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의 어린 싹 깡통을 따고 물을 주었는데, 삼사일 전에 싹이 나기 시작하였다. 아기싹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기 이를 데 없다. 이 싹이 자라서 방울토마토가 열리게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될까? 빛을 향하여 2008.11.04
건승을 위하여 태극기 게양 김 재 황 접었던 날개를 오늘 다시 편다 밤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도 반드시 아침은 밝아 오게 된다고 너는 여전히 펄펄 날며 외치기 시작한다. 막혔다가 쏟아져 내린 그 물결 어이 시원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멍에를 벗어 던지고 벌판을 내달리던 그 발굽 어찌 가볍지 않았을까 아, 하마터.. 빛을 향하여 2006.01.11
우리의 소원을 위하여 다시 또 묵념 김 재 황 쿵쿵 이 땅을 무겁게 구르며 밟고 지났던 발걸음 소리 머문 동작동 국군 묘지 그날의 묘비 앞에 서서 머리 숙이고 구름인 듯 바람인 듯 나는 또 눈을 감네. 이미 핏빛 진달래는 피었다 지고 비무장지대 외진 골짜기에서 병꽃나무 잎사귀를 물고 날아온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나의 .. 빛을 향하여 2006.01.09
경건함을 위하여 종소리 들리니 김 재 황 새롭게 살아난 물과 가슴 따뜻한 햇빛 내려 주시니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깨어나서 옹알거리고 볼수록 앙증한 그 모습 바람도 불어와서 쓰다듬곤 했네. 몇 날 며칠을 장마는 줄곧 하늘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가난한 마음까지 물빛이게 하다.. 빛을 향하여 2006.01.06
새로움을 위하여 서둘러 숲으로 가면 김 재 황 다시 문이 열리는 첫새벽 부드러운 봄바람에 이끌려서 아직은 눈감은 숲으로 가면 얇은 안개 서서히 걷히고 그 안에 흰 옷 입으신 분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계신다. 입김을 주시니 숲이 살아난다 나무들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초록빛 숨결을 목 주위에 두른다 그러면 .. 빛을 향하여 2006.01.04
깨끗함을 위하여 맑은 거리 김 재 황 밤 사이에 또 그 그림자가 흘러갔나 잠 깊은 빈 거리에 어제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여기 저기 처참하게 널려 있는, 우리에게 버림당한 삶의 쓰레기들을 그저 말없이 끌어안으며 한 줄기 강물처럼 마음으로 흘러갔나 아침이 되자 밖으로 나선 사람들이 맑게 닦인 거리를 .. 빛을 향하여 2006.01.02
일하는 손을 위하여 조선소나무 같은 김 재 황 어둠이 열리기가 무섭게 아흔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의 장작 패시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 잡숫는 것이라야 고작 물만밥에 된장찌개가 전부, 아직도 날마다 산에서 주운 땔나무 한 짐 지고 오셔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으신다 좀 쉬시라고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증손.. 빛을 향하여 2006.01.01
베품을 위하여 환한 모란 김 재 황 앞을 못 보시는 할머니 오히려 마음의 눈이 뜨이시어 온 세상이 환하다. 맑은 햇빛 날아드는 소리 들으시려고 날마다 창을 닦으시고 밝은 얼굴로 오는 발걸음 맞으시려고 마루를 열심히 닦으신다. 줄곧 비탈진 텃밭에 더듬어서 심어 놓으신 고추 몇 포기 매운 세상살이처럼 벌겋게 .. 빛을 향하여 2005.12.31
조용한 한때를 위하여 동학사에서 김 재 황 힘들게 오른 숲에 머문 새는 잠이 들고 꿈결로 뒤척이면 솔 냄새가 이는 바람 천수경 외는 소리만 홀로 밤을 새깁니다. 어둠을 밝혀 가는 믿음이 곧 하늘이라 구름은 문을 열어 저승까지 환한 달빛 관세음 고운 눈길이 미소 한 점 남깁니다. 그림자 끌던 탑이 정적 속에 묻혀들면 .. 빛을 향하여 200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