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연가
김 재 황
마당에 대나무 숲이 일어선다.
빈 가지마다 옛 이야기는 젖어들고
그리운 얼굴들이 죽순처럼 돋아난다.
번쩍번쩍 치는 번개를 따라
우르르 쾅쾅 우는 천둥소리에
어둠 속에 갇혔던 댓잎들이 풀려난다.
까닭 없이 맹꽁이는 왜 그리 울고
보릿고개는 어찌 그리 구불거렸던지
장끼 한 마리 놀라서 날아가면
또다시 대나무 숲이 서걱거린다.
가더라도 대나무 젖은 숨결 채운 다음
회심곡 한 가락 뽑아 놓고 떠나라.
대나무 꽃 피워 놓고 두 눈 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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