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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지시에 따라, 사관이 지도를 책상 위에 펴 놓았습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지도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힘을 주어서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알프스를 넘은 후에 이탈리아로 들어가서 오스트리아 군대와 싸우는 거다!”
‘알프스’(Alps)는 유럽 대륙의 중남부에 있는 세계적으로 굴지의 큰 산맥입니다. ‘굴지’(屈指)는 ‘손가락으로 꼽아 셀 만큼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글자 본래의 뜻은 ‘손가락을 구부린다거나 꼽는다.’입니다. 손가락은 모두 합쳐 봐야 열 개뿐입니다. 세상의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열 개 안에 든다면 그건 아주 대단한 의미가 있습니다.
알프스는 독일과 스위스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걸쳐 있지요. 일년 내내 얼음에 덮여 있는 여러 산봉우리와 아름다운 호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 곳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해발 4천8백10 미터의 ‘몽블랑’(Mont Blanc)입니다. ‘몽블랑’이라는 뜻은, 프랑스 말로 ‘흰 산’이라고 합니다. 그 산맥의 평균 높이도 2천5백 미터나 된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놀랍게도 ‘센트베르나드 고개’였습니다. 평균높이쯤 되는 그 고개도, 언제나 어름과 눈이 덮여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높은 고개를 그 많은 군인들이 넘어간다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많은 식량과 무기를 가지고 가야 합니다. 특히 그 무거운 대포들을 끌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군대는 우리 군대가 따뜻한 남쪽에서 쳐들어온다고 믿을 거다. 알프스를 넘어서 북쪽으로 우리 군대가 공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거다. 그러므로 나는 적이 방심하고 있는 북쪽에서 쳐들어갈 작정이다.”
이는, ‘우직지계’(迂直之計)의 한 방법입니다. ‘우직지계’는 ‘우회하면서, 직행하는 군대를 앞지르는 계책’입니다. 이 일은, 절대로 적이 눈치를 채게 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그 행동이 매우 신속하고 기민해야 합니다. 이렇듯 우회하여 해로운 길을 스스로 택하는 방법은, 궤계에 의한 기습작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궤계’(詭計)는 ‘남을 간사하게 속이는 꾀’를 말합니다. 아무리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남을 속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까? 그러나 ‘병불염사’라는 말이 있듯이, 이는 전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병불염사’(兵不厭詐)는 ‘군사에 있어서는 적을 속이는 간사한 꾀도 꺼리지 아니함’을 이릅니다.
이 말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인정됩니다. 만일에 장사하는 사람이 ‘상불염사’(商不厭詐), 즉 ‘장사에는 속이는 꾀도 꺼리지 않는다.’라고 받아들인다면, 그는 곧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들어선 바와 같습니다. ‘패가망신’(敗家亡身)은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침’을 가리킵니다.
1800년 5월, 드디어 숙려단행의 날이 왔습니다. ‘숙려단행’(熟慮斷行)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마음먹고 실행함’을 나타냅니다. 이로써 나폴레옹이 그만큼 전쟁에 대해 신중하였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6만 명의 프랑스 군대는 알프스를 향하여 제제창창하게 출발했습니다. ‘제제창창’(濟濟蹌蹌)은 ‘몸가짐이 위엄이 있고 위품을 떨치며 질서가 고름’을 가리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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