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모음

로마의 손영란 시인이 보내 온 편지

시조시인 2005. 11. 21. 10:56

 

김재황 시인의 목시는 단순 명쾌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힘으로 간다.

마치 시골길을 경운기를 몰고 가는 것과 같다.

덜덜덜덜....한번쯤 웅덩이에 빠질법도 한데,

한번쯤 자갈보다 큰 돌맹이에 된통 튈만도 한데

한 30년 경운기를 운전해본 사람처럼 느긋하게 간다.

하늘 한번 보고, 구름 한번보고, 지나가는 사람 모두 아는척하고

그에게는 이 길이 지나치게 익숙하다.



김재황 시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나무로 보인다.

나무 속에 우주가 있고 길이 있고

진리가 있고 생명이 있고 심지어 블랙홀까지 있다.

나무가 그의 인생이고 스승이고 애인이길래

나무처럼 살 수 없다고 슬퍼한다.

나무와 친해지려고 관심법을 배우는 시인

"어디가 아픈지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그리고 지금쯤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훤히 짚을 수있는 시인이 나는 두렵다.

조만간 시인이 나무가 될것 같아서

시인이 닿고자 한 곳에 이르러

영영 나오지 않는 나무가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