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덩굴/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으름덩굴 김 재 황 이따금 찾곤 하는 공원에서 사는 나무줄기는 감기는데 지닌 잎은 꼭 손바닥첫눈에 나는 반했지 빠져 버린 거였어! 봄이면 피어나는 꽃이 모두 보랏빛 꿈여기선 작고 많이 저기에선 크고 적게저마다 나를 반겼지 그 눈빛이 고왔어! 가을이 익어 가니 자랑스레 내민 열매맛이야 좋든 말든 입을 모아 임하부인단풍도 나는 버렸어 가슴 뛰니 어쩌지? (2021년) 오늘의 시조 05:35:44
꽃과 같은 그대/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꽃과 같은 그대 김 재 황 참 고은 눈짓이니 꽃과 같지 아니한가,언제나 밝은 웃음 나눠 주는 마음이여첫 만남 설레게 되는 발걸음이 멎는다. 꼭 품는 아늑함이 어찌 향기 아니겠나,깊숙이 안긴 말씀 줄곧 빚은 진주인데오늘 또 그리움 짙게 밤하늘을 살핀다. 뺨 비빈 아낌으로 꽃과 같은 믿음이니서둘러 눈에 띄는 벌과 나비 아니라도나 홀로 머물러야 할 꿈자리에 닿는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5
풀/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풀 김 재 황 비림이 세게 불면 휘고 나서 일어선다,굳세지 아니하여 안 꺾이니 유연한 몸세상을 껴안는 일이 춤추는 것 같구나. 작으면 좋다니까 더욱 낮게 기는 모습땅하고 가까운 삶 짧더라도 힘껏 간다,잎마다 맺히는 이슬 흘리는 땀 아닐까. 그 마음 넓을수록 큰 날개가 돋아나니밤이면 별을 따라 은하수를 날아 넘고먼동이 열릴 때까지 너른 꿈결 가꾼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4
파랑새/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파랑새 김 재 황 잠자듯 깊은 골에 녹두밭이 열려 있고하늘에 흰 마음이 닿지 못할 바람이라고향을 찾는 저 새도 날갯짓이 고되다. 꿈꾸듯 흐른 들에 녹두꽃이 살짝 웃고밤중에 내 걸음은 쉬지 않을 구름인데 고향이 지친 저 새를 가슴으로 맞는다. 잠기듯 낮은 길에 녹두알은 익어 가고어디로 가야 할지 어둠 깔린 은하수여고향에 안긴 저 새만 숨소리가 둥글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3
우주/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우주 김 재 황 크디큰 그 공간을 하늘 위에 펼쳤어도우리가 벌린 품이 어찌 그걸 따르겠나,제각기 마음 안에서 자리 잡을 뿐이지. 하기야 젖먹이는 가장 큰 게 무엇인가.말보다 눈짓으로 그냥 믿는 엄마 가슴짤막한 낱말 하나에 기죽으면 안 되지. 때로는 아주 작게 나설 때가 있다는데돋아난 풀 한 포기 살펴보면 밝혀지지,꿈길을 걷는 목숨은 모두 크게 지녔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2
하루를/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하루를 김 재 황 하루를 살기 위해 두 눈길은 남을 찾고그 발은 또 얼마나 힘이 들게 걸었겠나,그러니 착한 일 많이 아니하면 안 되네. 하루를 살기 위해 두 허파는 숨이 잦고그 코는 또 그렇게 자주 크게 벌렸겠지,그러니 좋은 일 많이 해야 하지 않겠나. 하루를 잇기 위해 두 간장은 땀을 씻고그 입은 또 얼마나 여러 맛을 보았겠나,그러니 옳은 일 많이 베풀면서 잘 살게.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1
나도 허수아비/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나도 허수아비 김 재 황 누렇게 익은 벼를 지키는 이 누구인가,혼자서 하루 내내 끌고 있는 그림자여이름이 꽤 알려져서 허수아비 다 안다. 두 팔을 벌렸으나 눌러 쓰는 밀짚모자헌 옷을 걸쳤는데 외다리로 새를 쫓네,목소리 내지 않지만 내 귀에는 메아리. 지나며 그 모습을 보았어도 웃지 마라세상에 허수아비 아닐 사람 있을 건가,어떻든 제 일 잡히면 세상만사 모른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10
손/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손 김 재 황 귀 얇아 혹했는지 머리 나빠 속았는지하라고 하는 대로 생각 없이 따른다면우리는 그를 빗대어 손에 놀지 말하네. 지금껏 쉬지 않고 나쁜 짓만 일삼다가싹 끊듯 그만두고 착한 이가 되었다면우리는 그를 가리켜 손을 뗐지 말하네. 어느 때 어떤 일을 가져다가 맡기든지그 모두 마음 들게 마무리를 짓는다면우리는 그를 내세워 손이 맵다 일컫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09
별을 보며/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별을 보며 김 재 황 하늘에 저 별들이 있었음을 왜 잊었나,어둠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우리 믿음진실은 숨어 있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 대낮을 밟고 가서 나중에야 나서는 것스스로 가난하여 잃지 않는 우리 지성불의는 겁을 내는 듯 다가오지 못한다. 강물이 또 흐르면 반짝임은 다 젖는데못 놓는 젊음처럼 아름다운 우리 순수밤에도 깨어 있음을 감출 수나 있을까.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08
오랑캐꽃/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오랑캐꽃 김 재 황 저 하늘 따뜻한 볕 좋아하는 아가씨들잘 엮은 바구니를 옆에 끼는 나들이여가까이 귀 기울이면 깔깔거림 있을 듯. 그 마음 열렸으니 무엇인들 안 담을까.깃 넓은 아지랑이 두르고 선 들녘인데어디서 냇물 소리가 네 속삭임 따른다. 척 보면 손가락에 꽃잎 반지 끼었지만빈 바람 공연스레 앞섶 흩고 달아나니정녕코 봄이 왔음을 세상 곳곳 알린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