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랑호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속초 영랑호에서 김 재 황 서쪽에 뫼를 두고 잠이 깊게 들었지만 이제나 예전이나 빼앗기게 되는 마음 그대가 꿈결로 오네, 젖은 말들 지니고. 느긋한 범바위는 이른 걸음 즐기는데 4월 하늘 읊고 있는, 저 바다와 비린 바람 가슴에 묵묵한 그대 안아 보는 아침나절. 고요를 끼고 돌면 물멀미는 목에 차고 동그랗게 그린 과녁 맞히고 난 화살처럼 꼬리 끝 하얀 깃 하나 내 안에서 떨리느니.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12
일산 호수공원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일산 호수공원에서 김 재 황 잔잔한 물결 위에 깊은 하늘 겹쳐 있고 눅눅한 물가 따라 가벼운 길 뚫려 있네, 모처럼 벗과 만나서 함께 걷는 가을 길. 송사리 노는 모습 얕은 물길 환히 뵈고 오리들 한가한 삶 높이 앉은 구름 같네, 남몰래 갈대밭 사이 놓고 가는 이 마음.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11
一曲은 어드매오/ 이 이 387. 一曲은 어드매오/ 이 이 [원본] 一曲은 어드매오 冠岩에 해 비쵠다 平蕪에 내 거드니 遠山이 그림이로다 松間에 綠罇을 노코 벗오난양 보노라. [역본] 첫째 경치 어디인가 갓바위에 해 비친다 찹초 들이 안개 걷자 저 먼 산은 그림 같다 숲 새에 술독을 놓고 벗이 오나 보겠다. [감상] 이이(李珥 1536~ 1584)는 조선 중기의 추앙받는 학자이다. 자(字)는 ‘숙헌’(叔獻)이고 호(號)는 ‘율곡’(栗谷) ‘석담’(石潭) ‘우재’(愚齋) 등이라고 한다. 즉, 신사임당의 아들이다. 1564년 신년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기까지 모두 9번이나 장원을 하였고, 좌랑이나 지평 등을 지내고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1582년부터 판서 등을 역임하고 일단 사직했다가 그 후에 다시 부사와 이조판서에 임명되었.. 새 고시조 감상 2024.04.10
靑山은 내 뜻이오/ 황 진 이 386. 靑山은 내 뜻이오/ 황 진 이 [원본] 靑山은 내 뜻이오 綠水난 님의 情이 綠水 흘러간들 靑山이야 變할손가 綠水도 靑山 못니저 우러 예어 가난고. [역본] 푸른 산은 내 뜻이요 초록 물은 임의 정이 초록 물 흘러가도 푸른 산이 바뀔 건가 그 물도 이 산 못 잊어 긴 울음을 끄느냐.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도 뛰어났다. 초장을 본다. ‘청산’은 글자 그대로 ‘푸른 산’인데, 황진이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 반면에 ‘녹수’는 ‘초록 물’인데, ‘임의 정’을 가리키고 있다... 새 고시조 감상 2024.04.10
갈 때난 靑山이려니/ 작가 미상 385. 갈 때난 靑山이려니/ 작가 미상 [원본] 갈 때난 靑山이려니 올 때 보니 黃山이로다 산천도 변하거든 낸들 아니 늙을쇼냐 두어라 저리 될 人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역본] 갈 때는 여름 산이 올 때 보니 이 가을 산 산과 내도 바뀌는데 나만 어찌 안 늙을까 저리 될 우리 삶이니 아니 놀면 어찌 할까. [감상] 초장을 본다. ‘청산’은 ‘푸른 산’인데, ‘여름 산’을 가리키고, ‘젊음’을 나타낸다. 그 반면에 ‘황산’은 ‘누른 산’이고 ‘가을 산’을 가리키며 ‘늙음’을 나타낸다. 떠날 때는 ‘푸른 산’을 보고 떠났는데 돌아오면서 보니 그 산이 ‘누른 산’으로 변해 있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음을 가슴으로 슬퍼하고 있음을 알겠다. 산이라는 게 우리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존재인데 그리 변한 모습이 .. 새 고시조 감상 2024.04.10
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서호 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파랗게 그린 그것, 아직 알지 못하여도 겨우 앞만 바라보고 바윗등을 오르는데 외줄에 이 몸뚱이가 왜 이렇게 무거운지. 가쁜 숨 몰아쉬며 봉우리에 올라서니 앞바다에 작은 섬들 쓰린 귀를 열고 있네, 먼 하늘 속삭임 소리 간지럽게 이르는 듯. 비로소 알 것 같다, 가야 할 바로 그곳 지는 해를 옆에 끼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 중턱쯤 나무 한 그루 선뜻 손을 내민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10
갈길이 머다하나/ 작가 미상 384. 갈길이 머다하나/ 작가 미상 [원본] 갈길이 머다하나 져 재 너머 내집이라 細路松林의 달이 조차 더다 온다 갓득이 글먹는 나귀를 모라 무슴하리. [역본] 갈 길이 멀다 하나 고개 너머 내집이다 그 솔숲 좁은 길에 달이 또한 돋는구나 제대로 못 먹인 당나귀 몰아 가서 되겠냐. [감상] 초장을 본다. 어디 먼 곳을 다녀오고 있는 중인가 보다. 갈 길이 멀다고 여겨서 일찍부터 서둘러 온 것 같은데, 이제는 고개 너머에 작가의 집이 있단다. 이는, 자기 집에 거의 도달했다는 뜻을 지닌다. 참 많이도 걸었겠으므로 피곤할 때도 되었다. 하자먼 집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새로 힘도 솟았을 것 같다. 중장을 본다. ‘세로송림’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 솔숲 좁은 길에’라고 .. 새 고시조 감상 2024.04.09
재너머 成勸農집의/ 정 철 383. 재너머 成勸農집의/ 정 철 [원본] 재너머 成勸農집의 술닉닷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타고 아해야 네 勸農 겨시냐 鄭座首 왓다 하여라. [역본] 고개 너머 권농 집에 술 익었단 말을 어제 누운 소 일으켜서 털 헝겊만 눌러 타고 아이야 네 어른 계시냐 내가 왔다 하여라. [감상] 정철(鄭澈 1536~ 1593)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문신이다. 본관은 연일(延日), 자(字)는 ‘계함’(季涵)이고 호(號)는 ‘송강’(松江)이다. 1561년에 진사시에 1등을 하고 이듬해에는 문과 별시에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여러 관직을 지내고, 45세 때에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가사문학의 대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후 55세 때는 좌의정에 올랐고 인성부원군(寅城府院君)에.. 새 고시조 감상 2024.04.09
대우해 심근 느티/ 정 철 382. 대우해 심근 느티/ 정 철 [원본] 대우해 심근 느티 몃해나 자란난고 씨디여난 휘초리 저거티 늙도록애 그제야 또 한잔 자바 다시 獻壽 하리라. [역본] 높이 심은 느티나무, 몇 해나 자랐을까 씨 뿌려 난 나뭇가지 저와 같이 살도록 해 그때야 또 한 잔 잡아 장수 술잔 올리리. [감상] 정철(鄭澈 1536~ 1593)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문신이다. 본관은 연일(延日), 자(字)는 ‘계함’(季涵)이고 호(號)는 ‘송강’(松江)이다. 1561년에 진사시에 1등을 하고 이듬해에는 문과 별시에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여러 관직을 지내고, 45세 때에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가사문학의 대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후 55세 때는 좌의정에 올랐고 인성부원군(寅城府院君)에 봉하여졌다. .. 새 고시조 감상 2024.04.09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떠나지 못하도록 산은 앞에 엎드리고 속삭임을 감추느라 옆 개울은 느린 걸음 무작정 꿈 송이들이 벌판 위로 내린다. 그냥 웃음 머금다가 그저 눈을 붉히다가 마음 온통 뒤집어서 아주 털어 보이다가 나중엔 어린애처럼 벌거벗고 나선다. 오래도록 참느라고 굳어 버린 표정인데 청자 빛 고향 하늘 안고 살던 그 세월이 다시금 출렁이더니 흰 소식을 쏟는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9