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집을 펴내는 까닭

시조시인 2015. 8. 7. 08:24

 

---근심을 잊게 한다는 망우초, 그 큰 웃음이 내 마음을 씻는다.

 

 

 

시집을 펴내는 까닭

 

김 재 황

 

 

노자는 밝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그 하나는 자기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정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길을 걸어가면서 남에게 베푸는 일이다. ‘자기의 길을 기업가로 정한 사람은 그 삶의 방편이 이니 열심히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남에게 많이 베풀어야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많이 베풀지 못했다면 그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다.

시인의 길을 택한 사람은 그 삶의 방편으로 를 짓는다. 다시 말해서 시를 지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으며 선비의 길을 걷는다. 하루라도 이 수신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열심히 를 지어서 그 로써 남에게 베풀 수밖에 없다. 가진 게 뿐이니 어쩌겠는가? 어렵게 아주 어렵게, 자비를 들여서라도 시집을 반드시 펴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그 베풂이 아주 크다.

물론, 출판인의 도움으로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그럴 경우에 그 시집이 많이 팔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자칫 시인이 속됨에 빠질 수가 있다. 시인 소동파는 그의 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선비가 속되게 되면 의사도 고칠 수가 없다.’(俗士不可醫)라고. 시인에게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없다. 시는 보석처럼 빛나고 꽃처럼 아름답다. 이 순수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읽기만 하여도 수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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