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잊게 한다는 망우초, 그 큰 웃음이 내 마음을 씻는다.
시집을 펴내는 까닭
김 재 황
노자는 밝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그 하나는 ‘자기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정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길을 걸어가면서 남에게 베푸는 일’이다. ‘자기의 길’을 기업가로 정한 사람은 그 삶의 방편이 ‘돈’이니 열심히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남에게 많이 베풀어야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많이 베풀지 못했다면 그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다.
‘시인의 길’을 택한 사람은 그 삶의 방편으로 ‘시’를 짓는다. 다시 말해서 시를 지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으며 선비의 길을 걷는다. 하루라도 이 ‘수신’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열심히 ‘시’를 지어서 그 ‘시’로써 남에게 베풀 수밖에 없다. 가진 게 ‘시’뿐이니 어쩌겠는가? 어렵게 아주 어렵게, 자비를 들여서라도 ‘시집’을 반드시 펴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그 베풂이 아주 크다.
물론, 출판인의 도움으로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그럴 경우에 ‘그 시집’이 많이 팔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자칫 시인이 속됨에 빠질 수가 있다. 시인 소동파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선비가 속되게 되면 의사도 고칠 수가 없다.’(俗士不可醫)라고. 시인에게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없다. 시는 보석처럼 빛나고 꽃처럼 아름답다. 이 순수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읽기만 하여도 수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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