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따뜻한 커피 한 잔 고즈넉이 손에 들면철없이 어린 일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풀린 듯 쌉싸래하게 검은 밤이 밀려든다. 흰 달빛 길게 닿고 오직 잠만 쓸리는데날리는 커피 향에 젊은 꿈도 다시 와서가슴 속 묻은 기름기 말끔하게 닦아낸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20
까치 소리로 배우다/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까치 소리로 배우다 김 재 황 열린 새해 그 아침에 흰 눈길을 따르는데느티나무 가지 위에 웬 까치가 자리 잡고나한테 ‘꺾어라, 꺾어!’ 타이르듯 말하네. 떠난 여름 그 까치는 마냥 마음 넉넉해서빈 전봇대 꼭대기에 바람 새는 집을 짓고나더러 ‘깎아라! 깎아!’ 나무라듯 외쳤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19
밥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밥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너만 보면 고마워서 고개 깊이 숙이나니그 베풂에 견주자면 모든 것이 하찮을 뿐내 몸도 내 몸 아님을 사람인데 모를까. 너에게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살아가니밥알 하나 눈물 씹듯 입에 넣을 일이거늘아가야 흘리지 마라, 하느님이 벌주신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18
우리 집/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우리 집 김 재 황 때로는 휘었다가 때론 아주 부풉니다,둥글둥글 그 얼굴에 네 식구가 매달린 채언제나 흘러갑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뒤꼍엔 계수나무 한 그루가 덩그렇고절구질을 또 합니다, 옥빛 토끼 두 마리도밤마다 높이 뜨지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2010년) 오늘의 시조 2024.09.17
서울 회현동 은행나무/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울 회현동 은행나무 -서울보호수 서2-5 김 재 황 남산을 곁에 두고 버티어 온 그 긴 세월조선조 먼 이야기도 가슴 속에 둘렀겠다,나라의 힘찬 기운이 네 주위를 감싸느니. 몇 발짝 더 걸으면 그 이름난 시장 장터사람 사는 냄새까지 물씬 풍긴 지역인데,서울의 더운 정으로 그 잎들이 물들었다. (2013년 11월 8일) 카테고리 없음 2024.09.16
서산 읍내 왕버들/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산 읍내 왕버들 -서산시보호수 14-380 김 재 황 그리 몸을 기울이고 무슨 말을 엿듣는가,잎사귀만 활짝 열면 절로 들릴 그 물소리세월은 입을 다물고 쉼도 없이 흐른다. 목마름을 풀고 나면 절로 춤이 나오는가,소나기를 맞을 때면 활짝 펼칠 그 무지개품속에 세상을 안고 꿈길 홀로 걷는다. (2013년 9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4.09.15
서산 읍내 느티나무/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산 읍내 느티나무 -서산시보호수 14-301 김 재 황 나야 한창 젊었을 때 병역의무 마치려고졸병으로 군대 가서 문지기 일 해냈다만도대체 무슨 이유로 너는 거기 섰느냐. 하루 내내 그림자만 운명처럼 밟고 서서세상구경 못 다니는 푸념 가득 쏟겠지만수백 년 흐른 뒤에는 깨달음을 얻으리. (2013년 9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4.09.14
제주시 평대리 비자나무 숲/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제주시 평대리 비자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374호 김 재 황 우거진 가지들이 온통 하늘 가렸는데바람이 슬쩍 부니 전설 가득 쏟아지고새천년 비자나무는 넓은 품을 내준다. 이따금 새소리가 마음결을 두드릴 뿐흘러든 고요 속을 엿보던 이 떠나가고연리지 사랑나무만 잡은 손에 힘준다. (2014년 9월 17일) 오늘의 시조 2024.09.13
서귀포시 성읍리 느티나무/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귀포시 성읍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161호 김 재 황 졸음이 오는 건가, 비스듬히 쓰러지니맑게 쓸린 하늘가로 오르는 꿈 지녔는지잎사귀 흔든 세월이 바람처럼 가볍네. 펼쳐진 바다 위에 갈매기가 날아가니옛 시절이 그리운지, 눈이 자꾸 감기는데나이테 둘린 시름도 강물같이 흐르네. (2014년 9월 17일) 오늘의 시조 2024.09.12
남해 창선면 왕후박나무/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남해 창선면 왕후박나무 -천연기념물 제299호 김 재 황 그렇듯 쓸쓸함을 달랠 수가 없는 건가정녕 그대 빈 가슴을 채울 수가 없는 건가그럴 땐 이리로 와서 잎의 말들 들어 보게. 하늘이 무너져서 어쩔 수가 없는 건가끝내 그대 나갈 길을 찾을 수가 없는 건가그럴 땐 이리로 와서 가지 끝을 살펴보게. 차라리 이 세상을 떠나가고 싶은 건가오직 그대 모진 삶을 내버리고 싶은 건가그럴 땐 이리로 와서 큰 줄기를 안아 보게. 얼마나 괴롭기에 잠들 수가 없는 건가결코 그대 긴 어둠을 이길 수가 없는 건가그럴 땐 이리로 와서 그늘 밑에 누워 보게. .. 오늘의 시조 202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