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오라고 안 했어도 어디든지 가야 하니 구석지고 눅눅한 곳 골라 밟는 어스름 녘 재빠른 걸음걸이에 그 한목숨 내맡긴다. 숨어서 사는 일이 무슨 죄가 되는 걸까 그냥 찰싹 엎드려서 숨을 죽인 처지인데 왜 모두 보기만 하면 죽이려고 드는 걸까. 울 줄도 모른다니 믿을 것은 그 날개뿐 묵은 먹물 듬뿍 찍어 이미 그린 얼룩무늬 오늘은 달 따러 간다, 장대 하나 지니고.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