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궁평항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화성시 궁평항에서 김 재 황 가물가물 바다 건너 넓은나라 놓여 있고노란모래 날지 않아 하늘 밖이 집히는데갯벌엔 통통배 몇 척 나와 앉아 잠 깊다. 사락사락 물결 깔고 열어놓은 저 낚시터그저 마음 비우려고 줄을 멀리 던졌어도참 쉽게 망둥이들만 자꾸 얼굴 내보인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30
서울과학전시관 천문대 얖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서울과학전시관 천문대 앞에서 김 재 황 저 하늘이 어슬어슬 마음귀를 열고 서면양자리, 황소자리, 염소자리, 사자자리-제각기 수레를 끌고 그 먼 길을 갑니다. 깊은 밤은 아니라도 마음눈을 뜨고 보면 게자리, 전갈자리, 처녀자리, 궁수자리-맨 처음 열리던 하늘 큰 아픔이 보입니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9
서울 남산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서울 남산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물소리가 열고 있는 구불구불 실개천길등산 모자 눌러 쓰고 바람 따라 걷노라니사르르 단풍 그림자 내 마음을 풀고 간다. 참나무도 함께 서서 노릇노릇 물드는데봉우리에 눈 가리고 높이 솟은 서울 타워푸르르 산새 한 마리 내 가슴에 날아든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8
춘천 남이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춘천 남이섬에서 김 재 황 푹푹 찌는 더위 속을 달려와서 머문 여기땀을 뻘뻘 흘리면서 큰 나룻배 오가는데왜 그리 비는 오는지 몸과 맘이 다 젖는다. 아깝다, 펄펄 끓는 그 나이로 숨진 남이어이 참아 누웠는가, 뜻이 크니 한도 크리나무 길 멀게 걸으며 물소리를 듣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7
횡성 병지방리 샘골농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횡성 병지방리 샘골농원에서 김 재 황 시골 땅 깊숙하게 벗이 와서 머무는데단김에 쇠뿔 뽑듯 날을 잡아 당도하니좁은 골 하얀 물소리 그야말로 차갑다. 바람이 노는 곳에 정자들은 놓여 있고스스로 그러하게 길을 가는 풀과 나무비 오자 두꺼비 나와 앞마당을 거닌다. 손으로 가리키면 한 발걸음 오는 앞산 비탈에 등 기울고 절로 눈이 감기는데저 못난 직박구리도 예서 보니 귀엽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6
원주 박경리문학관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서 김 재 황 널따란 논밭 꿈이 능소화로 피어 있고가벼운 바람 불어 머리칼을 날리는데먼 곳을 한 바퀴 돌고 내려앉는 파랑새. 뜰에는 정든 나무 옛 그늘을 드리우면아낙들 모여들어 도란도란 얘기 소리오늘은 내 발걸음이 그 집 앞에 머문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5
남양주 봉선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남양주 봉선사에서 김 재 황 일주문 들어서면 연꽃 향기 날리는 듯지금껏 느티나무 낡은 염주 굴리는데아무도 듣지 못하게 범종 소리 퍼진다. 운악산 그 앞쪽에 안기려고 잡은 자리모처럼 큰법당을 여기 와서 껴안으면감싸도 빛날 것 같은 깨달음이 익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4
포천 광릉수목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포천 광릉수목원에서 김 재 황 작은 내 가로질러 돌다리를 건너가면대인 듯 눈을 뜨는 쟁반만큼 열린 물빛신나게 뻗은 길가에 참나무들 떠 있다. 우거진 숲을 안고 그늘 속에 몸 묻으면살랑살랑 나무 냄새 가득 코로 스미는데나직이 내려와 앉은 구상나무 한 그루. 언덕으로 올라서면 닥나무는 가지 휘고곧은 마음 내보이며 입을 다문 피나무여저 아래 이팝나무만 배부른 꿈 빚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3
문갑도 하리산을 오르며/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문갑도 하리산을 오르며 김 재 황 바다엔 섬이 있고 섬엔 다시 산이 있어한 마리 철새처럼 숲길 타고 오르는데저기 저 처녀바위가 얼굴 묻고 돌아선다. 나무들이 엎드리니 풀들 또한 내려앉아잘 감긴 으름덩굴 가로 뻗은 노루발풀여기 이 우거진 숲이 푸른 뜻을 내보인다. (2010년 5월 15일) 오늘의 시조 2024.06.22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 재 황 향 짙은 분꽃나무 가리키는 길을 따라마음으로 흘러가니 옹기종기 작은 마을언덕엔 아주 나직이 십자가도 보인다. 민박집을 찾아가서 작은 짐을 풀자마자어서 빨리 나오라고 눈짓하는 그 앞바다눈감은 한월리 해변, 꿈속에서 노닌다. 모래톱엔 갯메꽃이 기는 걸음 옮기는데무리 지은 현호색들 크게 외침 쏟아내고만나는 소사나무는 작은 손을 내민다. (2010년 5월 14일) 오늘의 시조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