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덕적도에 발을 딛다/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웅진군 덕적도에 발을 딛다 김 재 황 인천을 뒤로 하고 바야흐로 1백여 분노송 숲 아름다운 큰물 섬에 발 디디니멀찍이 비조봉 줄기 길게 팔을 뻗는다. 여기까지 태워 주고 떠나버린 스마트호이제 다시 해양호를 기다리며 서성이니비탈에 병아리 꽃이 하얀 웃음 보탠다. 남쪽으로 20리쯤 문갑도가 놓여 있고1박 2일 나들이로 그 섬까지 가려는데공연히 선착장에선 비린 바람 서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20
서울대공원에서/ 김 재 황 [영구에서 사귀포까지] 편 서울대공원에서 김 재 황 천천히 걸으면서 초록 향길 맡노라니잘 닦인 호수에는 산 그림자 누워 있고멀찍이 산등성이로 하늘 자락 닿는다. 때마침 5월이라 장미원엘 들렀더니아직은 그 꽃들이 활짝 피지 않았는데철없이 장승 한 쌍만 입 벌리고 웃는다. 나오니 바로 앞에 눈 끄는 저 동물원동심으로 돌아가서 온갖 짐승 만난 다음,가볍게 코 긴 열차에 꿈 송이를 싣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9
공주 계룡산지연사박물관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공주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 김 재 황 푸르기 그지없는 계룡산의 학봉 자락오랜 세월 잠든 숨이 한자리에 모여 있네,다시금 되새겨 보는, 눈물겨운 그 사연들. 공룡은 뼈로나마 옛 모습을 보여주고놓인 운석 단단하여 만져 봐도 알 수 없네,우리와 길게 이어진, 그 머나먼 인연은-. 오로지 큰길로만 걸어 나간 발걸음들그 모든 일 그러하듯 지난 삶은 고요할 뿐,눈으로 대화 나누며, 나도 입을 다물었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8
서울 선유도공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서울 선유도공원에서 김 재 황 높직이 걸쳐 놓은 나무다리 건너가면시계탑 하나 서서 웃는 듯이 손 맞는다,바람을 안고 노니는 저 유년의 느티나무. 층계를 내려가면 작은 쉼터 열려 있고물 뿌리듯 쏟아지는 매미 소리 시원한데구름도 짙게 끼어서 날씨 또한 받쳐 준다. 가벼운 걸음으로 길을 따라 들어가니멋지게 꽃을 피운 부들들이 눈을 끈다,한강이 흐르는 저쪽 둥근 지붕 엎드리고.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7
시흥 연꽃 테마파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시흥 연꽃 테마파크에서 김 재 황 크고 둥근 잎사귀들 서로 몸을 비비면서트는 먼동 찬 이슬로 여름 더위 물리치고빈 벌판 가득히 채워, 하늘마음 보이누나. 연꽃바다 들어서니 안개 속의 목소리로사는 동안 그저 곱게 사랑하라 이른 말씀먼 인도 밟고 왔는가, 물결치는 그리움이-.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6
창덕궁 부용지 앞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창덕궁 부용지 앞에서 김 재 황 사르르 자리 깔고 사각 하늘 내려오면어디선가 작은 바람 조금 늦게 눈뜨는데못물에 두 발 단근 채, 시름없는 부용정. 소나무 붉은 줄기 둥근 땅에 뿌리 뻗고푸른 마음 펼치어서 먼 역사를 되새기면묵향을 한 입 머금고, 등 보이는 영화당. 연못가에 앉아 쉬는 그림자가 무거워도살래살래 풀꽃 하나 반갑다고 꼬리 칠 때주합루 높직이 서서 책 향기를 날린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5
성남 모란장터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성남 모란장터에서 김 재 황 여러 것 벌여 놓고 팔릴 때를 기다리니빛깔 고운 삶의 냄새, 힘이 절로 솟아나고그 큰 볕 쨍쨍 쪼여도 더운 줄을 모른다. 차근차근 둘러보면 눈이 먼저 호강하고반겨 맞는 그 목소리, 귀에 친친 감기는데밤 한 되 사고 싶지만 벌써 배가 부르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4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김 재 황뒷산이 가슴으로 힘껏 안은 고요 기슭아침이 다가서면 그 하루가 천 년인데저만치 고향의 정원, 꿈 한 송이 펼친다. 에덴과 이은 다리 여기에도 놓여 있고선녀들 흰 옷자락 훨훨 멀리 나부끼면차라리 야생의 정원, 내 맘 벌렁 눕는다. 달빛이 남았는지 대낮 더욱 환하기에홰를 찬 단정학이 날아오른 저 하늘 길호젓이 약속의 정원, 시 한 줄을 읽는다. (2011년) 카테고리 없음 2024.06.13
경복궁 경희루를 바라보며/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경복궁 경회루를 바라보며 김 재 황맑게 쓸린 물거울에 거꾸로 선 세상인데장구 소리 다시 살고 춤사위도 언뜻 뵈니 벗들과 탁주 마시며 시조 한 수 짓고 싶다. 못 속으로 들어서서 발돋움한 소나무들물그림자 길게 뜬 채, 젖어드는 왕조의 꿈같잖은 조각배 한 척 조는 듯이 떠 있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2
파주 삼학산돌곶이축제를 보며/ 김 재 황 [영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파주 심학산돌곶이축제를 보며 김 재 황 또다시 봄이 내린 강변 자락 작은 뫼여입술 고운 양귀비꽃 가득 웃음 물었으니모두가 그 가슴 열고 벌과 나비 닮는다. 꽃들이 일색이면 사람들도 일심일 걸흰 꽃잎 노란 꽃잎 그 밖에도 붉은 꽃잎저마다 살짝 안으니 눈은 더욱 빛난다. 장구는 안 쳤어도 일으키는 부채춤들여기저기 정 나누는 이게 바로 꽃 잔치라드디어 저 하늘 높이 꿈과 바람 얽힌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