로 살라는 말은 아니다. 이를 기본으로 삼아서 현대에 알맞은 삶을 깨끗하게 살아야만 한다. 이로써 책의 소개를 마치고, 많은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도서출판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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