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4. 이슬을 보며 이슬을 보며 김 재 황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 모습처럼 즐겁게 빛나다가 떠날 수는 없는 걸까 맑은 넋 젖은 눈빛이 가슴 깊이 안겨든다. 이슬과 빛이 만나 무지개를 그리듯이 우리가 지닌 삶도 이슬 같은 사랑으로 저마다 아름다움을 끝까지 지켜야 하네. 잠시 있다 떠난다고 그댄 슬퍼하진 마라 .. 시조 2009.07.11
(다시 시 30편) 20. 아름다운 동박새 아름다운 동박새 김 재 황 어디에 숨어서 기다렸는지 추운 계절에 사랑을 찾아서 너는 명랑하고 우아하게 날아온다. 뜨겁게 앓는 입술로, 변함없이 푸른 가슴으로 동백꽃은 오로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잘 닦인 부리를 지닌 너는 배고픔을 하얀 눈빛으로 채우며 매우 사랑스럽게 살아간다. 철썩이는 .. 시 2009.06.20
(다시 시 30편) 27. 갈 곳 없는 굴뚝새 갈 곳 없는 굴뚝새 김 재 황 지금은 어디에도 굴뚝이 없으니 굴뚝새는 날아갈 곳이 없다. 모처럼 빈 몸으로 고향을 찾았는데 동구 밖 느티나무는 이제 너무 늙어서 말귀를 통 알아듣지 못한다. 옛 일조차 물을 수가 없어서 낭패다. 전에는 그리 즐겁던 냇물이 쉬엄쉬엄 산길을 힘없이 내려온다. 반짝임.. 시 2009.06.17
(다시 시 30편) 17. 손 씻은 하늘 손 씻은 하늘 김 재 황 바위의 움푹 팬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고, 늙은 소나무가 고달픈 그림자를 뻗어서 그 물에 손을 씻는다. 세상을 안은 눈빛이 잔잔하다. 내 호기심이 소나무께로 다가가서 그 그림자의 손을 잡아당기자, 산의 뿌리까지 힘없이 딸려 올라오고 빈 하늘만 몸을 떤다. 시 2009.06.05
(자선시 30편) 27. 숫된 새벽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산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 시 2008.10.22
6월에 덕수궁에서 만난 꽃2 노랑어리연꽃 김 재 황 비가 쏟아지고 난 후 젖은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너를 이리 만나고 나서 내 마음이 금시에 따뜻해진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지만 오늘은 네가 바로 하느님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 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서 집에 가라고 타이른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눈시울이 젖.. 내 사랑, 서울 2008.06.06
경건함을 위하여 종소리 들리니 김 재 황 새롭게 살아난 물과 가슴 따뜻한 햇빛 내려 주시니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깨어나서 옹알거리고 볼수록 앙증한 그 모습 바람도 불어와서 쓰다듬곤 했네. 몇 날 며칠을 장마는 줄곧 하늘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가난한 마음까지 물빛이게 하다.. 빛을 향하여 200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