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고인돌박물관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고창 고인돌박물관에서 김 재 황 우리를 반겨 맞는 모로모로 거기 열차둥둥 뜬 마음으로 모두 자릴 잡자마자신나게 종종걸음이 작은 내를 건넌다. 눈앞에 졸고 있는 선사 시대 고인돌들탁자식과 바둑판식, 개석식, 또 석곽식-빛나는 문화유산이 꽃잎처럼 떠간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31
고창읍성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고창읍성에서 김 재 황 말발굽 바람 소리 막고 있는 성곽 밑에긴 소나무 그림자들 누운 역사 되새기고죽순대 우거진 숲에 선비 숨결 머문다. 문들은 늘어서서 어깨 위에 팔을 얹고감옥 하나 바로 앉아 옷깃 자주 여미는데객사의 대청마루로 꿈이 와서 잠든다. 해마다 잇고 있는 넋이 담긴 답성놀이판소리며 풍악이며 깃을 달고 펄럭일 때척화비 그 앞에 서서 내 앞길을 묻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30
양평 세미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양평 세미원에서 김 재 황 독들이 모여앉아 소리 없이 숨 내쉬고연들은 깊은 잠에 봄이 온 줄 모르는데참 길게 뻗은 길 위로 속삭임만 닿는다. 강물이 끊임없이 마음 씻고 흘러가면검은 몸빛 그 잉어들 낮은 바닥 모여들고나란히 그림자 한 쌍 서로 손을 잡는다. 나라를 사랑함은 어디서나 볼 수 있어어울린 돌과 물이 한반도를 그려 낸다,학인 양 멀찍이 서서 만세라도 부르려는-.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9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김 재 황 반갑게 손님 맞는 그 나무들 뒤로 가면내려앉은 봄 햇살이 나른한 꿈 펼치는데멀찍이 소녀 복수초 수줍은 듯 웃는다. 걸으면 이곳저곳 물웅덩이 열려 있고옛 시절로 돌아가서 물장구를 치는 마음가까이 소년 갯버들 참 즐겁게 노닌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8
양평 두물머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양평 두물머리에서 김 재 황 아래로 흘러가는 물갈래를 안고 가면바싹 마른 갈대숲이 이른 봄을 그리는데낯익은 돛단배 한 척, 바람 없이 춤춘다. 가늘게 열린 길은 마냥 걸음 끌어내고그저 가득 물놀이로 일찌감치 차는 봄빛잘생긴 고목 한 그루, 구름 잡고 꿈꾼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7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김 재 황 안으로 들어서면 살아 있는 비린 냄새넘치는 물소리로 수평선은 멀어지고더 크게 물고기들이 바다 숲을 그린다. 억지로 헤엄치면 아가미는 시려 오고불빛이 환할수록 들러붙는 투명 비늘한 발짝 물러나 보니 부레들이 부푼다. 천천히 흘러가면 여기저기 섬인 것을조그만 모래톱도 물멀미로 열리는데못 말릴 세 갈매기는 저물녘에 닿는다. (20008년) 오늘의 시조 2024.05.26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김 재 황 넓게 편 멍석마당 둥근 바다 열려오면두 눈이 시리도록 그 물빛에 안기는데파도는 스스로 눕고 어린 꿈만 춤춘다. 맑게 갠 날씨처럼 나와 앉은 은빛모래두 발이 뜨겁도록 그 가슴을 걸어가면갈매기 멀찍이 날며 마음 섬을 맴돈다. (2008년) 오늘의 시조 2024.05.25
부산역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부산역에서 김 재 황 철길로 부리나케 내달려온 급행열차이윽고 종착역에 사람들을 내려놓다,나와서 기지개 켜니 바닷바람 안기고. 사람들 말소리는 사투리라 정겨운데반기는 동백나무 터질 듯이 부푼 망울따뜻한 남쪽 지방이 바로 여기 아닌가. 모처럼 찾았으니 기념으로 삼으려고함께 한 문우들이 모여 서서 사진 찍다,우리는 그저 나그네 굳게 다문 입술들. (2008년 11월 14일) 오늘의 시조 2024.05.24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며/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며 -케이티엑스 김 재 황 나에게 손 흔드는 차창 밖의 저 풍경들편히 앉아 바라보니 절로 가슴 찐해 온다,떠나면 못 볼 것 같은 그런 마음 들기에. 나 혼자 안 흐르고 산과 들도 흘러가서그 자리와 그 모습을 지킬 수가 없을 테니시간이 달리는 대로 몸과 마음 맡겨 둔다. 갈 곳이 아주 머니 아직 지금 못 내리고검은 연기 되살리며 둥근 터널 벗어나면옛 마을 먼 물소리가 내 두 귀에 매달리고. (2008년 11월 14일) 오늘의 시조 2024.05.23
다시 주남저수지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다시 주남저수지에서 김 재 황 차가운 숨결인 양 낙동강이 흐르는 곳한 자락 고인 물에 넓은 습지 펼쳐지고넉넉한 ‘갈대의 나라’ 이룩하게 되었단다. 잎들은 손짓 따라 날개 소리 흉내 내고 떼 지어 하늘에서 나는 춤도 보이느니이로써 ‘철새의 낙원’ 그 이름을 얻었단다. 갖가지 민물고기 좋은 터를 잡았는데어울려 사는 삶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생생한 ‘늪의 박물관’ 내보이고 있단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