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22. 소나기 연가

시조시인 2009. 6. 12. 00:09

        소나기 연가


                             김 재 황

 




마당에 대나무 숲이 일어선다.

빈 가지마다 옛 이야기는 젖어들고

그리운 얼굴들이 죽순처럼 돋아난다.

번쩍번쩍 치는 번개를 따라

우르르 쾅쾅 우는 천둥소리에

어둠 속에 갇혔던 댓잎들이 풀려난다.

까닭 없이 맹꽁이는 왜 그리 울고

보릿고개는 어찌 그리 구불거렸던지

장끼 한 마리 놀라서 날아가면

또다시 대나무 숲이 서걱거린다.

가더라도 대나무 젖은 숨결 채운 다음

회심곡 한 가락 뽑아 놓고 떠나라.

대나무 꽃 피워 놓고 두 눈 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