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27. 숫된 새벽

시조시인 2008. 10. 22. 04:43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산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라

 밤새운 별을 주워 모으면

 한 줄기 은하수보다 맑게 흐르는 길

 아파하는 숫된 새벽이여

 눈물로 산이 산을 닦으니

 하늘은 온 세상의 일, 가슴으로 듣는다.

 모은 잎에 꿈이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