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55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 재 황 지난 일 부끄러움 무엇으로 지우랴만바람 앞에 태극기를 세워 보는 마음이야저 뜰 안 낙상홍같이 뜨겁도록 불을 켠다.  또 못난 탓이라고 채찍질로 살았으나활짝 웃는 무궁화를 가득 안는 가슴에선더 높이 기러기처럼 가을 문을 새로 연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1

다시 경복궁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다시 경복궁에서                                              김 재 황 서러운 강물 곁에 산이 와서 토닥이고뼈대 시린 물소리가 저 하늘에 깊어지면서둘 듯 나무기둥만 동쪽으로 기운다. 가느다란 숨결이야 길을 따라 흘러가고몸을 틀면 언뜻언뜻 깊은 상처 보이는데또 한 번 소용돌이에 어지러운 하루여. 가슴 안을 비웠으니 숨길 것도 없겠으나눈과 귀를 모두 닫고 돌아앉은 마음 하나말 못할 그 속내평을 조심스레 짚는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20

다시 탑골공원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다시 탑골공원에서                                             김 재 황 거닐던 발소리는 저 밖으로 가버렸고고요만이 그 자리를 채워 가고 있는 지금누군지 그날의 외침 살려내고 있구나. 푸르게 나무들은 여름 입성 갖췄는데더위 맞은 문턱에서 더욱 추운 이내 마음어딘지 그분의 말씀 꼭꼭 숨어 있으리.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19

북한산 용문사 가는 길/ 김 재 황

[양구에서 사귀포끼지] 편          북한산 문수사 가는 길                                           김 재 황 저 높은 삼각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박새며 딱새 등이 반갑다고 노래하니가쁜 숨 무거운 걸음 추스르며 오른다. 가는 길 가파르고 끝없는 듯 멀더라도차 향기 코끝으로 나풀나풀 날아들면갑자기 앞이 환하게 임의 동굴 떠온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18

북한산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북한산에서                                            김 재 황 늘 품고 살았지만 자주 찾진 못했는데모처럼 벗과 함께 좁은 산길 올라간다,하얗게 가파른 숨결 쉬엄쉬엄 누르며. 만나는 나무들과 눈짓으로 인사하고시원한 물소리에 더운 마음 씻어내면어느덧 높은 고개가 구부리고 앉는다. 얄따란 새 울음이 봉우리에 걸릴 즈음저만치 쭈뼛쭈뼛 다가서는 남문이여하늘도 그저 푸르게 가슴 열고 반긴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17

올여논 물 시러 두고/ 이 정 보

414. 올여논 물 시러 두고/ 이 정 보 [원본] 올여논 물 시러 두고 綿花 밧 매오리라울맷틔 외를 따고 보리 능거 點心하소 뒷 집에 술닉어거든 차자남아 가져 오새.   [역본] 올벼 논에 물을 대고 목화 밭은 매야 하리울 밑에서 오이 따고 보리 찧어 잠심 마련뒷집에 찌꺼기 술이라도 얻어 오면 좋겠소.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3~ 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자(字)는 ‘사수’(士受)이고 호(號)는 ‘삼주’(三洲) 또는 ‘보객정’(報客亭)이라고 한다. 172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1732년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시작으로 몇 직책을 거치고 만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에 이르렀다. 사대부 시조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기는 ..

곳 피면 달 생각하고/ 이 정 보

413. 곳 피면 달 생각하고/ 이 정 보 [원본] 곳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발그면 술생각하고곳 픠쟈 달 밝쟈 술 어듸면 벗 생각하니언제면 곳 아래 벗 다리고 翫月長醉하려뇨.   [역본] 꽃 피면 달 바라고 달 밝으면 술 챙기고꽃 피고 달 오르고 술 얻으면 벗 떠올리네언제면 꽃과 벗 함께 달을 보며 취하려나.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3~ 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자(字)는 ‘사수’(士受)이고 호(號)는 ‘삼주’(三洲) 또는 ‘보객정’(報客亭)이라고 한다. 172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1732년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시작으로 몇 직책을 거치고 만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에 이르렀다. 사대부 시조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

뭇노라 부나븨야/ 이 정 보

412. 뭇노라 부나븨야/ 이 정 보 [원본] 뭇노라 부나븨야 네 뜻을 내 몰래라한나븨 죽은後에 또한나븨 딸아온이암을이 프새옛 즘생인들 너죽을줄 모르는다.   [역본] 묻노라 불나방아 네 뜻을 난 모르겠다한 나비 죽은 후에 또 한 나비 따라오니아무리 풀 벌레라도 너 죽는 줄 모르냐.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3~ 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자(字)는 ‘사수’(士受)이고 호(號)는 ‘삼주’(三洲) 또는 ‘보객정’(報客亭)이라고 한다. 172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1732년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시작으로 몇 직책을 거치고 만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에 이르렀다. 사대부 시조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기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

서울 조계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서울 조계사에서                                           김 재 황 서울 안 한복판에 숨은 듯이 앉았기에바람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는데고깔 쓴 백송 한 그루 기나긴 꿈 엮는가. 깊은 산 아니어도 깨우침은 있는 것을구름이 기웃기웃 극락전을 엿보는데나이 든 회화나무가 큰기침을 열고 있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16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김 재 황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김 재 황 새파란 숨결들이 내가 되어 흐르는 곳몸과 몸이 맞닿으면 더욱 크게 빛을 내고가슴엔 둥둥 떠가는 옥잠화가 핍니다. 그 걸음 가볍기에 예쁜 여울 이루는데눈과 눈이 마주쳐서 아주 곱게 불을 켜고저마다 머리 뾰족한 버들치가 됩니다. 아무리 붐비어도 흐린 적이 없는 물길한옥들이 엎드리니 먼 산 단풍 활활 타고낮에도 아주 환하게 보름달이 뜹니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